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 (p118-127)
제7시간
오후 11시 - 12시
겟세마니의 고뇌 셋째 시간
═ 준비기도 ═
오, 저의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거룩하신 현존 안에 엎드려
사랑이 지극하신 성심께 간청하오니,
저로 하여금 당신께서 24시간 동안 겪으신
고난의 묵상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소서.
그 때 당신께서는 저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당신의 흠숭하올 몸과 지극히 거룩하신 영혼으로
그토록 많은 고난을 받기를 원하셨나이다.
이제 제가 ‘제( 7 )시간’을 묵상하는 동안
도움과 은총과 사랑과 당신을 동정하는 마음과
당신 수난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해 주소서.
제가 묵상하지 못하는 시간들에 대해서는
그 시간들을 묵상하려는 의지를 봉헌하오며,
일과에 전념하거나 잠에 빠져 드는 때에도
이 지향으로 그들을 묵상하겠나이다.
오, 자비로우신 주님,
저의 이 사랑 깊은 지향을 받아들이시어,
제가 하고자 하는 바대로 거룩하게 실행한 것처럼,
저와 모든 이에게 유익이 되게 해 주소서.
오, 제 예수님,
기도를 통하여 당신과 결합하도록
저를 불러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저는 더욱더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하여
당신의 생각과 말씀과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제 온 존재로
당신의 뜻과 사랑 안에 녹아들고자 하나이다.
이제 팔을 벌려 당신을 포옹하며
당신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시작하겠나이다.
1 저의 감미로운 선이시여, 제 마음은 이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니 여전히 고뇌에 잠겨 계시고, 온 몸에서 피가 쏟아져 나옵니다.
피가 얼마나 철철 흐르는지 서 있을 수도 없어지신 당신은 이제 웅덩이처럼 고인 그 피 속에 철버덕 넘어지십니다.
2 오, 제 사랑이시여, 이토록 쇠진(衰盡)하신 당신을 뵈니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흠숭하올 얼굴과 창조적인 손이 땅에 너부러진 채 피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사람들이 당신께 강물처럼 흘러들게 하는 숱한 죄악을 역시 강물처럼 쏟으시는 당신 피에 잠기게 하시고, 그렇게 하심으로써 각 사람에게 당신의 용서를 베푸시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3 그러나, 오, 제 예수님, 부디 일어나십시오! 당신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으십니다! 당신 사랑이 이것으로 충분하시기를!
4 그러자 당신 자신의 피에 잠겨 돌아가실 듯한 당신께 사랑이 새 생명을 드립니다. 그래선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시면서도 움직이려고 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일어나십니다.
온통 피와 흙투성이가 되셨지만 걸음을 떼어 놓으시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쇠약해지신 터라 발을 질질 끌며 비틀비틀 간신히 나아가십니다.
5 저의 감미로운 생명이시여, 당신을 제 팔에 안고 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마도 사랑하시는 제자들에게로 가시는 중이겠지요? 그러나 제자들이 다시 잠들어 있는 것을 보시자 흠숭하올 당신 마음에 얼마나 큰 괴로움이 스쳐 가는지!
6 약하고 떨리는 음성으로 당신은 그들을 부르십니다.
“내 아들들아, 그만 자라. 이제 때가 되었다.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지 않느냐? 부디 나를 도와 다오. 이 최후의 시간에 나를 버리지 말아 다오!”
7 당신께서 비틀거리시며 그들 옆에 쓰러지시려고 하자 요한이 양팔로 부축해 드립니다. 그토록 당신은 모습이 변해 있어서 온유하고 감미로우신 그 음성이 없었다면 제자들이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그들에게 깨어 기도하라고 당부하신 후 당신은 다시 동산으로 돌아오십니다. 하지만 당신 마음에 또 하나의 상처가 생겼습니다.
8 저의 선이시여, 이 상처를 통해 저는 봅니다. 시련의 밤들 속에 있을 때에, 선물과 입맞춤과 어루만짐으로 당신의 호의를 드러나게 보여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당신의 사랑과 선물들에 대해 까맣게 잊은 채 꾸벅꾸벅 졸며 잠자는 상태로 있는 통에, 끊임없이 깨어 기도하는 정신을 잃어버린 저 영혼들의 모든 죄를 봅니다.
