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복음 준비
70. 성 요셉의 죽음
별책, 정확히 말해서 현시대의 거짓 종교들에 대하여 받아쓴 것을 교정하고 있는 중인데, 명령조로 이 환상이 내 안으로 파고든다. 그래서 그 환상을 보면서 글을 쓴다.
목공소 내부가 보인다. 벽 두 면은 자연 동굴을 이용하여 어떤 집의 방들을 만든 것처럼 암벽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모양을 한 것은 정확히 북쪽과 서쪽이고, 다른 두 벽, 즉 남쪽과 동쪽은 우리네 벽 모양으로 회반죽으로 발랐다.
북쪽에는 바위를 타서 불완전한 아궁이를 하나 만들어 놓은 것이 있는데, 거기에는 칠인지 아교인지가 들어 있는 솥이 하나 걸려 있다. 그 곳에 여러 해 동안 태워 온 나무로 인하여 벽이 어떻게나 까맣게 되었던지 꼭 타마유칠을 한 것 같다. 벽에 구멍을 하나 뚫고 그 위에 구부러진 투박한 기와 같은 것을 덮어놓은 것이 나무 탄 연기를 빨아들이는 굴뚝 역할을 하려고 해본다. 그러나 굴뚝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모양이다. 다른 벽들도 까맣게 되었고, 지금도 연기가 방안에 구름처럼 퍼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예수가 어떤 목공 작업대에서 일하고 있다. 널빤지들을 대패질 하고 있는 중인데. 그 널빤지들을 뒤에 있는 벽에 기대어 세워 놓는다. 그런 다음 바이스의 물림장치에 물려 놓은 일종의 등 없는 의자를 붙잡고 물림장치에서 빼내어, 일이 제대로 되었는지 들여다보고, 직각자로 사방을 재본다. 그런 다음 아궁이로 가서 솥을 잡고 거기에 작은 막대기인지 붓인지 모를 것을 담근다. 밖으로 삐져나와 작은 막대기 같아 보이는 것 밖에 볼 수가 없다.
예수의 옷은 연갈색이다. 속옷은 꽤 짧고, 소매는 팔꿈치 위로 걷어 올렸다. 앞에는 일종의 앞치마를 입었는데, 솥을 만졌을 때에는 손가락을 거기에 문지른다. 예수는 혼자 있다. 열심히 그러나 침착하게 일하고 있다. 아무런 무질서한 움직임도 없고 아무런 초조도 없다. 정확하고 자기 일에 전념한다. 어떤 일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는다. 잘 다듬어지지 않는 나무옹이에도, 작업대에서 두 번이나 떨어지는 나사돌리개(그런 것 같다)에도, 눈을 맵게 할 것이 틀림없는 연기에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이따금씩 머리를 들어 닫힌 문이 있는 남쪽 벽으로 눈길을 보내며 무엇을 엿듣는 것 같다. 어떤 때 앞으로 나아가 동쪽으로 향한 벽에 나 있고 거리에 면해 있는 문을 연다. 먼지가 많은 좁은 길 한 부분이 보인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러다가 일거리로 돌아온다. 침울하지는 않으나 근엄하다. 출입문을 다시 닫고 일하러 돌아간다.
예수가 수레바퀴의 테를 이루는 조각 같은 것들을 만드는 데 골몰해 있는 동안 어머니가 들어온다. 남쪽에 있는 벽에 달린 문으로 해서 들어온다. 어머니는 매우 급하게 들어와서 예수에게로 달려간다. 짙은 하늘색 옷을 입었고, 머리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같은 빛깔의 끈으로 허리를 졸라 맨 간단한 속옷이다. 어머니는 걱정스럽게 아들을 부르며 비통한 애원의 몸짓으로 두 손을 예수의 한 팔에 올려놓는다. 예수는 그 팔을 어머니의 어깨에 얹으면서 어머니를 애무하고 위로하고 나서 일하던 것을 버리고 앞치마를 벗고 어머니와 같이 간다.
나는 그대가 그들이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도 알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리아 쪽에서 말이 별로 없었다.
