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다른번역)/6권 공생활 셋째 해(2)

하사시 6권 [413. 베타니아에서 414. 예수와 예리코로 가는 길에 있는 거지]

Skyblue fiat 2025. 11. 14. 08:32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6권 공생활 셋째 해(2) p124 ~p134 

 

413. 베타니아에서


1946. 4. 11.

 예수께서 베타니아에 도착하실 때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더위에 지치고 먼지를 뒤집어쓴 그분의 사도들이 그분을 뒤따른다. 올리브 산에서 베타니아의 언덕까지 이어지는, 나무그늘이 거의 없는 길에서 화덕처럼 푹푹 찌는 더위를 용감하게 무릅쓰는 사람들은 오로지 예수와 사도들뿐이다. 여름이 맹위를 떨친다. 그러나 증오는 훨씬 더 끓어오른다. 밭들은 곡식이 거두어져서 헐벗었고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어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화덕들과도 같다. 예수의 원수들의 영혼들은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정직성도, 인간적인 윤리성도 전혀 없이 증오로 타오르고 있다…

예수에게는 베타니아라는 한 집, 한 피난처밖에 없다. 사랑, 위안, 보호, 충성이 여기 있다… 박해받는 순례자는 흰 옷을 입고, 슬퍼하는 얼굴로, 원수들에게 뒤에서 바싹 쫓기고 있기 때문에 멈출 수 없는 사람의 피로한 발걸음으로 하느님에 대한 순종으로 인하여 받아들이시는, 매 시간, 매 걸음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이미 보고 있는 사람의 체념한 시선으로 그 집을 향하여 가고 계신다.

넓은 정원 한가운데 있는 집은 서늘해지는 시간들을 기다리며 문이 닫힌 채 침묵하고 있다. 정원은 비어 있고, 사람이 없으며, 태양만이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다.

토마스가 큰 바리톤 목소리로 부른다.

커튼이 당겨지고, 한 얼굴이 내다본다… 그 다음에 한 외침이 들린다.

“선생님이시다.”

하인들이 달려 나오고, 놀란 여주인들이 그들을 뒤따라 나온다. 그들은 분명히 하루 중 이토록 더운 시간에 예수께서 오실 줄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Rabboni)!”

“나의 주님!”

마르타와 마리아가 이미 몸을 숙이고 땅에 엎드릴 자세를 취하며 멀리서 인사하고, 대문이 열리자마자 땅에 엎드린다. 예수께서는 이제 바로 그들 가까이에 계신다.

“마르타, 마리아. 너희와 너희 집에 평화!”

“선생님이시며 주님이신 당신께 평화… 그러나 왜 이런 시간에?”

두 자매가 예수께서 자유롭게 말씀하실 수 있도록 하인들을 보내면서 여쭙는다.

“내가 미움 받지 않는 곳에서 육체와 영을 쉬게 하려고…”

예수께서 서글프게 말씀하시며 ‘너희는 나를 받아주겠느냐?’ 하고 말씀하시려는 것처럼 두 손을 내미시며 말씀하신다. 그분께서는 미소 지으려고 애써보시지만, 그분의 슬퍼하는 두 눈은 그분의 서글픈 미소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이 당신께 해를 끼쳤습니까?”
마리아가 분노로 얼굴이 상기되어 묻는다.

“당신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마르타가 물으며, 어머니답게 덧붙인다.


“이리 오십시오. 저는 다과를 드리겠습니다. 얼마나 먼 길을 걸으셨기에 당신께서는 이렇게 지치셨습니까?”

“새벽부터… 그리고 나는 쉬지 않고 걸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산헤드린 위원 헬카이의 집에서의 짧은 휴식은 먼 여행보다 더 나빴으니까…”

“그들이 거기서 당신을 괴롭혔습니까?”

“그렇다… 그리고 그 전에 성전에서부터…”

“그렇지만 당신께서는 왜 그 뱀의 집에 가셨습니까?”
마리아가 묻는다.

