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 애논을 향하여
1947. 3. 3.
예수께서는 혼자서 스켐을 내려다보는 산비탈 위에 있는 거대한 참나무 아래 앉아 묵상하고 계신다. 아침햇살 아래 장밋빛 흰색을 띤 도시는 저 아래 산의 보다 낮은 비탈들 위에 펼쳐져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것은 큰 아이가 비스듬한 초록 풀밭에 거대한 한 줌의 흰 블록들을 쏟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두 개의 물줄기들이 가까이에서 솟아올라 도시 주위에서 은청색의 반원형을 만들어놓는다. 그러다가 그것들 중 하나는 흰 집들 사이로 졸졸거리고 반짝이며 들어왔다가 나가서 초록빛 나무들 사이로 흘러 올리브밭들과 풍요로운 과수원들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요르단 강을 향하여 흘러간다.
다른 한 물줄기는 크기가 더 작은데, 성곽 밖에 남아서 그것들 곁에서 거의 찰랑거리며 기름진 채소밭들을 적셔준다. 그 다음에 그것은 토끼풀들의 두상화(頭狀花)로 붉게 물들여진 풀밭들에서 풀을 뜯고 있는 흰 양떼들에게 물을 먹이도록 흘러 나간다.
예수 앞의 조망은 넓게 탁 트여 있다. 점점 더 낮게 물결치는 야산들 너머로 초록빛 요르단 강의 계곡이 축소판으로 보이고, 그 너머로 요르단 강 건너편의 산들이 보이는데, 그 산들은 동북쪽으로 하우란의 독특한 봉우리들에서 끝난다. 그 산들 뒤에서 떠오르고 있는 해는 창공의 터키석 빛 베일 위에 수평으로 펼쳐놓은 세 개의 가벼운 가느다란 리본들을 닮은 이상한 세 덩어리의 구름들을 비추고 있다. 세 개의 길고 좁은 구름 덩어리들의 가벼운 천은 값진 어떤 값진 산호들의 오렌지핑크색이 되어 있다. 하늘은 이 가벼운 철책에 의하여 빗장 질러진 것처럼 보이는데, 매우 아름답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응시하신다. 다시 말해 그분께서는 생각에 잠기신 채 그 방향을 바라보신다. 나는 그분께서 그것을 보시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리시고, 한 손은 오목한 손바닥으로 턱을 받치신 채 그분께서는 바라보시고, 생각하시고, 묵상하신다. 새들이 그분의 머리 위로 즐겁고 요란하게 지저귀며 주위를 날아다닌다.
예수께서는 아침 햇빛을 받으며 점점 더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스켐을 내려다보신다. 지금까지는 홀로 전체의 경치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던 목자들과 양떼들에 지금은 여행자들의 무리와 가축들의 방울소리들이 섞이고, 나귀들의 방울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들과 발소리들과 말소리들이 섞인다.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도시와 밤의 휴식을 끝내고 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그분에게까지 들려온다.
그분께서는 일어서신다. 그분께서는 한숨을 쉬시며 그분께서 계셨던 조용한 자리를 떠나 지름길을 따라 빠른 속도로 시내를 향하여 내려오신다. 그분께서는 야채 재배자들의 무리와 여행자들의 무리들 가운데로 들어오신다. 야채 재배자들은 그들의 물건을 내려놓느라 분주하고, 여행자들은 길을 떠나기 전에 물건을 사느라고 서두른다.
장마당 한 구석에서는 벌써 사도들과 여자제자들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고, 그들 주위에는 에프라임, 실로, 레보나 사람들과 많은 스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로 가시어 인사하신 다음에 사마리아 사람들에게 말씀하신다.
“그럼 지금 작별합시다. 여러분의 집으로 돌아가시오. 내 말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의덕 안에서 자라시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가리옷의 유다에게 말씀하신다. “너는 내가 너에게 말한 대로 모든 지방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었느냐?”
“예, 저는 나누어주었습니다. 에프라임 사람들만 빼놓고는요.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몫을 받았으니까요.”
“그럼 가시오.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위로받게 하시오.”
“저희는 그들을 대신하여 당신을 찬미합니다.”
“여자제자들을 찬미하시오. 그들이 나에게 그 돈을 주었습니다. 가시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그들은 마지못해 슬퍼하며 간다. 그러나 그들은 순종한다.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여자제자들과 함께 남아 계신다. 그분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애논으로 갈 것이다. 나는 세례자의 고장을 방문하고 싶다. 그 다음에 나는 계곡의 길로 내려오겠다. 그 길이 여자들에게는 더 편하다.”
“오히려 사마리아 길로 가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설혹 우리가 노상강도들의 소굴 근처에 있는 길로 간다 해도, 우리는 그들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나와 함께 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다. 애논까지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안식일 다음날까지 여기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날 나는 티르차로 갈 터이니 누구든 여기 남아 있는 사람은 그곳에서 나와 합류할 수 있다.”
“사실 저는… 여기 남아 있는 편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저는 건강이 썩 좋지 않고… 피곤합니다…”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우리도 그것을 알 수 있네. 자네는 몸이 불편한 사람처럼 보여. 자네는 정말로 우울해보이고, 기분이나 안색이 안 좋아 보여. 나는 한참 동안 자네를 살펴보고 있네…”
베드로가 말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몸이 좋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그러나…”
“그렇게 했다면 자네는 그것을 좋아했겠나? 나는 자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당최 모르겠네. 그렇지만 만일 자네가 그것을 좋아한다면, 지금 나는 자네에게 묻겠네. 그리고 나는 자네를 돌보아주기 위하여 기꺼이 자네와 함께 여기 남아 있겠네…”
베드로가 참을성 있게 그에게 대답한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그저 피곤한 것뿐이야. 자네는 가게, 가! 나는 여기 그대로 있을 테니까.”