“아이고! 예수야! 와보아라, 아버지가 대단히 불편하시다!” 마리아는 이 말을 입술을 떨면서 피로하고 충혈된 눈에 반짝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한다. 예수는 그저 “어머니!”하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두 사람은 빛나는 녹음이 어우러진 작은 정원 쪽으로 난 문이 벙싯 열린 데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인해 환한 옆방으로 들어간다. 정원에는 비둘기들이 빨래를 널어놓은 가운데로 날아 다닌다. 방은 초라하나 매우 정돈이 잘 되어 있다. 작은 요가 여러 장 깔린 작은 침대가 있다(작은 요라고 말한 것은 무엇인지 두껍고 부드러운 물건이지만, 우리네 침대와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위에 요셉이 베개 여러 개를 베고 누워 있다. 죽음이 임박하였다. 몹시 창백한 그의 얼굴과 흐릿한 눈과 헐떡거리는 가슴과 온몸이 축 늘어진 것으로 그것을 알 수 있다.
마리아는 그의 왼쪽으로 가서 못 투성이이고 손톱까지 창백해진 손을 잡는다. 마리아는 그 손을 문지르고 쓰다듬고 입을 맞추며, 움푹 들어가는 관자노리에 반짝이는 줄을 이루는 땀과 눈꼬리에서 반짝이는 눈물을 수건으로 닦는다. 그리고 흰 포도주 같은 액체를 적신 수건으로 입술을 적셔 준다.
예수는 오른쪽에 가 선다. 그리고 착 까부라지는 몸을 민첩하고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베개 위에 바로 뉘어 놓는다. 예수는 임종하는 이의 이마를 쓰다듬어 깨어나게 하려고 애쓴다.
마리아는 소리 내지 않고 아주 조용히 운다, 그러나 틀림없이 운다. 눈물 두 줄기가 창백한 뺨을 타고 짙은 하늘색 옷에까지 흘러내린다. 눈물은 반짝이는 청옥과 같다.
요셉은 깨어나서 예수를 뚫어지게 올려다본다. 손을 예수에게 준다. 마치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이 하느님과의 접촉으로 마지막 시련을 위한 힘을 얻으려는 것 같기도 하다. 예수는 그 손 위로 몸을 숙여 거기에 입을 맞춘다. 요셉은 미소를 짓는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마리아를 찾는다. 그리고 마리아에게도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마리아는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미소를 지으려고 해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머리를 숙인다. 요셉은 그 머리에 손을 얹고 순결하게 쓰다듬는데, 그것은 축복을 하는 것과 같다.
들리는 것은 다만 비둘기들이 구구 하는 소리와 날아다니는 소리, 나뭇잎 살랑거리는 소리,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그리고 방안에는 죽어가는 사람의 숨소리 뿐이다.
예수는 침대를 돌아가 등 없는 의자를 들어 또 “어머니”라고만 말하면서 마리아를 앉힌다. 그런 다음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두 손으로 요셉의 손을 다시 잡는다. 이 장면은 어떻게나 진짜 같은지 마리아의 고통으로 인하여 내가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그런 다음 예수는 임종하는 이의 머리에 몸을 구부리고 시편 한 편을 요셉에게 속삭인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어떤 시편인지 말할 수가 없다.
예수는 이렇게 시작한다.
“주여, 당신께 바랐사오니 나를 보호하소서 ...
땅위에 있는 성인들을 위하여 주님은 내 모든 소원을 놀라우리만큼 들어주셨도다 ...
나는 내게 당신 의견을 주시는 주님을 찬미하리로다.
나는 항상 내 앞에 주님을 모시고 있으며, 주님은 내가 비틀거리지 않게 하시려고 내 오른편에 계시도다.
그러므로 내 마음이 기뻐하고 내 혀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며, 내 육체도 바람 속에서 쉬리로다.
그것은 당신이 내 영혼을 죽은 자들이 머무르는 곳에 버려두지 앉으실 것이고,
당신의 성인이 부패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로소이다.
