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인들/103위 순교성인 -30일묵상

[7일]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 성 최창흡 베드로/ 성 남명혁 다미아노/ 성 정국보 프로타시오(방탕한 이의 뉘우침)

Skyblue fiat 2025. 9. 7. 00:07

103위 순교성인과 함께하는

30일 묵상

 

[ 7일 ]

 

방탕한 이의 뉘우침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 성 최창흡 베드로/ 성 남명혁 다미아노/ 성 정국보 프로타시오

 

 

성 이광헌(李光獻) 아우구스티노(1787-1839년, 53세)
회장. 5월 24일 서소문 밖에서 참수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일명 치문)는 권희 성녀의 남편이고 이 아가타의 아버지이며 이광렬의 형이다. 신유박해 때 이미 여러 순교자를 낸 광주 이씨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청년 시절에는 매우 방탕한 생활을 하여 사람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서른 살에 천주교를 믿게 되면서 과거를 뉘우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열심한 신앙생활을 했고 그로 인해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가산을 다 잃고 순교할 때까지 10여 년을 가난하게 살면서, 쉬는 교우를 권면하고 병약자를 정성으로 돌보았다. 비신자들한테도 열심히 선교하는 한편 성직자들을 보좌하면서 회장직에 충실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시작될 때 한 예비신자가 체포된 아내를 석방시키기 위해 이광헌을 포함한 53명의 천주교 신자들을 밀고하여, 가족이 모두 체포되었다. 포청에서 신문을 마친 후 형조로 이송되어 가족 석방이라는 유혹으로 배교를 강요당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기에 그들에게 악한 표양을 보일 수 없다며 거절했다.

세 차례의 혹형을 받아 다리가 부러지고 살이 터져 온몸이 피범벅이 되었으나 끝까지 신앙을 지켰다. 5월 24일 남명혁을 비롯한 8명의 교우와 함께 서소문 밖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하여, 고통을 벗어난 그 영혼은 순교의 빛으로 찬란한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가 세속의 온갖 유혹을 물리치는 힘을 기르도록 빌어주소서.

성 최창흡(崔昌洽) 베드로(1787-1839년, 53세)
회장. 12월 29일 서소문 밖에서 참수

성 최창흡 베드로(일명 여칠)는 서울 중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손소벽 성녀의 남편이다. 어려서 입교했는데 1801년 신유박해로 이복형 최창현이 순교한 다음 냉담한 생활을 했다.

서른 살에 결혼해 아내와 함께 교리를 다시 배우기 시작해 1821년 전국에 콜레라가 퍼지자 아내와 함께 대세를 받고, 이때부터 열심한 신앙생활을 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온 가족이 함께 체포되었다. 체포될 때 사위 조신철이 북경에서 가져온 교회 물건들이 발견되어 포청에서 7회의 신문과 함께 주뢰·주장 각 일곱 번, 태장 150대를 맞는 혹형을 당했고, 형조로 이송된 다음에도 세 번의 혹독한 형문을 받았다.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옥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감방에 있는 내 아내와 딸에게 가서 내 운명을 슬퍼하지 말라고 전해주게. 그것은 지나치게 인성을 따르는 감정이어서 진실한 신자에게 마땅치 않은 일이니, 오히려 주님을 찬미하고 이러한 큰 은혜를 주님께 감사하며 잊지 말고 나를 따라오라고 전해주게."

가장으로서 눈물겨운 신앙의 당부로 우리 마음을 뜨겁게 하는 성인은 12월 29일 6명의 교우와 함께 서소문 밖 형장에서 참수형으로 순교의 영예를 얻었다.

성 최창흡 베드로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최창흡 베드로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교회의 쉬는 교우들, 특히 가족 안에서 쉬는 교우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남명혁(南明赫) 다미아노(1802-1839년, 38세)
회장. 5월 24일 서소문 밖에서 참수

성 남명혁 다미아노(일명 문화)는 이연희 성녀의 남편으로 서울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다. 젊을 때는 난봉꾼들과 어울려 난폭하고 방탕한 생활을 했지만 서른 살에 입교한 뒤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유방제 신부에게 세례성사를 받아 열심한 신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광헌과 함께 회장으로 임명되어 예비자를 가르치면서 성직자를 보필하는 일과 교회 내 신심 운동을 일으키는 등 온 힘을 기울여 교회 확장에 노력했다.