“왜냐하면 만일 내가 가기를 거절했다면, 그것은 그의 증오를 정당화했을 수 있고, 내가 산헤드린 위원들을 업신여겼다고 나를 고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가든, 가지 않든 바리사이들의 증오는 극에 달했다… 더 이상 휴전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저희와 함께 머무르십시오. 여기서는 그들이 당신을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내 사명에 실패할 것이다… 많은 영혼들이 그들의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가야 한다…”

“그들은 당신께서 가시지 못하도록 막을 것입니다.”

“아니다. 그들은 내 걸음 하나하나를 살펴볼 수 있도록 나를 걷게 하고,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검사하기 위하여 나로 하여금 말하도록 허용하고, 잘못으로 보일 수 있을 무엇인가를… 얻기 위하여 먹잇감을 추적하는 사냥개처럼 나를 감시하고, 박해할 것이다.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항상 그토록 공손한 마르타가 너무 연민을 느낀 나머지 그분의 야윈 뺨을 쓰다듬으려는 것처럼 자기의 한손을 들다가 멈칫하며 얼굴을 붉힌 채로 말한다.

“저를 용서해주세요! 당신께서는 라자로 오빠처럼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주님, 당신을 고통당하는 오빠처럼 사랑한 것에 대하여 저를 용서하십시오!”

“나도 고통당하는 형제다… 순수한 자매의 사랑으로 나를 사랑해라… 그런데 라자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주님, 제 오빠는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대답한다. 이 고백이 몹시 괴로워하시는 자기의 선생님을 뵙는 고통과 합쳐져 이미 눈에 글썽거리고 있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놓고야 만다.

“마리아야, 네 오빠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울지 마라.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있다. 우리는 그 뜻을 행할 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울어야 한다…”

마리아는 상체를 숙여 예수의 손을 잡고, 그분의 손가락들의 끝에 입 맞춘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집에 이르러 안으로 들어가 즉시 라자로에게 간다. 그 동안에 사도들은 하인들이 가져온 것을 먹고 마시며 쉰다.

예수께서는 수척한, 점점 더 수척해진 라자로에게 상체를 숙이시고, 그분의 소중한 친구를 달래주시려고 그에게 입 맞추신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저를 몹시도 사랑하시는군요! 당신께서는 저에게 오시기 위하여 저녁때까지 기다리지도 않고 오셨으니 말입니다. 이 더위에요…”

“내 소중한 벗이여! 나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을 즐기고, 당신도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즐겨요. 그 나머지는 문제되지 않소.”

“맞습니다.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고통마저도 더 이상 저에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왜 고통을 당하는지, 고통을 통하여 제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압니다.”

라자로가 친밀하고 영적인 미소를 짓는다.

“그렇습니다, 선생님. 우리 라자로 오빠는 자기가 병든 것을 기뻐하고 있다고 거의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마르타의 목소리가 흐느낌에 막혀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래. 너는 ‘죽음도’라고 솔직히 말해도 된다. 선생님, 제 동생들에게 레위인들이 사제들을 돕듯 저를 도와야 한다고 말씀해주십시오.”

“내 벗이여, 무엇을 하라고요?”

“희생을 바치라고요…”

“하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오빠는 죽음을 생각하며 떨고 있었는데! 그러니 오빠는 더 이상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요? 오빠는 더 이상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아요? 오빠는 선생님을 섬기기를 원치 않아요?…”

더 강인하지만, 슬픔으로 얼굴이 창백해진 마리아가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 오빠의 누르스름한 손을 어루만진다.

“그런데 너는 그것을 나에게 그걸 물어보고 있니? 열렬하고 관대한 영혼인 바로 네가? 나는 네 오빠가 아니니? 나는 네가 가진 피와 같은 피를 가지고 있지 않고, 네가 가진 것과 같은 사랑, 예수님, 영혼들 그리고 내 사랑하는 동생들인 너희를 사랑하지 않니?… 그러나 파스카 때부터 내 영혼은 위대한 말씀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사랑한다. 나의 주님, 저는 당신의 의향에 따라 제 죽음을 당신께 바칩니다.”

“그럼 당신은 더 이상 병을 고쳐달라고 나에게 청하지 않을 작정이오?”

“예, 선생님. 저는 당신께 제가 고통당하고… 죽을 줄… 알도록, 그리고 만일 제가 너무 많이 청하는 것이 아니라면, 구속할 줄 알도록… 저를 축복해주시기를 청합니다… 당신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소.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힘을 주기 위하여 당신에게 강복하오.”

