2016년 8월 29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29 월 (홍)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기념 미사. 고유 독서. 고유 감사송
① 예레 1,17-19
㉥ 마르 6,17-29.
기념 시간 전례
29 월요일 (홍)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여자에게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에 앞서서 그분의 길을 닦고 준비한 위대한 예언자이다. 이러한 요한은 헤로데 임금의 불륜을 책망하다가 헤로데의 아내 헤로디아의 간계로 순교하였다(마르 6,17-29 참조). 세례자 요한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한 것은 4세기 무렵 그의 유해가 있던 사마리아의 지하 경당에서 비롯되었다.
입당송 시편 119(118),46-47 참조
주님, 임금들 앞에서 당신 법을 말하며, 저는 부끄러워하지 않으오리다. 당신 계명을 되새기며 끝없이 사랑하나이다.
본기도
하느님, 그리스도의 선구자인 복된 요한 세례자를 통하여, 성자의 탄생과 죽음을 미리 알려 주셨으니, 진리와 정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그를 본받아, 저희도 끝까지 하느님의 진리를 믿고 증언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예레미야 예언자를 유다의 임금들과 대신들과 사제들과 나라 백성에게 맞서게 하시며,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다(제1독서). 동생의 아내와 혼인한 헤로데는 자기 생일에 춤을 추어 손님들을 즐겁게 한 헤로디아의 딸의 청을 받아들여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어 쟁반에 담아 오게 한다(복음).
제1독서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 예레미야서의 말씀입니다. 1,17-19
그 무렵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17 “너는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너를 그들 앞에서 떨게 할 것이다.
18 오늘 내가 너를 요새 성읍으로, 쇠기둥과 청동 벽으로 만들어 온 땅에 맞서게 하고, 유다의 임금들과 대신들과 사제들과 나라 백성에게 맞서게 하겠다. 19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71(70),1-2.3과 4ㄱㄷ.5-6ㄱㄴ.15ㄴㄷ과 17(◎ 15ㄴㄷ 참조)
◎ 주님, 제 입은 당신 구원의 행적을 이야기하리이다.
○ 주님, 제가 당신께 피신하오니, 영원히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소서. 당신 의로움으로 저를 건져 구하소서. 제게 귀를 기울이소서, 저를 구원하소서. ◎
○ 이 몸 보호할 반석 되시고, 저를 구할 산성 되소서. 당신은 저의 바위, 저의 보루시옵니다. 저의 하느님, 악인의 손에서 저를 구원하소서. ◎
○ 주 하느님, 당신은 저의 희망, 어릴 적부터 당신만을 믿었나이다. 저는 태중에서부터 당신께 의지해 왔나이다. 어미 배 속에서부터 당신은 저의 보호자시옵니다. ◎
○ 당신 의로움, 당신 구원의 행적을, 저의 입은 온종일 이야기하리이다. 하느님, 당신은 저를 어릴 때부터 가르치셨고, 저는 이제껏 당신의 기적을 전하여 왔나이다. ◎
복음 환호송 마태 5,10
◎ 알렐루야.
○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알렐루야.
복음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7-29
그때에 17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 둔 일이 있었다.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헤로데가 이 여자와 혼인하였던 것이다. 18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19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0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21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22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임금은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 하고 말할 뿐만 아니라, 23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24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자,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하고 일렀다.
25 소녀는 곧 서둘러 임금에게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26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27 그래서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28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29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예물 기도
주님, 광야에서 외치는 복된 요한 세례자가, 주님의 길을 곧게 내라고 가르치며 용감하게 피를 흘렸으니, 이 제물을 받으시고 저희도 그 길을 올바로 걸어가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 선구자의 사명>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여인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에서, 복된 요한을 뽑으시어,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특별한 영예를 주셨으니, 그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위대하심을 찬송하나이다. 그리스도의 선구자 요한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인류 구원이 다가왔음을 기뻐하였고, 태어날 때에 구원의 큰 기쁨을 알렸으며, 모든 예언자 가운데에서 그 홀로, 속죄의 어린양을 보여 주었나이다. 또한 그는 흐르는 물을 거룩하게 하시는 세례의 제정자 주님께 세례를 베풀었으며, 피를 흘려 주님을 드높이 증언하였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능품천사들과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위엄을 찬미하며 끝없이 외치나이다.