9 제 예수님, 당신을 뵙고 당신의 선물들을 누린 사람이 이를 잃을 경우, 그때에도 계속 굳건히 서 있으려면 큰 힘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직 기적만이 그 영혼들로 하여금 그 시련을 견디게 할 수 있습니다.
10 저는 그러므로 무관심과 변덕과 죄악으로 당신 마음을 더없이 쓰라리게 하는 그들 때문에 당신이 가엾고 애처롭습니다.
그러나 간청하오니, 그들이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걸음을 한 걸음이라도 떼려고 들면 많은 은총으로 그들을 에워싸시어 그 자리에 멎어서게 해 주소서. 그러면 그들은 끊임없는 기도의 정신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11 저의 다정하신 예수님, 동산으로 돌아오시던 당신께서 더 이상 걸음을 옮기실 수 없어졌나 봅니다. 하늘을 향하여, 피와 흙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드시고, 세 번째로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12 “아버지, 하실 수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가게 해 주십시오. 거룩하신 아버지,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저를 짓누르는 죄들로 말미암아, 아버지의 무한한 엄위 앞에서 역겹고 지긋지긋하고 더없이 막된 자가 되었으니, 아버지의 정의가 저에게 분통을 터뜨리십니다.
13 하지만, 오, 아버지, 저를 보소서. 저는 언제나 아버지와 하나인 아버지의 아들이옵니다. 아버지, 부디 저를 도와주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위로 없이 버려두지 마소서!”
14 그 뒤, 오, 저의 자상하신 선이시여,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엄마께 이렇게 도움을 청하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다정하신 엄마, 제가 아기였을 때 하신 것처럼 엄마의 두 팔로 저를 꽉 껴안아 주소서. 제가 빨아먹던 그 젖을 주시어 기운을 차리게 하시고, 저의 이 쓰디쓴 고통을 단맛으로 바꾸어 주소서.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주소서. 엄마의 마음이 저에게는 모든 기쁨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15 엄마, 저를 도와주십시오! 위로해 주십시오! 마리아 막달레나와 사랑하는 사도들 - 나를 사랑하는 너희도 모두 나를 도와다오! 위로해 다오! 이 최후의 순간에 홀로 버려두지 말고, 모두 나를 둘러싸고 모여, 너희의 동반과 사랑으로 나를 위로해 다오!”
16 예수님, 제 사랑이시여, 이 극단적인 상태에 처해 계신 당신을 누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피 속에 잠겨 계신 당신을 보면서도 미어지지 않을 만큼 굳은 마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움과 위로를 청하시는 이 애끓는 음성을 들으면서 누가 뼈아픈 눈물을 쏟아내지 않겠습니까?
17 저의 예수님, 마음을 놓으십시오. 당신께서 이 단말마의 고통에서 벗어나 친히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실 수 있도록, 아버지께서 위로와 도움의 천사를 보내시는 것이 보입니다.
18 당신께서 그 천사와 함께 계시는 동안 저는 하늘과 땅을 두루 돌아다니겠습니다. 저로 하여금 당신이 흘리신 이 피를 가져가게 허락해 주소서.
그러면 저는 모든 사람에게 그들 각자의 구원의 보증으로 이 피를 나누어 주고, 그 교환과 위로로 그들의 애정과 심장 박동과 생각과 발걸음과 활동을 당신께 가져올 수 있겠습니다.
19 저의 천상 엄마, 예수님의 피를 모든 영혼들에게 주러 가려고 제가 엄마에게 왔습니다. 다정하신 엄마, 예수님께서 위로를 원하시는데, 우리가 예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영혼들을 그분께 데려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20 마리아 막달레나여, 우리와 함께 가십시다. 천사들이여, 모두 오시어 예수님께서 어떻게 되셨는지 보십시오!
그분께서는 모든 이들에게서 위로 받기를 원하시며, 어떤 사람(의 위로)도 거절하지 않으시려고 이렇게 핍진한 상태로 (땅에 엎드려) 계십니다.