예수께서 그에게 손을 얹으시고 나서 그에게 입 맞추신다.

“선생님 저희와 함께 계시면서 저를 가르쳐주십시오…”

“라자로, 지금 당장은 안 되오. 나는 머무르지 않을 작정이오. 나는 몇 시간 동안만 여기 있으려고 왔소. 나는 밤에 떠날 작정이오.”

“그런데 왜요?”

실망한 세 남매가 묻는다.

“내가 머물러 있을 수 없어서요… 나는 가을에 다시 오겠소. 그때… 나는 오래 머무르며 이곳과… 이 인근에서 많은 일을 하겠소.”

슬픈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마르타가 그분께 간청한다.

“최소한 좀 쉬기라도 하시고, 다과라도 좀 드십시오…”

“너희의 사랑만큼 내 기운을 더 돋우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사도들을 쉬게 해주어라. 내가 너희와 함께 여기 이렇게 평화 안에 있게 해다오.”

마르타는 울면서 나갔다가 찬 양젖 잔들과 약간의 때 이른 과일들을 가지고 돌아온다.

“사도들은 이미 요기했고, 피곤에 지쳐서 지금 자고 있습니다. 나의 선생님, 당신께서는 정말로 쉬지 않으시겠습니까?”

“마르타야, 고집하지 마라. 새벽이 되기 전에 그들은 나를 찾아 이리로, 겟세마니로, 요안나의 집으로, 나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모든 집으로 올 것이다. 그러나 새벽에 나는 이미 멀리 가 있을 것이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어디로 가실 겁니까?”

라자로가 묻는다.

“예리코 쪽으로, 그러나 나는 평소에 다니는 길로는 가지 않겠소… 나는 트코아 쪽을 향하여 가다가 예리코 쪽으로 돌아오겠소.”

“이 계절에는 힘든 여행인데요!…”
마르타가 속삭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길은 한적하다. 우리는 밤에 걸을 것이다. 밤은 달이 뜨기 전에도 밝고… 빨리 새벽이 된다…”

“그 다음에는요?”
마리아가 묻는다.

“그 다음에 나는 요르단 강 건너로 갔다가, 사마리아 북쪽 고지대에서 강을 건너 이 지역으로 오겠다.”

“빨리 나자렛으로 가십시오. 당신께서는 피곤하십니다…”
라자로가 말한다.

“나는 먼저 해안지방으로 가야 하오… 그 다음에… 나는 갈릴래아로 가겠소. 그러나 그들은 거기서도 나를 박해할 거요…”

“거기서는 당신께서는 항상 당신을 위로해주실 어머니와 함께 계실 것입니다.”
마르타가 말한다.

“그렇다, 가엾은 내 어머니!”

“선생님, 막달라의 집은 당신의 것입니다. 아시지요.”

마리아는 그분께 상기시켜드린다.

“나도 안다. 마리아야. 나는 모든 선과 모든 악을 안다…”

“이렇게 헤어지다니!… 그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당신께서 이곳에 다시 오실 때 제가 여전히 살아 있겠습니까, 선생님?”

“의심하지 마시오. 울지 마시오… 우리는 이별에도 익숙해져야 하오. 이별은 애정들의 강도를 시험하는 데 유익하오.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들은 우리가 멀리서 영혼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더 잘 이해되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인간적인 즐거움에 우리가 유혹당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영혼과 사랑에 대하여 묵상할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자아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가지게 되오…

나는 당신들이 당신들의 선생을 생각하며, 조용히 내 행위들과 사랑을 보고 관조할 때 그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오.”

“오! 선생님! 그러나 저희는 당신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나도 당신들을 의심하지 않소. 나도 아오. 그러나 당신들은 나를 더 잘 알게 될 거요. 나는 당신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나를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겠소. 나는 다만 나를 위하여 기도하라고만 말하오.”

라자로와 그의 여동생들이 운다… 예수께서 그토록 슬퍼하시니…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신들은 무엇을 원하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 가운데 사랑을 두셨소.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증오로 대체했소… 증오는 원수들만을 서로 갈라놓지 않고, 친구들을 갈라놓으려고 암시하고 있소.”