◎ 거룩하시도다! …….
영성체송 요한 3,27.30
요한이 대답하였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복된 요한 세례자의 천상 탄일을 기리며, 저희가 모신 구원의 성체를 믿고 공경하오니, 그 구원의 열매를 미리 맛보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을 통해 몇 가지 부류의 사람을 만납니다. 정의를 외치는 세례자 요한,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 미워 요한을 죽이려는 헤로디아,
그리고 무엇이 옳은 줄 알면서도 헛된 약속과 체면 때문에 불의를 택하고 마는 헤로데입니다
.
헤로디아는 남편의 형인 헤로데와 결혼했으면서도, 오히려 이를 비난한 요한을 죽이려고 어린 딸을 이용하지 않습니까?
더 큰 문제는 헤로데에게 있습니다. 복음을 보면 그는 요한이 의롭고 거룩한 사람임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고, 그 약속이 부당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요한의 목을 베도록 명하고 맙니다.
반면 요한은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자신의 목을 기꺼이 내놓지 않았습니까?
약속이란 중요한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지켜야만 하는 것이지요.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약속의 내용이 정의로운 것이 아니라면, 즉시 그 약속을 철회해야만 하지 않습니까?
나의 아집이나 체면 때문에 그 부당한 약속에 연연한다면, 또 다른 불의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세례자 요한은 그 누구보다 예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고, 그런 만큼
예수님께서 걸으실 길을 미리 준비한 분이라 하겠습니다. 자신의 영광보다는 철저하게 예수님의 영광만을 위해 사신 분이지요.
우리도 주님의 도구가 되도록 비록 작은 일이라도 실천 가능한 것을 한 가지씩 결심했으면 합니다. (김준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천상의 책
제13권 18장, 1921년 9월 16일 :
헤로데의 조롱이 온갖 부류의 사람들에 의해 재연되고 있다.
예수님께서 영혼이 당신 뜻 안에 녹아들기를 기다리시는 까닭
1 ‘수난의 시간들’ 중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헤로데의 관저에서 미친 사람처럼 옷 입힘을 당하시고 조롱을 받으시는 ‘시간’을 묵상하고 있었을 때,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모습을 나타내시고 말씀하셨다.
2 “딸아, 나는 미친 사람처럼 옷 입힘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조롱과 야유도 받았는데, 사람들은 지금도 내게 이 고통들을 주고 있다. 심지어 나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던지는 조롱에 둘러싸여 있기도 한다.
3 어떤 사람이 고해성사를 받고 내게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을 뒤엎어 버린다면 나를 놀림감으로 삼는 것이다. 신앙 고백과 설교와 성사 집전을 하는 사제가 자기가 하는 말과 집전하는 성사들의 품위에 일치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그의 말이나 성사 집전의 횟수와 같은 수만큼 나를 놀리는 것이다.
4 나는 성사들을 통해 그들에게 새 생명을 주건만 그들은 내게 조롱과 야유를 퍼붓는다. 성사들을 모독함으로써 미친 사람처럼 내게 입힐 옷을 마련하는 것이다.
5 장상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손아래 사람들에게는 희생과 덕행과 기도와 무사 무욕을 명하면서도 자기들은 안락과 악습과 이해타산에 젖은 생활을 한다면, 그만큼 많은 수로 나를 놀리는 것이다.
6 일반 지도자건 교회 지도자건 법의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그들 자신이 첫째가는 위반자가 된다면 나를 놀림감으로 삼는 것이다.