21 저의 예수님, 당신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보내신 지독히 쓴 잔을 마시고 계십니다. 그러시는 동안 탄식과 신음 소리, 더욱더 크게 부르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목멘 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22 “영혼들아, 영혼들아, 오너라. 나를 위로해 다오! 내 인성 안에 자리를 잡아라. 나는 너희를 원한다. 갈망한다! 내가 부르는 소리에 귀를 막지 말아 다오. 나의 열망, 나의 피, 나의 사랑, 나의 고통이 헛되지 않게 하여라. 오너라. 영혼들아, 오너라!”
23 거의 실신 상태에 떨어지신 예수님, 당신의 신음과 탄식의 소리 하나하나가 제 마음에 상처가 되고 이 상처는 평화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피와 당신의 뜻을, 당신의 열망과 당신의 사랑을 저의 것으로 삼은 후, 하늘과 땅을 두루 돌아다니며 모든 영혼들에게 가고자 합니다.
24 그들에게 당신의 피를 구원의 보증으로 주고 그들을 당신께로 데려와 당신의 애타는 기다림과 열망을 달래게 하고 그 쓰디쓴 고뇌를 감미로움으로 바꾸어 드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는 동안 당신의 눈길로 저를 지켜보시며 동반해 주십시오.
25 저의 엄마, 예수님께서 영혼들을 원하시기에, 곧 위로를 원하시기에 제가 엄마께 왔습니다. 저에게 엄마의 모성적인 손을 주십시오. (저의 손을 잡으시고) 저와 함께 영혼들을 찾아 온 세상을 두루 다니십시다.
26 모든 사람의 애정과 소망과 생각과 활동과 발걸음을 예수님의 피 안에 넣고, 예수 성심의 불꽃을 그들의 영혼 속으로 던져 넣어 그들이 (그분의 사랑에) 굴복하게 하십시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피에 잠기고 예수님의 불꽃 속에서 변화된 그들을 예수님 주위로 데려와서 그분의 지극히 쓰라린 이 고통을 덜어 드리게 하십시다.
27 저의 수호천사여, 우리 (엄마와 저)보다 먼저 가서 이 피를 받아들일 영혼들을 준비시키시어, 단 한 방울도 그 풍성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엄마, 서두르십시다! 돌아다니기 시작하십시다! 우리를 지켜보시는 예수님의 눈길이 보이고, 그분께서 거듭 숨을 헐떡이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서둘러 우리의 일을 하라고 재촉하시는 소리로 들립니다.
28 엄마, 우리의 첫걸음은 이미 병자들이 누워 있는 집들의 문간에 와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팔다리의 격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혹독한 고통의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신성모독의 불경한 말을 쏟아내며 자기 자신의 목숨을 끊어 버리려고 드는지!
그런가 하면, 모든 사람에게서 버림받고 위로의 말 한 마디나 긴요한 도움 하나 받지 못한 채, 절망에 빠져 욕설만 늘어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29 아, 엄마, 예수님의 가쁜 숨소리가 들립니다. 그분은 영혼들이 당신의 각별한 사랑을 – 다시 말해서, 당신을 닮도록 겪게 하시는 고통을 – 모욕으로 보답하는 것을 보고 계십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그분의 피를 주십시다.
그들이 그분의 피에서 긴요한 도움을 받고 그 빛으로 깨우침을 받아, 고통과 예수님을 닮는 것에서 나오는 선을 알고 얻어 가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30 그리고 엄마, 엄마께서도 극진한 모성을 지니신 어머니로서 그들 곁으로 가시어, 그 엄마다우신 손으로 그들의 아픈 지체들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그들의 고통을 가라앉히시고 그들을 팔에 안으시어, 엄마의 성심에서 나오는 은총을 그들의 고통 위에 강물처럼 풍성히 쏟아 부어 주십시오.
31 또 버림받은 사람들의 동반자가 되어 주시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십시오.
