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 해
6. “사탄은 언제나 친절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수의 말씀.
“어제는 내 의지가 주는 힘을 네가 가지지 못하였었고, 따라서 너는 반쯤 죽은 사람에 지나지 않았었다. 나는 네 지체를 쉬게 하였고, 네게 괴롭게 여겨지는 유일한 단식재, 즉 내 말을 듣지 못하는 단식재를 지키게 하였다. 가엾은 마리아! 너는 재의 수요일을 지낸 셈이다. 너는 네 선생님을 모시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모든 일에 재맛을 느꼈다. 나는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나타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거기에 있었다.
고민은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아침 네가 잠을 어렴풋이 깼을 때 내가 네게 이렇게 속삭였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천주의 어린 양,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나는 네게 이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게 하였고 나도 동시에 되풀이하였다. 너는 내가 이 주제에 대하여 말할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그때 네게 보여주었고 이제 설명하여 줄 주제이다. 그런 다음 오늘 저녁에는 이 다른 주제를 설명해 주겠다.”
너도 보았지만, 사탄은 항상 호감이 가는 외모를 가지고 보통 모습으로 나타난다. 만일 영혼들이 주의깊고, 특히 하느님과 접촉을 하고 있으면, 그들은 조심성있게 접근하는 이 모습을 알아차려서 재빠르게 마귀의 계략에 저항한다. 그러나 만일 영혼들이 하느님의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들을 사로잡고 귀를 먹게 하는 관능적인 경향으로 인하여 하느님과 갈라져서, 그들을 하느님과 결합시키고 하느님의 힘을 마치 파이프로 흘러들여 보내듯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기도의 도움을 이용하지 않는 영혼들은 해가 없는 것같은 외양속에 숨어 있는 함정을 알아차리기가 어렵고, 그래서 거기에 빠진다. 그런 다음 거기에서 빠져나오기는 매우 어렵다.
사탄이 영혼들에게 도달하기 위하여 더 일반적으로 쓰는 두 가지 길은 관능적인 유혹과 탐식이다.
마귀는 항상 인성의 물질적인 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물질적인 면을 부수고 굴복시킨 다음에는 보다 높은 차원으로 공격해 들어간다. 우선 도덕적인 면을 공격하는데, 그의 교만과 탐욕으로 생각을 공격하고, 다음에는 정신을 공격하여, 거기에서 하느님께 대한 사랑뿐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까지도 없앤다.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 대신 다른 인간적인 사랑들을 갖다놓으면, 하느님의 사랑은 없어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그가 추구하는 향락에 이르고 거기에 점점 더 몰두하기 위하여 사탄에게 송두리째 빠져들어간다.
내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너도 보았지. 침묵과 기도이다. 침묵. 왜냐하면 사탄이 유혹을 시도하여 우리를 꾀려고 하면, 바보스럽게 초조하지 말고 사기를 꺾는 공포를 가지지 말고 그를 견디어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나타나면 단호하게 반항해야 하고, 그의 유혹에는 기도로 저항해야 한다.
사탄과 토론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그는 논리에 능하기 때문에 그가 이길 것이다. 그를 이길 수 있는 것은 하느님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야 하고, 종이나 나무가 아닌, 마음에 쓰여지고 새겨진 이 이름과 이 표를 사탄에게 보여야 한다. 내 이름과 내 표를 말이다. 사탄이 자기가 하느님과 같다고 암시할 때에만 하느님의 말씀을 써서 대꾸를 해야할 것이다. 사탄은 하느님의 말씀은 견디어 내지를 못한다.
그리고 나면 싸움이 끝난 다음 승리가 오고, 천사들이 승리자의 시중을 들고 사탄의 증오에 대하여 보호해 준다.
천사들은 그를 하늘의 이슬로 위로하고, 충실한 아들의 마음에 정신의 애무가 되는 축복과 더불어 듬뿍 부어주는 은총으로 위로한다.
사탄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하느님과 그분의 도움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하고,
기도의 힘과 주의 자비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사탄이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가 없다.
잘 있거라. 오늘 저녁 너를 나머지와 더불어 기쁘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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