7 오! 내가 얼마나 숱한 우롱을 당하고 있는지! 어찌나 많은지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특히 선의 탈을 쓰고 저질러지는 악의 독을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들은 내가 마치 심심풀이 노리개나 되는 듯 수도 없이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이다
8 그러나 조만간 정의가 그들을 호되게 벌하며 놀릴 것이다. 너는 기도하면서 이 조롱들을 보속하여라. 이것이 너무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나로 하여금 내가 누구인지 알리지도 못하게 하니 말이다.”
9 나중에 내가 하느님의 뜻 안에 온전히 녹아들고 있었을 때, 그분께서 다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10 “내 뜻의 더없이 소중한 딸아, 나는 네가 내 뜻 안에 녹아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내가 내 뜻 안에서 생각했던 것과 같이 너의 생각들도 내 뜻의 거푸집에 부어 만들어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을 네가 알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 나의 활동과 같이 너의 활동도 내 뜻 안에 넣어 주조(鑄造)했으며, 다른 모든 것도 그렇게 했다는 것을.
11 그런데 그것은 무엇이나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한 일이었다. 나에게는 불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뜻 안에서 너를 기다린다. 네가 와서 내 인성이 너를 위해 마련한 자리를 차지하게 하려는 것이고, 나의 행위를 따라 너도 네 행위를 하게 하려는 것이다.
12 내가 몸소 행한 바를 네가 행하는 것을 볼 때, 그때라야 비로소 나는 만족감을 느끼며 완전한 영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제15권 40장, 1923년 7월 5일 :
유다인들에 의해 빌라도 앞에 끌려가신 예수님. 이 광경이 함축한 교훈과 예수님 나라의 정체성
1 예수님의 수난 중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묵상하면서 특히 유다인들에 의해 빌라도 앞에 끌려가시어 고발당하셨을 때의 그분과 함께 있었다. 빌라도는 유다인들이 그분을 고발한 내용만으로는 미흡해서 그분께로 돌아와 질문을 던졌다. 그분을 단죄하거나 석방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나의 내면에서 이렇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2 “딸아, 내 생애 안의 모든 것은 심오한 신비와 숭고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이는 나를 본받기 위해 반드시 성찰해야 할 점들이다.
3 네가 알아 둘 것은 이것이다. 유다인들은 너무나 교만해서 ― 특히 거짓 성덕을 공공연히 드러내면서 이 때문에 의롭고 양심적인 사람들로 대우를 받으리라고 여겼다는 점에서다.― 빌라도 앞에 나를 끌고 와서 사형에 처할 만한 죄가 내게 있다는 말만 하면, 빌라도가 그들의 말을 믿고 아무런 의문도 나타냄 없이 나를 단죄할 줄로 알았다. 더군다나 이 이방인 재판관은 하느님을 모르고 하느님에 대한 의식조차 없는 자이니 더욱 그리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4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태가 그들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게 하셨다.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면서 고위층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시기 위함이었다.
5 그 가르침은, 한 죄인을 고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선량하고 독실해 보이건 그들의 말을 의문 없이 대번 믿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질문 공세를 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고, 또는 선량의 외관 아래 시기와 원한을 숨기고 있지 않은지, 혹시 상급자의 지위나 관록을 갈취하려는 야심을 마음속에 품고 있지 않은지 따위도 알 수 있다.
6 질문들로 그처럼 세밀하게 조사하다 보면 사람들의 됨됨이를 알 수 있고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수 있으며, 그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면 그들은 자기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고, 지위에 대한 야심이나 남을 고발하려는 생각을 깨끗이 접게 된다.
7 그러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닫힌 마음의 눈으로 거짓 선량을 믿고 증명된 덕을 무시한 채 남의 잘못을 고발하는 자에게 직위를 주거나 관심을 쏟는다면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겠느냐!
