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II. 공생활 첫 해 9 . 요한과 야고보가 베드로에게 메시아에 대하여 말한다

Skyblue fiat 2016. 2. 19. 04:51

 

 

II. 공생활 첫 해

 

9 . 요한과 야고보가 베드로에게 메시아에 대하여 말한다

 


  갈릴래아 호수 위에 말할 수 없이 고요한 새벽이 밝아온다. 하늘과 호수는 장미빛이다. 자그마한 호숫가 마을의 작은 뜰의 담장에 그 빛을 비추는 장미빛과 비슷하다. 그 뜰들에서는 과일나무들이 눈에 띄게 우뚝우뚝 솟아 있고 어지럽게 뻗어진 잎과 가지들이 골목길 위를 드리우고 있다.


   작은 마을은 샘터나 빨래터에 있는 여인과 생선 바구니를 싣고 다른데서 온 장사꾼들과 큰소리로 떠들거나 생선 바구니를 집으로 가져가는 어부들과 더불어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작은 마을이라고 말하였지만 그리 작지도 않다. 적어도 내게 보이는 쪽은 대단히 보잘 것 없지만. 그러나 넓고, 대부분이 호수를 끼고 길게 뻗어 있다.


   요한이 어떤 골목길에서 나와서 호수를 향하여 빠른 걸음을 옮긴다. 야고보가 그를 따라가지만 훨씬 더 침착한 걸음으로 간다. 요한은 벌써 정박해 있는 배들을 바라보지만, 그가 찾는 배는 발견하지 못한다. 그는 배가 호숫가에서 아직 수백 미터 떨어져서 호숫가에 갖다 대려고 조종하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양손을 메가폰처럼 입에 대고 아주 큰소리로 “오! 에~!” 하고 길게 부른다. 늘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와요. 와” 하는 뜻의 커다란 팔짓을 한다.


   배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노를 저어 속력을 낸다. 그러니까 배는 돛으로 오는 것보다 더 빨리 전진하는데, 아마 더 빨리 나아가게 하려고 그러는지 돛을 내린다. 호숫가에서 한 10미터 쯤까지 다가왔을 때 요한은 더 기다리지 못한다. 그는 겉옷과 긴 속옷을 벗어 모래톱에 던진다. 그리고는 샌들을 벗고, 아랫도리를 한손으로 치켜 샅까지 끌어올리고, 물로 내려가다가 오는 사람들의 마중을 나간다.


  “자네 둘은 왜 오지 않았어?” 하고 안드레아가 묻는다. 베드로는 뿌르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 자네는 왜 나하고 야고보하고 같이 오지 않았나?” 하고 요한이 안드레아에게 대답한다.
  “난 고기 잡으러 갔었지. 허비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자넨 그 사람하고 같이 사라졌었지...”
  “내가 자네더러 오라는 눈짓을 했었는데, 바로 그분이야. 자네가 그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는 그분과 하루 종일, 그리고 밤 늦게까지 같이 있었어. 지금은 자네들보고 가자고 하려고 왔어.”
  “바로 그분이야? 확실한가?
우리는 그때 세례자가 그분을 가리켰을 때 겨우 보았잖아.”
  “그분이야. 그분도 아니라고 하지 않으셨어.”


  “누구든지 자기를 인정시키기 위해서는 쉽게 말할 수 있는거야. 이건 처음 겪는 일이 아니야.”

   하고 베드로는 불만스럽게 투덜댄다.
   “오! 시몬! 그렇게 말하지 말아! 그분은 메시아야! 그분은 무엇이든지 아셔! 자네 말도 듣고 계셔.”

   요한의 말을 듣고 시몬 베드로는 인상을 쓰며 놀라운 듯 말한다.


   “설마! 메시아라니! 그리고 너와 야고보와 안드레아에게 나타났단 말이지! 볼품없는 세 무식쟁이에게 말이야!

메시아는 분명히 다른 모양으로 오실거다! 그리고 내 말을 듣는다고! 하지만 가엾은 어린 것. 이리 오기나 해! 봄볕이 처음으로 따뜻해지니까 머리가 좀 돈 모양이로구먼. 자, 와서 일이나 해. 그게 나을 거야. 그 거짓말은 모두 집어치우고.”


  “메시아라니까 그러는구먼. 요한은 거룩한 말을 했지만, 그분은 하느님에 대해서 말했어. 그리스도가 아닌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어.”


  “시몬, 나는 어린 아이가 아닐세. 나는 나이가 들었고, 침착하고 신중하네. 자네도 그걸 알지.