오랜 침묵이 흐른다.
그 다음에 라자로가 말한다.

“선생님, 얼마 동안 팔레스티나를 떠나계십시오…”

“안 되오. 내가 살고, 복음을 전하고, 죽을 내 자리는 여기요.”

“그러나 당신께서는 요한과 그리스 여자를 돌보아주셨지요. 가서 그들과 머무르십시오.”

“아니오. 그들은 구원되어야 했소. 나는 구원해야 하오. 이것이 모든 것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차이요. 제단이 여기 있고, 강단도 여기 있소. 나는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소.

어쨌든… 당신은 그렇게 한다고 결정된 것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오? 아니오.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바꾸어지지 않소.

그것은 단지 메시아의 모습의 영적 순수성을 흐리게 할 뿐이오. 나는 도망쳐 자기의 목숨을 보전하는 ‘겁쟁이’가 될 거요. 나는 현재와 미래 세대들을 위하여 하느님에 관한 일들과 거룩한 일들에 있어 겁쟁이가 되면 안 된다는 본보기를 세워야 하오…”

“선생님, 당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라자로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마르타가 커튼을 한쪽으로 젖히면서 말한다.
“당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해가 졌습니다…”

“마리아는 마치 이 말이 지금까지 그녀의 슬픔을 조용한 눈물로 제한하고 있던 그녀의 정신적인 용기를 부숴놓을 힘이라도 가진 양 몹시 괴로워하며 운다. 그녀는 바리사이의 집에서 구세주의 용서를 눈물로 간청할 때보다 더 가슴이 미어지듯이 울고 있다.

“나는 왜 그렇게 울고 있니?”
마르타가 묻는다.

“언니, 언니가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야. 선생님께서 가려고 하신다니… 이제는 태양이 빛나지 않아… 이제는 나와 우리에게 태양이 없어졌어.”

“침착해라. 나는 너희에게 강복한다. 내 강복이 너희와 함께 남아 있기를. 이제 나를 라자로와 함께 있도록 놔두어라. 라자로는 피로에 지쳐 있고, 평온을 필요로 한다. 나는 내 친구를 돌보면서 쉬겠다. 사도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어두워지면 그들이 떠날 준비가 되도록 확인해라.”

두 여자제자들은 물러가고, 예수께서는 생각에 잠겨 고통당하는 친구 곁에 말없이 앉아 계신다. 라자로는 그분께서 이토록 가까이 계시는 것을 기뻐하며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띤 채 잠이 든다.

 


 

414. 예수와 예리코로 가는 길에 있는 거지

1944. 5. 17.

나는 예수께서 먼지가 자욱하고 햇살이 내리쬐는 간선도로 위에 계시는 것을 본다. 그곳에는 한 뼘의 그늘도 없고 한 포기의 풀도 없다. 길 위와 길옆의 황무지 들판에는 먼지만이 있을 뿐이다. 이곳에는 확실히 갈릴래아의 완만한 산들도 없고, 나무가 있고, 물과 목장들이 그토록 많은 유다의 산들도 없다. 이곳의 땅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사막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경작하지 않은 채로 놓아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된 땅이다.

이곳은 평야이고, 가까운 곳은 물론 먼 곳까지도 야산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팔레스티나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기가 어느 지방인지 말할 수 없다. 이곳은 확실히 내가 지금까지의 환시에서 본 적이 없는 지방이다.

길 한편에 깨진 돌들의 무더기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아마 길을 보수하기 위하여 쌓아둔 것 같다. 길이 매우 한심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먼지가 두껍게 깔려 있어 발이 푹푹 빠질 지경이다. 비가 오면 흙탕물의 개울이 될 것이 틀림없다. 길 가까이나 멀리 집 한 채도 보이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여느 때처럼 사도들보다 몇 미터쯤 앞서 가시고, 사도들은 더위와 피로에 지친 채 무리를 지어 그분을 따라오고 있다. 햇볕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들은 겉옷을 머리 위로 치켜 올리고 있어 다채로운 색상의 옷을 입은 신심단체처럼 보인다.