8 유다인들은 빌라도가 자기들의 말을 믿지 않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빌라도가 결국 그들에게 굴복하여 나를 단죄하기에 이른 것 역시 그들을 믿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9 이 점이 유다인들을 얼마나 어리둥절하게 했는지, 그들의 이마에 극도의 당혹감과 수치감이 낙인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것도 이방인 재판관 안에서 자기들보다 올바른 판단력과 양심을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10 면밀한 조사는 따라서 참으로 필요하고 옳은 일이다. 진실로 선한 사람들에게는 빛과 평온을 주고, 악한 사람들에게는 착잡한 당혹을 주기 때문이다.
11 그리고 빌라도가 나 역시 세밀히 조사하려고 ‘당신이 임금이오? 그러면 당신의 나라는 어디에 있소?’ 하고 물었을 때에, 나는 ‘내가 임금이다.’ 하고 대답하면서 또 하나의 숭고한 가르침을 주고자 하였다. 이렇게 말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12 ‘한데 너는 내 나라가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내 나라는 나의 고통과 피, 나의 덕행들이다. 이것이 내가 소유한 참된 나라다. 내 밖이 아니고 내 안에 있는 나라다.
13 사람이 자신의 바깥에 소유하고 있는 것은 참된 나라도 안전한 통치권도 아니다. 자기 안에 있지 않는 것은 빼앗길 수 있고 통치권도 찬탈될 수 있으니 본의 아니게 그것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자기 안에 있는 것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기에 그 통치권도 그 사람 안에서 영원하다.
14 내 나라의 특징을 이루는 것은 나의 상처들과 가시들과 십자가다. 나는 다른 임금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이 임금들은 백성들을 그들의 바깥에서 위험에 처한 채 살게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굶어 죽게 한다.
15 나는 그와 반대로 내 백성들을 내 상처들이 이루는 방 안에서 살게 한다. 내 고통이 그들에게 힘과 피신처를 주며, 내 피가 그들의 갈증을 풀어 주고, 내 살이 그들의 허기를 채워 준다. 오직 이것만이 참된 통치다. 다른 나라들은 종살이와 위험과 죽음의 나라인 반면, 내 나라에는 참생명이 있는 것이다.
16 내 말에는 숭고한 가르침과 심오한 신비들이 참으로 많다! 각 사람은 아픔과 고통 중에 있을 때, 수모를 겪을 때, 모든 사람에게서 버림을 받을 때, 참된 덕행을 실천할 때, 언제라도 이렇게 혼잣말을 해야 할 것이다.
17 ‘이것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내 나라다. 아무도 내게서 이 나라를 빼앗아 가거나 건드릴 수 없다.
오히려 내 나라는 영원하고 신적이며, 다정하신 예수님의 나라와 비슷하다.
내 고통과 아픔이 나에게 이를 보증해 주고, 내 나라를 더욱 강화하여 맹렬한 기세를 떨치게 한다.
그러므로 이 막강한 힘 앞에서 나와 전쟁을 하려고 맞설 수 있는 자는 도무지 없을 것이다.’
18 이것이야말로 내 모든 자녀들이 열망해야 할 평화의 나라다.”
아멘. 피앗 미히, 피앗 볼룬타스 투아.
6권-16, 인류는 모두 한 가족이기에 한 사람이 어떤 선행을 하면서 그것을 봉헌하면
온 인류 가족이 그 봉헌에 참여하며 하느님 앞에 있게 된다
1904년 1월 6일
1. 보통 때와 같은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는데 복되신 아기 예수님께서 오셨다. 내 팔에 안기시더니 그 조그마한 손으로 강복해 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인류는 모두 한 가족이기에 한 사람이 어떤 선행을 하면서 그것을 내게 봉헌하면 온 인류 가족이 그 봉헌에 참여하며 내 앞에 있게 된다. 마치 모두 함께 그것을 봉헌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경건한 동방박사들이 내게 선물을 바친 오늘, 인류의 모든 세대들이 그들의 그 선행 공로에 참여하면서 그들 안에 있는 것이 내 눈에 보이는 것이다.