필수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도울 관대한 영혼들을 배치하시고, (중병 때문에) 극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이들에게는 안식과 일시적인 쾌유라도 얻어 주시어, 고통에서 벗어나 (기운을 차린) 그들이 예수님께서 자기들을 위해 안배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더 큰 인내로 견딜 수 있게 해 주십시오.
32 계속해서 임종자들의 방으로 들어가십시다. 엄마, 너무 무섭습니다! 바야흐로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지옥으로 떨어지려고 하는지!
한평생 죄 중에서 생활하다가 절망의 행위로 마지막 숨을 거둠으로써 거듭거듭 찢어지신 저 성심에 마지막 고통을 안겨 드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33 숱한 마귀들이 그들을 에워싸고 그들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불어넣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급습으로 그들을 지옥으로 데려갑니다.
지옥의 불길을 풀어 이 영혼들을 그 안에 가두니, 희망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세상의 인연에 얽매여, 이 마지막 조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69 “오 햇볕아, 와서 이 밤의 어둠을 몰아내고 예수님을 위로하여라. 오, 별들아, 명멸하는 너희의 빛살로 하늘에서 내려오너라. 와서 예수님을 위로하여라. 이 땅의 꽃들아, 너희의 향기를 가지고 오너라. 새들아, 지저귀며 이리로 오너라.
70 이 세상의 모든 원소들아, 와서 예수님께 위로를 드려라. 오너라, 오, 바다야, 예수님의 심신을 상쾌하게 씻어 드려라. 예수님은 우리의 창조주, 우리의 생명, 우리의 전부이시다. 너희 모두 와서 그분을 위로하여라. 우리의 지고한 주님이신 그분께 경배하여라.”
71 그러나 아, 예수님께서는 햇볕이나 별이나 꽃이나 새 등등은 찾지 않으십니다. 영혼들을 - 영혼들을 원하실 따름입니다!
72 저의 다정하신 선이시여, 모든 이가 저와 함께 여기 있습니다.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엄마도 당신 곁에 계십니다. 부디 엄마의 팔에 안겨 쉬십시오.
엄마의 가슴에 안겨 계시면 그것이 엄마에게도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이 고뇌를 속속들이 나누셨기 때문입니다.
73 여기에 막달레나도 와 있습니다. 마리아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찬 모든 세기의 모든 영혼들이 있습니다. 오, 예수님, 모쪼록 그들을 받아들이시고, 모두에게 용서와 사랑의 말씀을 해 주십시오. 그들 모두를 당신 사랑에 묶어, 다시는 한 영혼도 당신에게서 달아나지 않게 하소서.
74 그런데 아, 당신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오, 얘야, 기를 쓰며 억지로 내게서 빠져나가 영원한 멸망 속으로 떨어지는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니, 단 하나의 영혼도 모든 영혼들을 한꺼번에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는 나에게는 비탄이 누그러질 겨를이 없지 않겠느냐?”
75 극심한 고뇌에 잠기신 예수님, 당신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 저에게는 이미 목에서 그르렁거리는 당신의 마지막 숨소리가 들립니다.
임박한 죽음으로 당신의 아름다운 눈은 광채를 잃고, 지극히 거룩한 팔다리는 맥없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76 때로는 더 이상 숨을 쉬시지 않는 듯하니,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낍니다. 껴안아 보면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고, 흔들어 보아도 생명이 붙어 있는 기미가 없습니다!
예수님, 당신은 돌아가셨습니까? 애통해하시는 엄마, 하늘의 천사들이여, 예수님의 죽음을 애도하러 오십시오. 그리고 저에게는 그분 없는 삶을 계속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아, 저는 그럴 수 없어졌습니다! 그분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77 저는 그분을 더 세게 껴안습니다. 문득 그분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다시는 아무런 기척을 내시지 않습니다! 저는 그분을 부릅니다.
“예수님, 예수님, 제 생명이시여, 제발 돌아가시지 마옵소서!”
78 그런데 벌써 당신의 원수들이 당신을 잡아가려고 시끌벅적 다가오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가 있어 이 지경이 되신 당신을 지키겠습니까?