“나도 남아 있겠어요. 나는 늙었으니까. 나는 쉬면서 어머니로서 당신을 도와주며 쉬겠어요.”
갑자기 엘리자가 말한다.
“당신이 남아 있겠다고요? 당신이 말하기는…”
살로메가 말을 끊는다.
“만일 모두들 간다면, 나도 혼자 여기 남아 있기 않기 위해서 갈 거예요. 그렇지만 유다가 여기 머물러 있겠다니까…”
“그럼 저도 가겠어요. 저는 당신이 저 때문에 희생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세례자의 은신처를 보시기 위하여 기꺼이 그리로 가시겠지요…”
“나는 벳 추르 사람이지만, 선생님께서 탄생하신 동굴을 보러 베들레헴에 갈 필요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것은 내가 더 이상 그분을 모시고 있을 수 없을 때 할 일입니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요한이 있었던 곳을 몹시 보고 싶은 갈망으로 불타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어요… 나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순례보다 더 가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사랑을 실천하기를 원해요.”
“당신은 선생님을 비난하고 계십니다. 당신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세요?”
“나는 나 자신을 위하여 말하고 있어요. 그분께서는 거기 가실 터인데, 그것은 잘하시는 일이에요. 그분께서는 선생님이시니까요. 나는 늙은 여자이고, 고통으로 인하여 모든 호기심이 사라졌고,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인하여 그분을 섬기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욕망을 잃었어요.”
“그럼 당신에게는 저를 염탐하는 것이 섬김이로군요.”
“당신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을 하려고 하나요? 해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감시당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여보세요, 나는 누군가를 염탐한 적이 전혀 없어요. 나는 뱀들의 부류에 속하지 않아요. 그리고 나는 배반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당신의 유익을 위하여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내가 여기 남아 쉬는 것을 왜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는지 나는 이해가 안 되는군요.”
지금까지 작은 말다툼에 놀란 다른 사람들 가운데에서 침묵하며 듣고 계셨던 예수께서 약간 숙이고 계셨던 고개를 드시며 말씀하신다.
“이제 그만해라. 너보다 나이든 여자도 더 많은 이유들로 인하여 네가 가진 것과 같은 욕망을 가질 수 있다. 너희 두 사람은 안식일 다음날 새벽까지 여기 남아 있다가 그 다음에 나와 합류해라. 유다야, 그 동안에 가서 우리에게 며칠 동안 필요한 것들을 사오너라. 가거라. 빨리 다녀오너라.”
유다는 마지못해 음식물을 사러 간다.
안드레아가 그를 따라가려고 하는데, 예수께서 그의 팔을 잡으시며 말씀하신다.
“여기 머물러 있어라. 유다는 혼자서 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대단히 엄하시다.
엘리자는 그분을 쳐다보다가 그분께 다가가 말씀드린다.
“선생님, 만일 제가 당신을 언짢게 해드렸다면,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아주머니, 나는 당신을 용서할 것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저 사람이 마치 당신의 아들인 것처럼 저 사람을 용서하십시오.”
“저는 그런 감정을 가지고 그 사람 옆에 남아 있으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정반대로 생각하지만요… 당신께서는 저를 이해하시지요…”
“예, 그래서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께 말하겠는데, 제가 있었던 곳들에 대한 순례여행이 내가 더 이상 여러분 가운데 있지 않게 될 때는 필요한 일, 여러분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이 될 것이라는 당신의 말씀은 옳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 순례들은 여러분의 예수의 소원들을 섬기는 일일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무모한 영혼을 가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희생하시니 당신은 제 소원 중의 하나를 이해하신 것입니다.”
사도들은 서로를 쳐다본다… 여자제자들도 그렇게 한다. 마리아만이 그분의 베일로 완전히 가리고 계시면서 누군가를 쳐다보시려고 얼굴을 들지 않으신다. 재판하고 있는 여왕처럼 똑바로 서 있는 막달라의 마리아는 물건 파는 사람들 가운데로 돌아다니는 유다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는데, 분노로 불타는 그녀의 두 눈과 다문 두 입술은 경멸감을 드러낸다. 그녀의 표정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유다가 돌아온다. 그는 자기가 사온 것을 자기의 동료들에게 건네준다. 그는 자기가 산 물건들을 운반해오는 데 사용한 겉옷을 바로잡는다. 그 다음에 그는 예수께 돈주머니를 드리는 몸짓을 한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손으로 밀어내신다.
“그것은 필요 없다. 동냥 주는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리아가 우리와 함께 있다. 여기서는 네가 자선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해야 한다. 요사이는 예루살렘 쪽으로 가려고 사방에서 내려오는 거지들이 많이 있다. 하느님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그분의 자비와 그분의 빵을 구걸하는 거지들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편견 없이 사랑으로 봉헌금을 주어라… 잘 있어라. 엘리자 아주머니, 안녕히 계세요. 평화가 당신들과 함께 있기를.”
그분께서는 유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주지 않으시고 재빨리 돌아서서 그분 가까이에 있는 길을 따라 결연한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신다.
그들 모두가 말없이 그분을 따라간다. 그들은 시내에서 벗어나 매우 아름다운 벌판을 통하여 동북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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