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II. 공생활 첫 해 7. 요한과 야고보와의 만남

Skyblue fiat 2016. 2. 10. 01:42

 

II. 공생활 첫 해

 

7. 요한과 야고보와의 만남

 


  요르단 강가의 띠모양의 초록빛 풀무더기를 끼고 걸어가시는 예수님이 보인다. 예수께서는 건너편 베레아로 건너가기 위하여 사람이 많이 다니는 매우 잘 알려진 얕은 곳 근처, 그분이 세례를 받으려고 오신 것을 본 그 자리로 돌아오셨다. 그러나 사람들이 떼를 지어 있던 곳이 지금은 쓸쓸하다. 다만 걸어가거나 말이나 나귀를 타고 가는 길손이 이곳을 지나갈 뿐이다.


   예수께서는 행인들에게는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으시는 것 같다. 당신 생각에 잠기신 듯 북쪽으로 가는 길을 가고 계신다. 건너다니는 여울턱에 오셨을 때에 예수께서는 나이가 비슷하지 않은 한 떼의 사람들과 마주치셨는데, 그 사람들은 흥분하여 토론을 하고 있었는데 서로 헤어져 일부는 남쪽으로 가고 또 다른 일부는 북쪽으로 향한다.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 중에는 요한과 야고보가 있는 것이 보인다.


   요한이 맨 먼저 예수를 보고 형과 다른 동생들에게 그분을 가리킨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말을 좀 하다가 요한이 예수를 따라가려고 빨리 걷기 시작한다. 야고보는 그보다 더 느리게 따라간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는 상관하지 않고 토론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요한이 예수 가까이 그분에게서 겨우 2, 3미터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이렇게 외친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여!”
예수께서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신다. 두 사람은 몇 걸음 떨어져 있다. 그들은 살펴본다. 예수께서는 근엄하고 날카로운 눈길로 바라보시고, 요한은 처녀의 얼굴 같은 매력있는 젊은 얼굴에다 깨끗하고 웃는 눈으로 바라본다. 나이는 스물 안팎으로 보이고, 볼그레한 뺨에는 금빛 베일같아 보이는 금빛 솜털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구를 찾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선생님을 찾습니다.”
  “내가 선생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세례자가 제게 그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나를 어린 양이라고 부르느냐?”
  “선생님이 한달 남짓 전에 어느날 지나가실 때 선생님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게서 무엇을 원하느냐?”
  “저희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너는 누구냐 ?”
  “저는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이고, 이 사람은 제 형 야고보입니다. 저희들은 갈릴래아에서 왔는데, 어부들이고 요한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요한은 저희들에게 생명의 말씀을 했고, 저희는 그분의 말을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하느님을 따르기를 원하고, 메시아가 오시는 것을 맞이하기 위해 마음의 길을 닦아서 속죄함으로 하느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메시아이십니다. 요한은 비둘기의 표가 선생님 위에 내려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 말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들에게 “저분이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 저희들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하고. 저희들은 이제 지도자가 없고, 저희들의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어디 있느냐?”
  “헤로데가 체포하게 해서, 지금 마케론타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저희들 중에서 요한에게 가장 충실한 제자들이 구해내 보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그 곳에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저희들을 선생님과 같이 가게 해 주십시오. 어디 사시는지 가리켜 주십시오.”


  “오너라, 그러나 너희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아느냐? 나를 따르는 사람은 모든 것을, 집도 부모도, 사고방식도, 생명까지도 버려야 한다. 만일 너희들이 원하면 내 제자와 친구로 삼겠다. 그러나 나는 재산도 없고, 보호책도 없다. 나는 머리를 쉬게 할 곳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더 가난하게 될 것이며 길 잃은 양이 늑대들에게 쫓기는 것보다도 더 박해를 당할 것이다. 내 가르침은 원한을 금하니까 요한의 가르침보다도 더 엄격하다. 내 가르침은 외부적인 것보다도 오히려 정신에 더 관계되는 것이다. 너희들이 내 제자가 되고 싶으면 다시 나야 한다. 그러기를 원하느냐?”


  “예, 선생님. 오직 선생님만이 저희들에게 빛을 주는 말씀을 가지고 계십니다.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비탄의 암흑이 있던 곳에 그 말씀이 내려와서 밝은 햇빛을 가져다 줍니다.”
  “그러면 오너라, 그리고 걸어가자. 길을 가면서 너희들을 가르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