당신은 생명의 길을 내게 알려주실 것이고, 당신 얼굴을 뵈옴으로 나를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시리이다.”
요셉이 완전히 깨어났다. 더 생기 있는 눈길로 예수에게 미소를 보내며 예수의 손가락을 꼭 쥔다. 예수는 미소로 요셉의 미소에 응하고, 손가락을 꼭 쥐는 것에는 애무로 응한다. 예수는 양부의 아버지에게로 몸을 구부리고 조용히 계속한다.
“주여, 당신의 장막은 얼마나 사랑스럽나이까!
내 영혼은 주님의 안뜰에 가고 싶은 소원으로 다 타버리나이다.
참새도 몸 담을 곳을 찾아내고, 멧비둘기도 새끼들을 기를 둥지를 찾아내나이다.
그러나 나는 주님의 제단을 원하나이다.
당신 집에서 사는 이들은 복되옵니다... 당신에게서 힘을 얻는 사람은 복되옵니다.
그 사람은 눈물의 골짜기에서 그가 택한 곳으로 올라가도록 마음을 준비시켰나이다.
오 주여, 내 기도를 들어 주소서.
오 하느님, 당신의 눈길을 돌려 당신의 그리스도를 보소서...”
요셉은 흐느끼며 예수를 쳐다보고 축복을 하려는 듯이 입술을 움직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그가 알아듣기는 하지만 말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예수에 대한 신뢰와 생기가 가득한 시선을 보이며 행복한다.
“오 주여” 하고 예수는 계속한다.
“당신은 당신 땅에 호의를 보이셨고. 야곱을 종살이에서 구해내셨나이다...
주여. 우리에게 당신 자비를 보여 주시고 구세주를 보내 주소서.
내 안에서 주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기를 원하나이다.
확실히 주 하느님은 당신의 성인들과 당신께로 향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당신 백성에게 평화에 대하여 말씀하시리로다.
그러하도다. 그대의 건강은 가까이 왔고... 영광이 땅에서 살리로다...
인자와 진리가 서로 만났고,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었도다.
진리가 땅에서 일어났고, 정의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도다.
그러리로다, 주님이 당신 온정을 보여 주실 것이고, 우리의 땅이 열매를 맺으리로다.
정의가 주님 앞에서 걸어갈 것이고, 길에 그의 발자국을 남겨 놓으리로다.”
“아버지, 아버지는 이 시간을 보셨고, 이 시간을 위하여 피로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 시간이 오는 것을 도와주셨으니, 주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하고 예수는 요셉의 뺨에 천천히 흘러내리는 기쁨의 눈물을 닦으며 덧붙인다. 그런 다음 다시 계속한다.
“오 주여. 다윗과 그의 모든 관용을 기억하소서.
다윗이 주께 그것을 맹세한 것과 같이,
나도 주를 위하여 한 자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야곱의 하느님을 위하여 거처를 하나 발견하지 못하는 한
쉬러 침대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내 눈에 잠을 주지 않고,
내 눈꺼풀에 휴식을 주지 않고, 내 영을 쉬게 하지 않겠나이다.
주여, 일어나시어, 당신의 휴식처로 오소서.
당신과 당신의 거룩한 계약의 궤가 될 곳으로, (마리아는 알아듣고 울음을 터뜨린다.)
당신의 사제들이 정의의 옷을 입고 당신의 성인들이 기뻐하게 하소서.
당신의 종 다윗에 대한 사랑으로 우리에게 당신 그리스도의 얼굴을 숨기지 마시옵소서 .
주께서 다윗에게 맹세로써 한 약속을 하셨으니, 주님은 그 약속을 지키시리로다.
<<나는 네 옥좌에 네게서 난 자손을 앉히겠노라.>>
주님이 그를 당신 처소로 택하셨도다.
나는 다윗의 권력을 활짝 피게 할 것이며,
내 그리스도를 위하여 불을 붙인 횃불을 준비하리로다.”