3. 그들이 내게 제일 먼저 바친 것은 황금이었다. 나는 그 보답으로 진리에 대한 지식과 깨달음을 선사하였다. 그런데, 내가 영혼들에게서 받고자 하는 황금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그것은 물적인 황금이 아니라 영적인 황금이다. 곧 그들의 의지라는 황금, 그들의 애정과 갈망과 취향이라는 황금, 그들의 내면이라는 황금이다. 이는 영혼이 소유한 모든 황금인데 내가 나를 위해서 그 모두를 원하는 것이다.
4. 그런데 영혼이 희생과 극기를 하지 않고서는 그것을 내게 줄 수 없는 것이 있다. 이 희생과 극기가 몰약인데, 전선(電線)과도 같은 몰약이다. 전선이라고 하는 것은 이것이 인간의 내면을 엮어 짜서 더 빛나게 하면서 그 영혼에 다양한 색조와 갖가지 아름다움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5.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누군가가 그 색조를 항상 생생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즉 신선함이 향기로운 산들바람과 같이 그 영혼 내부로부터 불어 올 필요가 있다. 곧 봉헌하면서 봉헌한 것보다 더 큰 선물을 얻어낼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또한 받으시며 주시는 분으로 하여금 영혼 자신의 내면에 머물러 계시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이가, 그리하여 그분께서 영혼과 끊임없는 대화와 친교를 나누시게 하는 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을 하는 이가 누구이겠느냐? 바로 기도이다. 특히 내적 기도의 정신이다. 이는 내적인 일뿐만이 아니라 외적인 일도 황금으로 바꾸는 법을 알고 있다. 이(를 뜻하는) 것이 유향이다.“
6권-17, 하느님께 자기를 온전히 내어 드리는 영혼에게, 하느님께서도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신다
1904년 2월 7일
1. 많은 고통을 겪으며 지낸 지난달에는 그 때문인지 글 쓰는 일을 게을리 했다.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매우 약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지 않아서 그럴듯한 구실을 붙여 쓸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하였다. 정말 싫지만 그러나 쓰려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는데, 오로지 순명만이 이런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쓰지는 말고 기억나는 몇 마디만 적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참으로 쓸 수 없는 것인지 아닌지 알게 될 것이고, 쓸 수 있으면서도 구실을 붙여 피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의심도 사라질 것이다.
2. 지금 기억나는 것은 내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어느 날, 그분께서 이렇게 물어보신 일이다.
"딸아, 세상에 음악이 멎어 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그래서 나는 "주님, 무슨 음악 말씀이십니까?" 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내 사랑아, 바로 너의 음악이다. 영혼이 나를 위하여 고통을 받으면서 기도하고 보속하며 찬미하고 끊임없이 감사를 바치면, 그것이 내 귓전에 끊임없이 울리는 음악이 된다. 이 음악이 나로 하여금 땅에서 자행되는 불의의 소리를 듣지 않게하고, 그것이 받아 마땅한 징벌을 내리지 않게 한다. 이 음악은 또한 사람들의 생각 속에도 울리고 있어서 그들로 하여금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한다. 내가 만일 너를 이 땅에서 데려간다면 내 음악이 멎어 버리겠느냐? 나에게는 조금도 그렇지 않다. 너는 땅에서 하늘로 옮기는 것인즉, 땅에서 올라오는 음악을 듣는 대신 하늘에서 바로 들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어떻게 되겠느냐?"
