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 해
5. 예수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을 당하시다.
요르단강에서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환상을 볼 때에 이미 내 왼쪽에 있는 것을 보았던 돌이 많은 쓸쓸한 곳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제는 파란 물이 천천히 흘러 내려가는 아름다운 강도 보이지 않고, 그 물의 동맥에서 양분을 얻어 강 양쪽 기슭에 강을 따라 형성된 초록색 정맥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내가 그 쓸쓸한 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이 틀림없다. 여기에는 적막과 돌과 누런 먼지 상태로 변한 햇볕에 그을린 흙밖에 아무 것도 없는데, 쉬지 않고 바람이 불어서 먼지의 소용돌이를 만든다. 그 소용돌이들은 열이 있는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메마르고 몹시 뜨거우며, 코와 목 안으로 몰아 들여보내는 먼지 때문에 고통을 주기까지 한다. 여기저기에 아주 드물게 가시 돋힌 작은 나무 덤불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이 황폐한 곳에서 견디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벗어진 사람의 머리통에 몇 군데 드물게 난 머리털 무더기 같다. 위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있고, 아래에는 메마른 땅이 있으며, 그 둘레로는 바위와 적요가 있다. 내 눈에 보이는 자연으로는 이것이 전부이다.
엄청나게 큰 바위에 동굴 하나가 반쯤 되다 말았다. 안쪽으로 끌려 들어간 바위 위에 예수께서 앉으셔서 동굴의 벽에 등을 기대고 계신다. 예수께서는 몹시 뜨거운 태양을 피하여 거기에서 쉬고 계신다. 내 안에서 알려주는 그분은 예수께서 앉아 계시는 바위가 그분의 장궤틀도 되고, 별빛을 받으며 밤의 찬공기 속에서 겉옷을 두르고 몇 시간 동안 쉬실 때에는 베개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사실 바로 곁에, 예수께서 나자렛을 떠나실 때에 메시는 것을 본 배낭이 있다. 이것이 그분의 전재산인데, 배낭이 헐렁한 것으로 보아 마리아가 넣어 주었던 얼마 안되는 음식이 다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께서는 매우 마르고 창백하시다. 팔꿈치를 무릎에 괴시고, 두 손은 깍지끼어 합장하시고 아래팔을 앞으로 내미신 채 앉아 계신다. 묵상을 하시는 것이다. 때때로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시고 파란 하늘 거의 중천에 와 있는 해를 쳐다보신다. 가끔, 그리고 특히 주위를 둘러보시고 하늘 쪽으로 눈을 들어 쳐다보신 다음 현기증이 나는 것처럼 눈을 감으시고 당신의 피난처가 되는 바위에 기대신다.
사탄의 소름끼치는 입이 나타나는 것이 보인다. 사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같은 뿔과 꼬리 따위를 가진 형태를 하고 있지 않다. 그들 특유의 옷을 입고 가면무도회의 로미오의 옷 같은 겉옷을 걸친 베두인 (Bedauin)사람 같다. 머리에는 터반을 둘렀는데 그 자락들이 어깨에까지 내려와 어깨를 덮었고, 얼굴 옆으로 내려와서 그 얼굴에서는 매우 짙은 갈색의 좁은 삼각형과 얇고 뒤틀린 입술과 새까맣고 움푹 들어간 눈만이 보인다. 그 눈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빛이 나온다. 사람의 마음속까지 꿰뚫어보는 눈동자에서는 아무것도 추측할 수가 없고, 오직 수수께끼라는 말 하나만이 나타나 있을 뿐이다. 예수의 눈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예수의 눈도 그 매력적인 신비한 힘으로 우리의 마음 속 깊이 파고 들지만, 거기에서는 그분의 마음에 사람들에 대한 호의와 사랑만이 들어있다고 느끼게 된다. 예수의 눈은 영혼에게는 애무가 된다. 그러나 사탄의 눈은 우리를 찌르고 쓰라리게 하는 이중의 단도이다.
사탄은 예수께 가까이 와서 말한다.
“혼자 계시오?”
예수께서는 대답없이 그를 바라보신다.
“어떻게 여길 오셨소? 길을 잃으셨소?”