반면 예수께서는 머리에 아무것도 쓰고 계시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햇빛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분께서는 소매가 짧은 흰 아마포 튜닉을 입고 계신다. 그 옷은 아주 넓고 헐렁하다. 그분께서는 늘 띠고 계시는 노끈 허리띠도 착용하지 않고 계신다.

그분의 옷은 이 뜨거운 지방에 아주 적합한 복장이다. 그분의 겉옷도 아주 가볍고, 보통 때보다 이렇게 덜 감긴 채로 그분의 몸 위로 헐렁하게 늘어뜨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하늘색 아마포로 지은 것이 틀림없다. 그분의 양어깨는 덮여 있지만, 양팔은 자유롭다. 나는 그분께서 어떻게 그런 상태를 유지하도록 그 겉옷을 그렇게 고정시키셨는지 알지 못한다.

한 남자가 깨진 돌들의 무더기 위에 앉아 있다. 아니 반쯤 누워 있다. 그는 영락없는 거지다. 그는 더럽고 누더기가 된 짧은 옷(그것을 옷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을 입고 있는데, 그 옷은 아마 한 때는 흰색이었겠지만, 지금은 진흙색이다. 그는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샌들 두 짝을 두 개의 노끈으로 매서 신고 있다. 그는 나뭇가지로 된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있다.

그의 이마에는 더러운 붕대가 감겨 있고, 왼쪽무릎과 엉덩이 사이의 넓적다리에는 더럽고 피로 얼룩진 다른 누더기가 감겨 있다. 그 불행한 사람은 야위어서 피골이 상접해 있고, 가죽과 뼈뿐이고, 의기소침하고 더럽고, 머리카락이 텁수룩하고 헝클어져 있다.

그가 예수를 부르기도 전에 그분께서는 그에게로 가신다. 그분께서는 그 불쌍한 사람에게 다가가 그에게 물으신다.

“당신은 누구요?”

“빵을 청하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이 길가에서?”

“저는 예리코로 가고 있습니다.”

“길은 멀고, 들에는 사람이 없소.”

“저도 압니다. 그렇지만 제가 떠나온 유다인들보다 이 길로 지나다니는 이방인들이 빵과 돈을 더 잘 줍니다.”

“당신은 유다에서 오는 길이오?”

“예, 예루살렘에서요. 그렇지만 저는 농촌의 선량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먼 길을 돌아서 와야 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저에게 무언가를 주니까요. 도시사람들은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동정심이 없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소. 그곳에는 동정심이 없소.”

“그렇지만 당신은 동정심을 가지고 계시군요. 당신은 유다인이십니까?”

“아니오, 나는 나자렛 사람이오.”

“한때 나자렛 사람들의 평판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들이 유다인들보다 낫다고 말해야 합니다. 예루살렘에서도 사람들이 예언자라고 말하는 그 나자렛 사람을 따르는 사람들만이 착합니다. 당신은 그분을 아십니까?”

“그럼 당신은 그를 아시오?”

“아닙니다. 제가 거기 간 이유는 당신도 보시다시피 제 다리 하나가 감각이 없고 뒤틀려 저는 다리를 질질 끌고 겨우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할 수 없고, 배고프고, 얻어맞아 죽을 지경입니다. 저는 그분을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분께서는 그분께서 만지는 사람마다 병을 고쳐주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선택된 민족에 속한 사람이 아닌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분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시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분께서 맥추절에 예루살렘에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걸음이 느려서… 저는 얻어맞아서 길 위에서 고통당하며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때 그분께서는 이미 떠나신 뒤였습니다. 유다인들이 그분도 학대했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그럼 그들은 당신도 학대했소?”

“그들은 항상 저를 학대합니다. 로마 병사들만이 저에게 빵을 줍니다.”

“그런데 예루살렘 사람들은 그 나자렛 사람에 대하여 뭐라고 말하오?”

“그들은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 위대한 예언자, 성인, 의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당신은 그분이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저는… 저는 우상숭배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그를 알지도 못한다면서 어떻게 그것을 믿을 수 있소?”