4.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는 늘 그러시듯이 나를 데려가시지 않으려고 핑계삼아 하신 말씀일 거야. 세상에는 하느님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하는 선한 영혼들이 숱하게 있고, 그런 이들 가운데서 나는 꼴찌 자리조차 차지할 수 없는 위인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분은 당신께서 나를 데려가시면 음악이 멎어 버릴 것이라고 하시다니! 그분을 위해서 나보다 훨씬 더 그럴듯하게 연주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련마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그분께서 빛이 번쩍 하듯 갑작스럽게 오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다.
5. "내 딸아, 네 말이 맞다. 과연 나를 위하여 많은 일을 하는 선한 영혼들이 숱하게 있다.
그렇지만, 내게 모든 것을 주기 때문에 나 자신 전부를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자애심을, 어떤 이는 자만심을 그대로 지니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 설사 (그 대상이) 경건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 버리지 못하는가 하면, 약간의 허영심이 있는 사람, 세상에 대한 애착이 남아 있는 사람, 이해 관계에 붙들려 있는 사람이 있다. 요컨대, 어떤 사람은 이것을, 다른 사람은 저것을, 모두가 그들 자신의 것을 얼마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지장이 되어 그들 내부의 모든 것이 신적인 것으로 변화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의 음악에는 완전한 거룩함이 스며나지 않기 때문에 내 귀에도 사람들의 귀에도 (너의 음악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
6. 그러므로, 그들은 많은 일을 하지만, 그럼에도 자기를 아무것도 아닌 자로 여기며 그 자신을 온전히 내게 주는 사람이 행하는 사소한 일만큼의 효과도 거두지 못한다. 그러니 나를 기쁘게 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6권-18, 예수님의 특성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고통이다.
그분의 뜻으로 사는 사람은 연옥에 가지 않는다
1904년 2월 8일
1. 일전에 일어났던 일이 기억난다. 계속 고통 중에 있으면서 보니 내 고해사제가 주님께 내가 아파하고 있는 부위에 손을 대어 고통을 덜어 주시기를 간청하고 있었다. 그러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네 고해사제가 네 고통이 완화되도록 손을 대어 달라고 내게 청하는구나. (그런데) 내 여러 특성 가운데 하나 역시 (무엇보다도) 고통이다. 그러니까 내가 손을 대면 네 아픔이 줄어드는 대신 오히려 더 아플 거다. 왜냐하면, 내 인성이 가장 기꺼워하는 것이 고통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통이 나누어주는 것에서 기꺼움을 느끼니 말이다."
3. 과연 그분께서 손을 대시어 더 심한 아픔을 느끼게 하신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 사랑하올 선이시여, 저로서는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 외에는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제가 고통스럽거나 즐겁거나 하는 것은 그 어느 쪽이든지 안중에 없습니다.
저에게는 오직 당신의 뜻만이 전부일 따름입니다."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4. "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바이고, 너에 대한 나의 계획이다. 내게는 그것으로 넉넉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그것이, 인간이 자신의 창조주인 내게 줄 수 있고 또 마땅히 주어야 할 가장 훌륭하고 영예로운 흠숭이다.
5. 이와 같은 영혼은 그의 정신이 나의 정신 안에서 살아가며 생각한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의 눈은 나의 눈 안에 있어서 내 눈을 통하여 보고, 그의 입은 내 입을 통하여 말하고, 그의 가슴은 내 가슴을 통하여 사랑하고, 그의 손은 내 손안에서 일하고, 그의 발은 내 발 안에서 걸어다닌다고 말이다. 그러면 나는 '네가 내 눈이고, 내 입이고, 내 가슴이고, 내 손이고, 내 발이로구나.' 할 수 있어지고, 또한 그 영혼도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내 눈이고, 내 입이고, 내 가슴이고, 내 손이고, 내 발이십니다.'
6. 그러한 영혼은 의지뿐만이 아니고 온 존재가 이 일치 속에 있기 때문에 죽음이 왔을 때에 정화되어야 할 것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따라서 연옥이 그에게는 범접하지 못한다. 연옥은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 내 밖에서 살아 온 사람들에게 손을 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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