나는 말은 별로 안했지만, 하느님의 어린 양과 함께 있은 그 여러 시간 동안에 많은 말을 들었네. 그런데 정말 분명히 말하지만 그분이 메시아이실 수밖에 없어. 왜 믿지 않겠나? 왜 믿으려고 하지 않겠는가? 자네는 그분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믿네. 우리가 볼품없고 무식하다고? 마침 그분은 하느님 나라의, 평화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높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전에 가난한 사람들과 비천한 사람들과 하층민들에게 전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셨어.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권력자들은 이미 그들의 즐거움을 가졌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내가 가지고 온 즐거움에 비하면 부러울 것이 못된다. 권력자들은 교양의 수단을 가지고 이미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나는「이스라엘의 하층민」과 세상의 하층민들에게로, 눈물을 흘리고 원하는 사람들에게로, 「빛」을 찾고 참된 만나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로 간다. 학자들에게서는 그들에 빛도 양식도 오지 않고, 오직 무거운 짐과 어둠과 속박과 멸시만이 온다.

  나는「하층민」들을 부른다. 나는 세상을 뒤집어 엎으려고 왔다. 지금 높은 것은 낮추고, 지금 업신여김받는 것은 높일 테니까 말이다. 진리와 평화를 원하는 사람, 영원한 생명을 원하는 사람은 내게로 오너라. 빛을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로 오너라. 나는 세상의 빛이다.

 

요한아,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지?” 야고보는 침착하게, 그러나 흥분해서 말한다.


   “그래. 그리고 이렇게도 말씀하셨어.

세상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상류 사회는 악습과 우상숭배 같은 관계로 타락하였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암흑의 아들인 그가 빛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상류사회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섞여 있으면서도 세상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세상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그물에 걸린 고기들과 같이 붙잡혔기 때문이다.’ 그분이 꼭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그분이 호숫가에서 말씀하시면서 고기가 들어 있는 그물을 기슭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가리키시면서 말씀하셨기 때문이야.

  

   그분은 또 이런 말씀도 하셨어. 고기들 중에 어떤 고기도 그물에 걸리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도 일부러 맘몬(Mammon)’의 먹이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역주 : 맘몬 – 시리아의 황금의 신. 복음서에서는 재물을 가르킨다) 가장 악한 사람들까지도 그렇다. 그것은 그들의 눈을 어둡게 하는 교만으로 인하여 그들이 하는 것을 할 권리가 없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진짜 죄는 교만이다. 교만에서 다른 모든 죄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악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맘몬에게 예속되기는 더구나 원치 않을것이다. 다만 그들은 경솔함으로 인하여, 그들을 밑바닥으로 끌어가는 아담의 죄라는 무거운 짐으로 인하여 그렇게 된다. 나는 이 죄를 없애고, 구속의 때가 올 때까지, 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붙잡아 매고 있는 올가미에서 해방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세상의 빛인 나를 따를 자유를 돌려주기 위하여 왔다 하고.”


  “아니 그렇다면, 만일 그분이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면, 즉시 그분에게 가야해.” 하고 베드로가 아주 솔직한 충동을 일으키며 갑작스런 결정을 내렸다. 그의 이 솔직한 충동이 내 마음에 든다. 그는 상륙하는 조작을 서둘러 끝내는 것으로 벌써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긴다. 그동안 배가 기슭에 닿았고, 일을 배우는 젊은이들이 그물과 밧줄과 돛들을 내리고 배를 뭍으로 올리는 일을 끝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드레아나 너는 바보같이 왜 그들과 같이 가지 않았었니?”


  “그렇지만.. 형은 이 사람들을 설득해서 데려오지 않았다고 나무라더니... 밤새껏 불평을 하고선, 지금은 내가 같이 가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거야?”
  “네 말이 옳다. 하지만 나는 그분을 못봤거든. 너는 봤었잖아. 그럼 너는 그분이 우리 같지 않다는 걸 알았을거야.  그분은 무엇인가 더 훌륭한 점이 있을거야!”
  “오! 그래” 하고 요한이 말한다. “그분의 얼굴! 그리고 또 눈은 어떻고! 안그래? 야고보, 그 눈길은 어땠어? 그리고 목소리! ‥‥ 아! 기막힌 목소리야! 그분이 말씀하실 때는 하늘나라에서 꿈을 꾸는 느낌이야.”
  “빨리, 빨리 그분을 찾아가세. 너희들은 이걸 전부 제베대오 아저씨에게 가져가서 요령껏 하시라고 말해라. 우리는 오늘 저녁에 돌아와서 고기잡이를 할거다.”


  그들은 모두 옷을 다시 입고 떠난다. 그러나 베드로는 몇 미터를 간 후 걸음을 멈추고 요한의 팔을 붙잡으며 묻는다.