한 친구가 그에게 “저 세상에서 자네 이름을 무어라 부를 건가?” 하고 물으니 “하느님을 위해 순교한 성의회(聖衣會)의 남 다미아노라고 불러주면 원이 없겠네.”라고 대답했다.

1839년 예비신자의 밀고로 가족과 함께 체포되었고, 집에 숨겨둔 제의·경본·주교관이 발각되어 서양 신부를 체포하기에 혈안이 된 포청과 형조 관원들에게 혹독한 고문과 형벌을 받았다. 이러한 어려움을 참아내면서 아내 이연희에게 '이 세상은 잠시 머무르는 곳일 뿐, 우리 본향은 천국이니 하느님을 위해 죽어 광명한 나라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라오'라는 격려 편지를 써 보낸 후 5월 24일 서소문 밖 형장에서 이광헌을 포함한 8명의 교우와 함께 참수형으로 순교하여 하늘나라의 빛나는 옷을 입었다.

순교 직전에 남명혁 회장은 이광헌 회장에게 나는 약하니까 내 목을 베는 것은 쉽겠지만 굵고 튼튼한 자네 목을 베는 휘겡이(사형수의 목을 베는 사람)는 고생하겠네.” 하고 말했다니 이 얼마나 여유롭고 인간적인 표현인가!

성 남명혁 다미아노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남명혁 다미아노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교우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신심 활동에 가입하도록 빌어주소서.

 

성 정국보(鄭國寶) 프로타시오(1799-1839년, 41세)
한때 배교했다가 참회함. 5월 21일 포청에서 장사(杖死)

성 정국보 프로타시오는 개성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할아버지가 직무상 과실로 벌을 받자 아버지와 함께 서울로 올라와 신분을 감추고 새끼 꼬는 일을 하면서 살았다. 서른 살쯤 입교하여 부인과 함께 홍살문 근처에 살면서 성사를 보기 위해 서울로 모여드는 교우들을 돌보았다.

가난과 병고로 14명의 아이를 모두 잃었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이웃을 위해 봉사했으며 인내와 극기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부인과 함께 체포되어 포도청에서 배교를 강요하는 혹독한 고문에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형조로 이송되어 결국 배교하고, 석방되어 집에 돌아오자 배교를 뉘우치면서 다시 형조로 달려가 배교한 것을 취소하고 죽기를 원했다.

“이 못난 놈아, 한번 말했으면 그만이지 못 들어간다.”라고 형조의 문지기가 호령했지만 사흘 동안 자신을 체포할 것을 청원했다. 결국 형조판서가 다니는 길목을 지키다가 형조판서에게 직접 졸라 5월 12일에 다시 체포되었다.

그의 배교는 신자들을 슬프게 하고 실망시켰지만, 그의 회개와 순교는 더 큰 기쁨이 되었다. 정 프로타시오는 배교한 그곳에서 곤장 25대를 맞고 1839년 5월 21일 마흔한 살에 순교의 관을 썼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이에게 더 큰 영광을 베푸시는 주님의 인자하심에 놀라울 뿐이다.


성 정국보 프로타시오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정국보 프로타시오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모든 신자가 꾸준한 신앙생활을 위해 은근함과 끈기를 지니도록 빌어주소서.

 




  방탕한 이의 뉘우침

교회 안에서 회장 직분으로 교우들을 지도한 이들 가운데 젊었을 때 방탕한 생활을 했거나, 포청의 고문에 못 이겨 배교한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중에서도 배교를 뉘우치고 지난날 방탕한 생활을 속죄하면서 순교한 네 분은 친근함을 준다.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쉽게 죄를 범할 수 있고 또 잘못된 길을 걸을 수 있는데, 그 잘못을 고치지 못할 때는 불행을 자초하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일어설 때,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과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우리는 위대한 인간의 생애를 보면서 공통된 사실을 발견한다. 곧 실수를 깨닫고 재기한다는 것, 달리 말하면 내리막길을 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방향을 바꾸어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신앙생활도 이와 같다. 하느님의 은총은 죄인들에게 더 많이 내리며, 그 큰 은총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때 우리는 큰 감동을 받는다.

오늘 네 분 성인의 일생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실수나 잘못을 따지고 탓하기보다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일어나 잘못을 뉘우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지혜는 신앙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덕이다.

 

 

 

- 103위 순교성인과 함께하는 30일 묵상/ 박도식 엮음 / 바오로딸

  (그림자료: 의정부교구 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