79 그러자 당신은 몸을 추스르시면서 마치 죽음에서 삶에로 다시 일어나신 듯 저를 보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80 “오, 영혼아, 여기 있었느냐? 그러면 너는 내가 고통과 죽음들을 겪는 것을 다 보았겠구나.
이것을 알아 두어라. 나는 이 동산에서 더없이 참혹한 고뇌의 세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 자신 안에 모든 사람의 생명을 품어 안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까지 다 겪으면서 그들 각자에게 바로 내 생명을 주었다.
81 그러니 (임종 고통을 방불케 하는) 나의 고뇌는 그들의 임종 고통을 떠받쳐 줄 것이고, 나의 쓰디쓴 죽음은 그들에게 다디단 생명의 샘으로 바뀔 것이다.
영혼들이 내게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그나마 보답이라도 받는다면! 네가 보았듯이, 나는 죽어가는 한편, 또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곤 하였다. 이는 내가 사람들의 죽음들을 내적으로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82 기운이 다하도록 지치신 제 예수님, 당신께서는 그렇게 당신 안에 제 생명도 품어 안기를 원하셨고, 따라서 제 죽음도 안고 계시고자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더없이 참혹한 이 (겟세마니의) 고뇌에 의하여 간청하오니, 제가 죽을 때에 오시어 도와주십시오.
83 저는 제 마음을 당신의 피신처요 안식처로 드렸고, 제 팔로 당신을 부축하며 제 온 존재를 당신 처분에 맡겼으니, 당신 대신 죽기 위해서라면, 오, 참으로 기꺼이 저 자신을 당신 원수들에게 넘겨줄 것입니다!
84 오소서, 오, 제 마음의 생명이시여. 그 (죽음의) 순간 저에게 오시어 제가 당신께 드린 모든 것을 갚아 주십시오.
즉, 저의 동반자가 되어 주시고, 당신 마음을 제 안식의 침상으로 주시고, 당신 팔로 저를 떠받쳐 주시고, 당신의 가쁜 숨으로 헐떡이는 제 숨결을 편히 진정시켜 주소서.
85 그렇게 저는 당신의 숨을 통해서 숨 쉬겠나이다. 당신의 숨은 공기를 정화시키면서 저에게서 모든 얼룩을 깨끗이 지워, 영원한 행복으로 들어갈 준비를 시켜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86 더욱이, 저의 다정하신 예수님, 그때 제 영혼에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인성도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께서 저를 보실 때에 당신 인성을 통하여 보실 것이고, 그렇게 당신 자신을 보실 것이니, 저에게서 심판해야 할 것을 조금도 찾아내지 못하실 것입니다.
87 그런 다음 저를 당신의 피로 목욕시켜 주시고,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의 흰옷을 입혀 주시며, 당신 사랑으로 예쁘게 단장해 주시고, 마침내 당신의 마지막 입맞춤으로 제가 이 세상에서 천국으로 날아가게 해 주십시오.
88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 청한 이 모든 것을 죽음을 맞이한 모든 이들에게도 허락해 주소서. 당신 사랑의 포옹으로 그들을 껴안아 주시고, 당신 자신과 하나 될 수 있도록 입 맞춰 주시며, 그들 모두를 구원하시어 한 사람도 멸망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89 고뇌에 잠기신 저의 선이시여,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이 성시간을 바치오니, 이는 하고 많은 죄로 인한 하느님의 의노를 풀어 드리기 위함입니다.
또한 모든 죄인들의 회개와 뭇 민족들 간의 평화, 특히 저희 나라의 평화와 저희의 성화를 위하여, 그리고 연옥 영혼들을 위한 위령기도로도 바치려는 것입니다.
90 드디어 당신 원수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께서는 저를 떠나 그들을 만나러 가시고자 하십니다.
91 예수님, 저로 하여금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의 거룩하신 입맞춤들을 전부 당신께 드리게 허락해 주소서.
또 유다가 무엄하게도 악마적인 입맞춤을 드릴 당신 입술에 제가 미리 입 맞추게 하시고, 앞으로 두들겨 맞고 침 뱉음을 당하시고 피로 얼룩지기도 하실 당신 얼굴을 닦아 드리게 해 주소서.