“저는 그분의 업적들을 압니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그분처럼 착하실 수 있고, 그분께서 하시는 것과 같은 말을 하실 수 있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그런 것들을 말해주었소?”

“다른 가난한 사람들, 병이 고쳐진 사람들, 저에게 빵을 가져다주는 어린이들입니다… 어린이들은 착하고, 믿는 사람들과 우상 숭배자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디서 왔소?”

“…”

“나에게 말하시오. 나는 어린이들과 같소. 무서워하지 말고 정직하게 말하시오.”

“저는… 사마리아인입니다. 저를 때리지 마십시오…”

“나는 아무도 결코 때리지 않소. 나는 아무도 멸시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불쌍히 여기오.”

“그렇다면… 그럼 당신께서는 갈릴래아의 라삐시군요!” 거지는 조약돌 더미에서 먼지 위로 시체처럼 떨어져 예수의 앞에 넙죽 엎드린다.

“일어나시오, 내가 그 사람이오. 무서워하지 말고 일어서서 나를 보시오.”

거지는 기형으로 인하여 온몸이 오그라든 채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채로 위쪽을 바라본다.

“이 사람에게 빵과 마실 것을 주어라.”

예수께서 방금 도착한 사도들에게 명하신다.

요한이 그에게 빵과 물을 준다.

“이분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앉혀드려라. 형제, 드시오.”

가난한 사람은 울면서 먹지 않는다. 그는 자기를 불쌍히 여기는 사람에게서 처음으로 애무 받고 음식을 먹게 된 길 잃은 개의 눈으로 예수를 쳐다본다.

“드시오!”

예수께서 미소 지으시며 명하신다.

그 불쌍한 사람은 흐느껴 울면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다. 그러나 눈물과 함께 미소도 있다. 그는 천천히 진정된다.

“누가 이 상처를 입혔소?”

예수께서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의 더러운 붕대를 만지며 물으신다.

“어떤 부유한 바리사이가 고의적으로 자기의 마차로 저를 치었습니다… 저는 빵을 구걸하면서 네거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은 자기의 말들을 저를 향하여 몹시 빨리 달리게 해서 저는 한쪽으로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때문에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습니다. 제 머리에는 아직도 구멍 하나가 있는데, 거기서 고름이 나옵니다.”

“그리고 여기는 누가 때렸소?”

“저는 어떤 사두가이의 집 가까이로 갔었습니다. 거기서 잔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개들이 가장 맛있는 것을 먹은 다음에 남은 것을 좀 달라고 구걸했습니다. 그 사람이 저를 보더니, 저에게 개들을 풀어놓았습니다. 그중 한마리가 제 넓적다리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을 불구로 만든 이 커다란 상흔은 어떻게 된 것이오?”

“이것은 3년 전에 한 율법학자가 곤봉으로 저를 때린 흔적입니다. 그는 제가 사마리아인인 것을 알아보고 저를 때려 제 손가락들을 부러뜨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 오른손은 불구가 되고, 다리 하나는 마비되었으니 제가 어떻게 생활비를 벌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은 사마리아를 떠나고 있소?”

“선생님, 가난은 몹쓸 것입니다. 저희는 너무 가난한데, 모든 식구들이 먹을 빵이 없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도와주신다면…”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오?”

“제가 일할 수 있도록 저를 고쳐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

“예, 저는 확실히 그것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니까요.”

“당신은 그것을 믿소?”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인 당신이 그렇게 믿는다고요? 왜요?”

“저도 그 이유를 모릅니다. 저는 제가 당신과 당신을 보내신 분을 믿는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께서 오신 지금, 경배에 있어 차이가 없습니다. 영원한 주님이신 당신의 아버지께 경배하려면 당신께 경배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께서 계시는 곳에 아버지께서도 계십니다.”

“내 벗들아, 너희는 들었느냐? (예수께서는 그분의 제자들을 향하여 말씀하신다.) 이 사람은 자기에게 진리를 밝혀주시는 성령을 통하여 말하고 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는데, 이 사람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잔인한 사두가이들, 자신들을 율법의 자녀들이라고 거짓으로 말하는 그 모든 우상 숭배자들보다 우월하다. 율법은 하느님 다음으로 우리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들은 빵을 청하는 이웃을 곤봉으로 때리고, 간청하는 이웃들에게 말과 개를 내달리게 하고, 부자의 개들보다 자기를 더 낮추는 이웃에게 바로 그 개들을 풀어놓아 질병들로 인하여 고통스러운 것보다 그를 훨씬 더 불행하게 만든다.