예수께서는 다시 그를 바라보시고 말씀을 안하신다.
“내 호리병에 물이 있었으면 드릴텐데, 하지만 난 물이 없소. 내 말이 죽어서 얕은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오. 거기서 물을 마시겠소. 그리고 내게 빵을 줄 사람을 만날 거요. 나는 길을 아오. 같이 갑시다. 내가 길을 인도하겠소.”
예수께서는 이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신다.
“대답을 안하시오? 당신이 여기 그대로 있으면 죽으리라는 것을 아시오? 벌써 바람이 일고 있소. 폭풍우가 몰아닥칠거요. 갑시다.”
예수께서는 묵묵히 기도를 하시며 양손을 꽉 쥐신다.
“아! 역시 당신이군요? 오래 전부터 당신을 찾았는데! 이제는 당신을 살펴본지가 정말 오래 되었소. 당신이 세례를 받은 때부터이지요. 당신은 영원한 분을 부르시오? 그 양반은 아주 멀리 있소. 지금 당신은 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 있소. 그런데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내가 왕이오. 하지만 당신이 불쌍한 생각이 드오. 그리고 당신이 착하고 또 소용은 없지만 당신을 희생하러 왔기 때문에 당신을 돕고 싶소. 사람들은 당신이 착하기 때문에 당신을 미워할거요. 사람들은 돈과 음식과 향락밖에는 이해하지 못하오. 희생, 고통, 순종이라는 말은 그들에게는 죽은 말이오. 이 땅과 이 근처보다도 더 죽은 말이란 말이오. 그런 말들은 이 먼지보다도 한층 더 메마른 것이오. 여기에는 물 기회를 기다리면서 숨어 있는 뱀과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재칼밖에는 없소. 자, 갑시다. 사람들은 누군가 그들을 위해 고통을 당할 만한 자격이 없소. 나는 사람들을 당신보다 더 잘 아오.”
사탄은 예수 앞에 앉았다. 그는 무서운 눈초리로 예수를 속속들이 살펴보며 뱀 같은 입으로 비웃는다.
“당신은 나를 경계하는군요. 그건 잘못이오. 나는 이 세상의 지혜요. 나는 당신이 성공을 거두도록 도와주는 선생 노릇을 할 수 있소. 이거 보시오. 중요한 것은 성공을 거두는 것이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를 인정하게 하고, 그들을 사로잡은 다음에는, 그들을 어디고 마음대로 끌고가게 되는거요. 그러나 우선 그들의 마음에 들게 그들처럼 돼야 하고, 우리가 그들을 우러러보고 그들의 생각을 따른다고 믿게 해서 그들의 마음을 끌어야 하오.
당신은 젊고 아름다우니, 우선 여자부터 얻으시오. 언제나 여자부터 시작해야 하는거요. 내가 여자를 불복종하게 만든 것은 잘못이었소. 여자에게는 달리 조언해야 하는건데 그랬소. 그렇게 했으면 여자를 가지고 더 좋은 연장을 만들어 하느님을 이길 수 있었을거요. 너무 급해서 그랬소. 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내가 언젠가 당신을 천사의 기쁨으로 쳐다볼 때가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 좀 남아 있기 때문이오. 그러니 당신은 내 말을 듣고, 내 경험을 이용하시오. 아내를 얻으시오. 당신이 성공하는 데에서는 당신 아내가 성공할 것이오. 당신은 새 아담이니, 새 하와를 가져야 하오.
