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주간의 성모님 성지 순례를 갔다 오면서 사제관 뒤뜰의 텃밭을 방치했더니
그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몸이 불편하고 시차가 있어 손을 봐야 되는 줄 알면서도 주춤 주춤한다.
왜냐하면 전번에 교우들 주려고 깻잎을 따고는 일주일 정도 몸살이 났기 때문이다.
노동도 밭일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며, 조금씩 자신의 분수에 맞게 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다.
하지만 이 광야에서 자꾸 정글을 닮아가려는 모습과 혼돈의 모습이 자꾸 걸려
주일 아침이지만 팔을 걷어 부쳤다.
안식일의 주인이신 주님께 양해를 구하고, 이 식물들도 생명이니 생명을 살리는 일에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조금 일해도 괜찮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
언젠가 은퇴하신 잡초박사 강병화 교수님의 잡초에 대한 이론을 묵상글에서 인용한 적이 있다.
사람의 관점에서 사람이 농사짓고 생활하는 데 방해가 되면 '잡초'라고 부르는 것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원래 '잡초'는 없고, 그것이 다 야생초요 들풀이며 자원식물이라는 것이다.
사제관 담장을 타고 내기하듯 올라가는 오이와 참외의 잎들과 줄기를 보면서
특히 왜 이리 참외가 잘되는지, 이로 인해 옆의 토마토가 기를 못 펴고 있고,
가지는 아예 말라 비틀어 죽어있으며, 그 옆의 케일에 까지 바닥 깊이 그리고
넓게 뿌리내린 잡풀들과 고사리들을 보면서 '혼돈' 자체, '카오스'를 보게 된다.
나는 늘 묵상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섞어찌게를 싫어하신다는 것을
여기서 또 묵상하게 된다.
음식으로서는 섞어찌게, 잡탕을 잘 끓이면 맛이 있지만, 하느님 당신을
만유 위에 모든 정성과 지혜와 힘을 다해 공경하고 흠숭해야 구원이 있는데,
하느님께서는 다른 우상들과 잡신들을 가지고 혼합 종교를 만들어
믿음의 순수성을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을 가장 싫어하신다.
어쨌든 섞여 있는 무질서와 혼돈은 참 보기에도 좋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숨막히게 하고 죽이며 못살게 하는 것 같이 보인다.
마태오 복음 12장 36절 이하에 가라지의 비유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만,
가라지를 뿌린 원수인 악마가 하는 것도 이와 똑같을 것이다.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정리해 주면서 느끼는 것은 '아~사탄과 그 졸개들이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구나! 영적으로 사탄이 사람들의 영혼 안에서 하는 일이
바로 섞어버리는 것이구나. 진리와 오류, 진실과 거짓, 선(善)과 악(惡)의
선(線)을 모호하게 만들어 섞어 버리는 것이구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경에 계시된 하느님의 진리를 무너트리고 신정법(神定法)과 자연법을
부수어 버리고, 온갖 인간적 세속적 핑계와 상황 윤리를 갖다 대며 자신의
현재의 삶의 형태를 옹호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자신의 이론과 행동 지침과 강령을
합리화, 정당화, 미화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진리(眞理), 절대 선(善)은 없는 것이고, 자신이 하느님이 되고
절대자가 되어 인간이 하고 싶은 데로 다 해버리는 극도의 인본주의 노선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뒤에 바로 사탄과 그 졸개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세포요 작은 교회이며, 영육의 보금자리인
가정을 부수기 위해서 유부남, 유부녀들이 이제 진정한 사랑, 진짜 사랑이라는
말을 들고 나온다.
지금까지 남편 뒷바라지와 자녀 교육에 헌신하는 일벌레로 살아 왔으니
이제는 진정한 내 삶과 인생을 찾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밴드의 이름으로, 등산 모임이나 기타 동아리의 이름으로
그동안 가정 안에서 억제되고 억압된 자신의 욕구를 분출한다.
이 사회가 이제 살 만해서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형성해 가니
우리 믿는 교우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진짜 부부가 있느냐?
결혼한 독신 생활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집은 하숙집이요, 공동 기숙사가 되고 말았다.
진정한 인격적 사랑이나 나눔이나 대화가 사라진지 오래이고, 겉모습만
가정의 꼴을 갖추고서 부모와 자녀, 부부, 가장과 주부의 역할만 하지,
속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이 시대 살만하다는 사람들은 적지 않은 수가 애인을 꼬불쳐 놓고 이중, 삼중 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렇게 못하고 사는 자는 모자라거나 무능한 자가 되어 있다.
큰 사업을 하면서 외국을 여러 군데 장기간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현지처가 다 있다는 말은 공공연한 사실로 회자된다.
하느님께서는 다 보고 계시고, 그 죄(罪) 뒤에는 사탄과 그 졸개들인
마귀들이 있는데 말이다.
하느님 심판 대전에 이것이 정리가 안되면, 마귀들이 하느님 대전에 고발해서
구원받기가 힘들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죄를 지어 주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라'는
파티마 성모님의 말씀이 귀를 때리고 있다.
파티마에서 프란치스코, 히야친타, 루치아 세 목동에게 성모님께서 마귀들과 함께
불똥처럼 튀는 지옥의 영혼들의 환시를 보여 주었는데, 루치아는 너무나 무섭고
큰 충격을 받아 괴성을 질렀다.
오상의 성 비오 사제께서도 지금 이 시대에 지옥에 떨어지는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게릴라 폭우로 무너진 댐처럼 흘러넘치고, 하늘의 폭설처럼 많다고 하셨다.
이제는 제발 제 자리로 돌아가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식물도 잔디밭에 심어지면, 잡초가 되고 가라지가 된다.
자신이 있을 자리에 있어야 그것이 하느님의 창조 목적과 질서대로 사는 것이다.
오이는 오이대로, 참외는 참외대로, 케일은 케일대로 제 자리에서 자라 주어야 한다.
그리고 제 자리에서 자기 몫과 역할을 다해 주어야 한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면서 무질서의 텃밭을 다 정리하고 물을 주었다.
역시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리되어 제 자리를 찾아주니 보기도 좋았다.
한갓 식물도 이럴진저 인간들이야 더 말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는 저녁 마다 텃밭과 꽃밭에 물을 준다.
하지만 어제 저녁에는 먹구름이 몰려와 이곳에 비를 알맞게 뿌려 주었다.
이곳 사막에 부는 바람과 번개와 대지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자연이 제공하는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인간인 내가 물을 주는 것과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대지를 골고루 적시는 것은
그야말로 게임이 안된다.
이 자연을 운행하시는 제1동인(動因)이시며 자연의 오케스트라의 총지휘자이신
주 하느님을 의식하면서 저녁 사제관 뒤뜰에 앉아 성모상을 바라보며
나는 로사리오 기도로 오케스트라에 맞추어 소리내어 노래를 불렀다.
'주님, 성모님, 모두가 이 자연의 오묘한 조화처럼 제 자리를 찾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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