거만하고, 잔인하고, 위선적인 그들은 하느님께서 알려지시고 사랑받으시기를 원치 않는다. 만일 그들이 진정으로 그것을 원한다면, 그들은 이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행위들을 통하여 그분께서 알려지시게 할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살고 계시는 하느님을 사람들로 하여금 알게 하고,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것은 종교의식들의 준수가 아니라 행위들이다.

내가 조심성이 없다고 나를 비난하는 너 유다야. 내가 그들을 꾸짖으면 안 되느냐? 침묵하고, 그들을 인정하는 체하는 것은 그들의 행동에 대한 찬성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안 된다. 하느님의 아들인 나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비천하고 불행하고 착한 사람들이 내가 그들의 죄를 찬성한다고 믿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이방인들을 하느님의 자녀들로 만들려고 왔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율법의 자식들이 ―그들은 자신들이 율법의 자녀들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사생아들이다― 이방인들보다 더 죄 되는 이교(paganism)를 실천하는 것을 본다면,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율법을 알아왔는데, 지금은 마치 부정한 짐승들처럼 만족된 그들의 격정들의 토사물들을 율법에 쏟아낸다.

유다야, 내가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나를 비난하는 너도 그들과 같다고 내가 생각해야 하겠느냐? 아니면 나는 네가 네 목숨을 염려한다고 생각해야겠느냐? 나를 따르는 사람은 인간적인 걱정거리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유다야, 내 길과 네가 인정하는 유다인들의 길 중에서 하나를 택할 시간이 아직 있다고 나는 너에게 말했었다. 내 길은 하느님께로 가고, 다른 길은 하느님의 원수에게로 간다. 그 점을 숙고하여 네 마음을 정해라. 그러나 정직해라.

그리고 내 벗이여, 당신은 일어나 걸으시오. 이 붕대들을 풀고, 집으로 돌아가시오. 당신은 당신의 믿음으로 인하여 고쳐졌소.”

거지는 어리둥절한 채 예수를 쳐다본다. 그는 감히 손을 펴지 못한다… 그러다가 그는 시도해본다. 그의 오른손의 상처가 나아 왼손과 똑같아졌다. 그는 지팡이를 내던지고, 두 손으로 돌 더미를 짚고 일어선다. 그는 일어설 수 있다. 그의 다리를 뒤틀리게 했던 마비는 치료되었다. 그는 다리를 움직이고, 구부려보고…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을 걷는다. 그는 걷는다…

그는 소리 지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예수를 쳐다본다. 그는 자기의 이마에서 붕대를 떼어내고, 곪은 구멍이 있었던 뒤통수를 만져본다.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나았다. 그는 자기의 허벅지에서 피로 얼룩져 있는 헝겊을 떼어낸다. 피부가 말짱하다.

“선생님, 선생님! 나의 하느님!”

그는 두 팔을 높이 쳐들며 말하고, 무릎을 꿇고 예수의 두 발에 입 맞춘다.

“이제 집으로 가시오. 항상 주님을 믿으시오.”

“선생님, 나의 하느님, 거룩하시고 인자하신 당신을 따르는 일 말고 제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선생님… 저를 물리치지 마십시오.”

“사마리아로 가시오. 가서 나자렛의 예수에 대하여 말하시오. 구속의 시간이 임박했소. 당신들의 형제들에게 내 제자가 되시오. 평안히 가시오.”

예수께서 그에게 강복하신 다음 그들은 헤어진다. 병이 고쳐진 사람은 북쪽을 향하여 빨리 걸어가며 가끔씩 뒤돌아본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사도들과 함께 길을 떠나, 큰길과 교차하는 오솔길을 통하여 경작되지 않은 들 사이로 동쪽을 향해 나아가신다. 그 오솔길은 한참 더 가서야 넓어진다. 그 길은 아마도 예리코로 이어지는 길인가 보다.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