  “자넨 그분이 무엇이든지 다 알고 무엇이든지 다 알아차린다고 그랬지?”
  “맞아, 우리가 달이 지평선 위에 높이 올라온 것을 보고 ‘시몬은 뭘 하고 있을까?’ 하고 말했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단 말이야. ‘시몬은 지금 그물을 치고 있는 중인데, 고기가 이렇게 잘 잡히는 밤에 너희가 자매선을 타고 나가지 않아서 그 일을 혼자서 하게 되었기 때문에 짜증을 내고 있다. 그 사람은 이제 얼마 안 있어 아주 다른 그물로 아주 다른 고기들만을 잡으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하고.”
  “아이고 야단났군! 바로 그거야! 그럼 그분은 내가 그분을 거의 거짓말쟁이로 취급했다는 것도... 알아차렸겠구먼. 난 그분에게 갈 수 없네.”


  “오! 그분은 아주 착하셔. 그분은 형이 그 생각을 가졌었다는 걸 분명 알고계셔. 그걸 벌써 알고 계셨어. 사실 우리가 그분을 떠날 때 형을 찾아간다고 말했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가 보아라, 그러나 처음에 업신여기는 말을 하는 것에 지지 않도록 하여라. 나와 같이 오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과 부모의 금지에 정면으로 대항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혈연과 사회보다 높고, 내가 그것들을 이기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은 영원히 승리할 것이다’하고. 또 이렇게도 말씀하셨어. ‘겁내지 말고 말할 줄 알아라. 그 사람은 착한 뜻을 가진 사람이니까 너희 말을 듣고는 올 것이다’하고.”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럼 가겠네, 말해 주게. 걸어가면서 또 그분 이야기를 해주게. 그분이 어디 계신가?”
  “초라한 집에 계셔. 친구들 집일거야.”
  “하지만, 그분이 가난하신가?”
  “나자렛의 장인(匠人)이라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이제는 일을 안하시면 뭘로 살아가시나?”
  “그건 여쭈어 보지 않았어. 아마 친척들이 도와드리겠지.”
  “생선이나 빵이나 과일이나 무엇을 좀 가져가는게 나았을텐데. 우리가 선생님에게 말을 물으러 가는데, 그분은 틀림없이 선생님 같고, 그보다도 더한 분인데, 우린 빈 손으로 간단 말이야! 선생님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런게 아니거든...”


  “그렇지만 그분은 다른 선생님들과는 생각이 다르셔. 우리는 야고보하고 나하고 가진 것이 20데나리온 밖에 없었어.

선생님들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관습이 되어 있는 것처럼 그걸 그분께 드렸어. 그렇지만 받지 않으셨어. 그러다가 우리가 간청하니까 하느님께서 그것을 가난한 사람들의 축복과 더불어 너희들에게 갚아 주시기를 바란다. 나와 같이 가자하고 말씀하시고는 그 돈을 즉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셨어. 그 사람들의 집을 알고 계시더구먼.

우리는 그분께 이렇게 여쭤봤지. ‘그럼 선생님은 아무것도 가지시는 것이 없습니까?’하고. 그랬더니 그분은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영광에 유익하다는 기쁨’ 이라고 대답하셨어.

 

   우리는 이런 말도 덧붙여 말했었지. ‘선생님이 저희들을 부르시지만, 저희들은 아주 가난합니다. 저희들은 무엇을 가져와야 합니까?’하고. 그랬더니 그분은 우리에게 정말 하늘나라를 맛보게 하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대답하셨어.

‘그것은 내가 너희들에게 요구하는 큰 보물이다’, 우리는 ‘그렇지만 저희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요?’ 하고 말씀드렸지. 그랬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일곱가지 이름을 가진 보물인데, 그것은 가장 비천한 사람도 가질 수 있고, 아무리 부유한 왕이라도 차지할 수 없는 보물이다. 너희들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원한다. 그 이름을 들어 보아라. 사랑, 믿음, 착한 뜻, 곧은 의향, 절제, 성실성, 희생 정신이다. 이것을 나를 따르는 사람에게서 원하고, 이것만을 원한다. 너희는 이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겨울에 밭이랑에 떨어진 씨앗처럼 잠들어 있다. 그러나 내 봄볕이 거기에서 이삭 일곱개가 나오게 할 것이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아! 그 말을 들으니까 그분이 진짜 선생님이고, 언약된 메시아라는 확신이 생기네. 그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자비하지 않으시고, 돈을 요구하지 않으시는구먼. 그분을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말하기에는 이것이면 충분해.

맘 턱 놓고 가세.”


  -그리고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