“아버지(성 요셉을 가리킴), 저와 어머니를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는 제게 의로운 아버지셨고, 영원하신 분은 아버지께 당신의 그리스도와 당신의 거룩한 계약의 궤를 지키는 소임을 맡기셨습니다. 아버지는 그리스도에게 불붙인 횃불이셨고, 거룩하게 된 태에서 난 아들에 대하여 사랑의 정을 가지셨었습니다. 아버지 평안히 가십시오. 아버지의 미망인은 도움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주께서는 제 어머니가 혼자 있지 않도록 모든 것을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립니다. 아버지의 쉬실 곳으로 평안히 가십시오.”
마리아는 차가워지는 요셉의 육체에 덮인 담요(꼭 겉옷같다)에 얼굴을 숙이고 울고 있다.
예수는 요셉의 숨이 약해지고 눈이 흐려지므로 서둘러 그에게 마지막 도움을 드린다.
“주님을 두려워하고 그분께 복종하는 것만을 기뻐하는 사람은 복되도다.
그의 올바름은 영원히 남아 있으리로다...
올바른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비롭고 친절하고 올바른 그가 일어나는도다.
의인의 기억은 영원하리로다. 그의 올바름은 영원하도다. 그의 힘은 영광이 되기까지 높아지리로다...”
아버지는 이 영광을 가지실 것입니다. 저는 멀지 않아 아버지를 먼저 가신 성조들과 더불어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 영광으로 모셔 가려고 오겠습니다.
아버지의 영이 제 말을 듣고 어쩔 줄을 모르고 기뻐하기 바랍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구원을 받으며 쉬고 있는 사람은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보호를 받으며 사는도다.”
아버지가 계시는 곳이 그곳입니다.
“그분은 사냥꾼들의 올가미와 악의를 품은 말에서 나를 구해 주셨도다.
그분은 그 날개로 너를 덮어 주실 것이고, 그 깃 아래에서 너는 피난처를 얻으리로다.
그분의 진리가 방패와 같이 너를 보호하리니, 너는 밤의 공포를 두려워하지 않으리로다.
악이 네게 가까이 오지 못하리니 그분이 당신 천사들에게 명하시어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셨기 때문이로다.
천사들은 너를 손으로 받들어 네 발이 조약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로다.
너는 살무사와 바실릭(basilic)*을 짓밟을 것이고 용과 사자를 밟아 으깨리로다.”
“아버지가 주님께 바라셨으므로 주님은 아버지를 해방하고 보호하겠다고 아버지께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가 주께 목소리를 올려보내셨으므로 주께서 들어주실 것이며, 아버지의 마지막 시련 때에 함께 계실 것입니다. 주께서는 이 세상에서부터 당신의 구원을 아버지께 보게 하심으로써, 이 세상 생명이 끝난 후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주께서는 지금 아버지를 격려해 드리는 구원을 통하여 아버지를 후세로 들어가게 하실 것입니다. 이 구원은, 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재빨리 와서 숭고한 포옹으로 아버지를 꼭 껴안고 모든 성조들의 앞장을 서서, 제게는 축복받은 아버지였던 하느님의 의인의 처소가 마련되어 있는 곳으로 모시고 갈 것입니다.
저보다 앞서 가셔서 성조들에게 구원이 이 세상에 왔고, 오래지 않아 하늘나라의 문이 그들에게 열릴 것이라고 말씀하십시오.
아버지, 떠나십시오. 제 축복이 아버지와 같이 가기를 바랍니다.”
예수는 죽음의 구름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요셉의 영에까지 이르게 하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말이 가까왔다. 노인은 이제 숨을 겨우 쉴 뿐이다. 마리아는 그를 쓰다듬는다. 예수는 침대가에 앉는다.
예수는 죽어가는 요셉을 껴안고 끌어당기고, 요셉은 축 늘어지며 조용히 숨을 거둔다.
이 장면에는 장엄한 평화가 가득차 있다.
예수는 노인을 다시 누이고,
이 최후의 순간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마음 고통을 안고 예수에게 가까이 왔던 마리아를 껴안는다.
(* 바실릭(basilic) 역주 : 사람을 보기만 해도 죽이는 힘을 가졌다고 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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