그리고 또 만일 당신이 육체적인 감각의 병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하면,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고 고칠 수가 있겠소? 여자가 정열과 교만의 풀이 나는 씨라는 것을 모르시오? 왜 사람은 지배하기를 원하는 거요? 왜 사람이 돈이 많고 세력이 강하기를 원하는거요?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서요. 여자는 종달새와 같소. 여자에게는 그를 끌어당기는 반짝거리는 빛이 필요하오. 황금과 지배가 여자들의 마음을 끄는 거울의 양면이고, 세상의 악의 원인이오. 보시오, 여러 가지 모양을 가진 천개의 범죄 뒤에는 적어도 9백개가 여자를 차지하고자 하는 갈망이나, 남자가 아직 만족시켜 주지 못하거나 더 이상 만족시켜 주지 못하게 된 욕망으로 불타는 여자의 의도에 뿌리박고 있소.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거든 여자에게로 가시오. 그런 다음에만 인류의 악을 치료하고 고칠 수 있을거요, 아시겠소? 여자는 아름답소! 세상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아무것도 없소. 남자는 사고력과 힘을 가졌소. 그러나 여자는! 여자의 생각은 향수와 같고, 여자와의 접촉은 꽃이 애무하는 것과 같소. 여자의 우아함은 취하게 하는 포도주와 같고, 그의 약함은 남자의 손 안에 들어 있는 비단실타래나 아기의 곱슬곱슬하게 말린 머리털 같소. 여자의 애무는 우리 힘에 전달되어 그것을 불질러 놓는 힘이오. 남자가 여자 곁에 가 있으면 고통이 사라지고, 피로와 근심걱정이 없어지오. 여자는 우리 품안에서는 꽃다발과 같소.
하지만, 내가 어지간히 얼빠진 사람이군요! 당신은 지금 시장한데, 나는 여자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오. 당신은 기력이 다 없어졌소. 그런 이유로 땅의 이 향기, 우주의 이 꽃, 사랑을 주고 또 일으키는 이 실과가 당신에게는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거요. 하지만 이 돌들이 얼마나 둥글고 반들반들하며, 넘어가는 햇빛을 받아 얼마나 금빛을 띠고 있는지 보시오. 꼭 빵같지 않소? 하느님의 아들인 당신이니, “그렇게 되어라” 하고 말하기만 하면, 이 시간에 주부들이 가족들의 식사에 쓰려고 화덕에서 꺼내는 것과 같은 맛있는 냄새가 나는 빵같이 될거요. 그리고 아주 메마른 저 아카시아나무에도 당신이 원하기만하면 꿀같이 단 야자대추와 맛있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릴 수 있지 않소? 하느님의 아들, 실컷 잡수시오. 당신은 이 땅의 주인이니, 이 땅은 당신 발 아래 엎디어 당신의 허기를 달래줄거요.
당신이 빵 소리만 듣고서도 얼마나 얼굴이 창백해지고 비틀거리는지 알겠지요. 불쌍한 예수! 당신은 기적을 명할 수가 없게 될 정도로 약해졌소? 당신을 대신해서 내가 그렇게 할까요? 나는 당신 수준에까지는 미치지 못하오. 그러나 나도 무엇인가 할 수가 있소. 일년 동안 내 힘을 포기하고, 그 힘을 모두 모으겠소. 하지만 당신은 착하고, 또 이제는 당신을 내 하느님이라고 부를 자격을 잃었지만,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내 하느님이기 때문에 봉사하고 싶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게 당신 기도로 도와주시오….”
“입 다물어라.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고 기록되어 있다.”
마귀는 심한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는 이를 갈고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러나 자제하고, 그의 악물었던 이가 느슨하게 되면서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다.
“알겠소. 당신은 이 세상의 필요한 것들을 초월했고, 나를 사용하는 것에 혐오감을 느낀단 말이지요. 내가 그런 취급을 받아 마땅하오. 하지만, 그렇다면 이리 와서 하느님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시오. 사제들도 얼마나 정신과 육체 사이에서 타협하기를 거부하지 않는지 보시오. 결국 그들도 사람이지 천사가 아니거든요. 정신적인 기적을 하나 행하시오. 내가 당신을 성전 첨탑으로 데리고 갈테니 그 위에서 놀랄 만큼 아름답게 변모하시오. 그런 다음 천사들의 무리들을 불러 날개들을 서로 얽히게 해서 당신의 발을 놓을 발판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당신을 큰 마당에 내려가게 하라고 말하시오. 사제들이 당신을 보고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시오. 사람은 아주 잘 잊어버리고, 특히 정신적인 것에 대해서는 더 그러하니까 때때로 그런 표시가 필요하오. 천사들은 당신에게 발을 얹어놓을 것을 마련해 주고, 당신이 내려갈 수 있게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을 얼마나 기뻐할지 당신도 알지요.”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는 말씀도 성서에 있다.”