92 저는 당신 가슴에 달라붙습니다. 당신을 떠나지 않고 따라다니겠습니다. 그러니 당신께서는 저를 축복해 주시고 도와주십시오. 아멘.
성찰과 실천
93 겟세마니 동산에서 보내신 이 셋째 시간에, 예수님께서는 하늘의 도움을 청하셨다. 그리고 너무나 숱한 고통을 받고 계셨으므로 당신 제자들에게도 위로를 청하셨다.
94 그런데 우리는 – 우리는 어떤 괴로운 처지에 놓이든지 항상 하늘의 도움을 청하는가? 그리고 사람들에게 의지할 경우에도 덕성스럽게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격에 맞는 태도로 의지하는가?
또 우리가 바라고 있었던 위로를 받지 못했을 경우, 적어도 우리 자신을 한층 더 깊이 예수님의 팔에 맡겨 드리기 위한 수단으로 그들의 냉담한 반응을 활용하는가?
95 예수님께서는 한 천사의 위로를 받으셨다. 그런데 우리는 –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예수님의 천사가 되어 그분 곁에 있으면서 위로를 드리고‚ 그 쓰라린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96 예수님께 참된 천사가 되려면 우리의 고통을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고통으로, 따라서 신적인 고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때에만 그토록 큰 고통을 겪고 계시는 하느님을 우리가 감히 위로해 드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것을 인간적인 고통으로 여기며 받으면, 그 고통으로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분께 위로를 드릴 수 없고, 따라서 그분의 천사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97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고통 속에는 우리가 그것의 열매를 짜 넣을 잔도 함께 들어 있는 것 같다. 이 고통은, 우리가 사랑과 맡김의 정신으로 겪으면, 예수님께 드리는 아주 달콤한 과즙으로 바뀐다. 그러니 우리는 어떤 고통 속에 있든지 이렇게 생각할 일이다.
98 ‘예수님께서 당신의 천사가 되라고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위로를 원하시기에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고통을 나누게 하시는 것이다.’
☨☨☨
99 저의 사랑이신 예수님, 제가 고통 중에 있을 때에는 안식을 얻기 위하여 당신 마음을 찾고, 당신께서 고통 중에 계실 때에는 저의 고통으로 당신께 피신처를 드리고자 합니다.
당신의 고통은 제가 받아 가지고 저의 고통은 당신께 드리면서 제가 당신 위로의 천사가 되려는 것입니다.
═ 감사기도 ═
사랑하올 저의 예수님,
당신께서는 수난의 이 ‘시간’에
당신과 함께 있도록 저를 부르셨나이다.
그리고 번민과 비탄에 잠겨
기도하시고 대속하시며 고난 받으시고
더없이 감동적이고 힘 있는 음성으로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간청하셨나이다.
저도 그 소리를 들으며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이 하시는 대로 따라 하려고 했나이다.
이제 당신을 떠나 저의 일과로 돌아가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림을 마땅한 일로 여기나이다.
그렇습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께서
저와 모든 사람을 위해 행하시고 겪으신
모든 것에 대하여
수없이 감사하고 또 찬미하나이다.
당신께서 흘리신 피 방울방울마다
당신의 숨과 심장 박동마다
모든 걸음과 말씀과 눈길마다
참아 받으신 쓰라린 고통과 모욕마다
감사와 찬미를 드리나이다.
그러므로 오, 제 예수님, 그 모든 것 안에서
저의 ‘감사합니다.’와 ‘찬미합니다.’를
도장처럼 찍어 드리고자 하나이다.
오, 예수님, 저의 온 존재가 끊임없이 당신께로
‘감사’와 ‘찬미’의 강물을 보내게 하시어,
당신의 넘쳐흐르는 축복과 감사의 은총을
저와 모든 이 위에 끌어당기게 해 주소서.
오, 예수님, 저를 가슴에 꼭 껴안아 주시고,
저의 작디작은 부분마다 지성하신 손으로
‘네게 강복한다.’ 도장을 찍어 주시어,
오로지 당신을 향한 찬미가만이
제게서 끊임없이 솟아나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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