“당신이 나타나도 사태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성전은 계속 장마당과 타락의 장소으로 남아 있으리라는 것을 당신도 아는군요. 성전에 있는 사제들의 마음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 서로 잡아먹는 독사의 소굴이라는 것을 하느님으로서의 당신의 지혜가 알고 있는 거지요. 그들을 길들일 수 있는 것은 인간적인 능력 밖에는 없소.
그러니 이리 와 내게 경배하시오. 내가 당신에게 이 세상을 주겠소. 알렉산데르와 키루스와 케사르 따위 과거의 모든 가장 위대했던 정복자들이나 아직도 살아 있는 모든 위대한 정복자들도 당신의 왕권으로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을 다스리고, 또는 왕국들과 더불어 이 세상의 모든 부와 광휘와 여자들과 말들과 군사들과 신전들을 가질 당신과 비교하면 흔해빠진 대상의 두목과 같은거요. 당신이 왕중의 왕과 세상의 지배자가 되면 당신의 표를 어디에나 세울 수 있을거요. 그 때에는 백성과 사제들이 당신에게 복종하고 당신을 존경할거요. 당신이 세력있고 유일한 사람이고 지배자일 것이기 때문에 모든 계급의 사람이 당신을 공경하고 섬길거요.
잠깐만 내게 경배하시오! 경배를 받고 싶어하는 갈망을 내게서 없애 주시오! 나는 그것 때문에 지옥에 떨어졌소. 그러나 그 갈망은 그대로 내게 남아서 나를 불태우고 있소. 내 속을 태우는 이 극심한 갈증에 비하면 지옥의 불길은 서늘한 아침공기와 같소. 이 갈증이 내 지옥이오. 오 착한 당신, 그리스도여, 잠깐만, 다만 한순간만! 영원히 고통을 당하는 자에게 한 순간의 기쁨을! 하느님 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맛보게 해 주시오. 그러면 일생동안 당신의 계획을 위해 당신에게 충실하고 노예와 같이 복종하겠소. 잠깐만! 다만 한순간만, 그러면 다시는 당신을 괴롭히지 않겠소!” 그러면서 사탄은 무릎을 꿇고 간청한다.
반대로 예수께서는 일어나셨다. 그렇게 여러 날동안 단식을 하신 뒤라 더 야위셔서 키가 한층 더 커진 것 같다. 그분의 얼굴은 무섭게 준엄하고 힘차다. 그분의 눈은 불꽃를 내뿜는 사파이어 같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서에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고 하였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 그분의 목소리는 바위가 움푹하게 된 곳에 메아리를 일으키고 바위들과 황량한 땅에 터지는 천둥소리와 같다.
사탄은 저주받은 자의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증오의 찢어지는 듯한 고함을 지르며 펄쩍 뛰어 일어나는데, 그 격노를 폭발시키는 그 몰골이 보기에 무시무시하다. 그런 다음 그는 다시 한번 저주하는 고함소리를 지르며 사라진다.
예수께서는 피곤하셔서 앉아 머리를 뒤로 젖혀 바위에 기대신다. 기진맥진하신 것 같다. 땀을 흘리신다. 그러나 천사들이 날개짓으로 동굴 안의 숨막힐 듯한 공기를 갈고, 깨끗하게 하고 시원하게 한다. 예수께서는 눈을 뜨시고 빙그레 웃으신다. 나는 예수께서 무엇을 드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천국의 향기로 영양을 취하시고, 그것으로 원기를 회복하신 것 같다.
해는 서쪽으로 사라진다. 예수께서는 빈 배낭을 집어드시고, 날이 빨리 어두워지는데 그분의 위로 날아다니며 아득한 빛을 내는 천사들이 모시는 가운데, 동쪽으로, 아니 그보다도 동북쪽으로 향하신다. 예수께서는 여느 때의 얼굴 표정을 다시 찾으셨고, 다시 자신 있는 걸음을 옮기신다. 그분에게는 오랜동안의 단식의 기념물 모양으로 야위고 창백한 얼굴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쁨으로 넋을 잃은 눈과 더불어 더 고행자다운 모습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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