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복음 준비
65. 예수의 성인례를 위하여 옷을 준비함
나는 예수님에게서 한 가지 약속을 받았다. 나는 예수님께 말씀드렸다.
“예수님의 성인례 예식을 보았으면 정말 좋겠어요 !” 그랬더니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신비가 방해를 받는 일 없이 ‘우리끼리’만 있을 수 있게 되면 이내 보여 주마. 그 환상은 최근에 네게 보여준 나와 유다와 야고보의 학교 선생님인 내 어머니의 장면 다음에 넣어라. 이 장면은 그 장면과 성전에서 토론하는 장면 사이에 넣도록 하여라.”
나는 마리아가 함지 위에, 아니 그보다도 질그릇 대야 위에 몸을 구부리고 있는 것을 본다. 무엇인지를 섞고 있는데, 거기서는 나자렛의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차고 조용한 공중으로 김이 올라간다.
한겨울인 모양이다. 올리브나무를 빼고는 모든 나무가 잎이 떨어져 진짜 해골들 같다. 저 위에는 대단히 맑은 하늘에 해가 쨍쨍 비치고 있다. 그러나 해도 잎 떨어진 가지들을 흔들어 서로 부딪게 하고 올리브나무의 우중충한 초록색 잎들을 물결치게 하는 북풍을 가라앉히지는 못한다.
성모님은 온통 거의 검은 밤색의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앞에는 투박한 천을 맸는데, 그것은 옷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앞치마이다. 마리아는 대야에서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젓던 막대기를 꺼내는데, 막대기에서는 아름다운 빨간 물방울이 떨어진다. 마리아는 살펴보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한 손가락에 찍어서 앞치마에 문질러 시험해본다. 그리고 만족한 것같이 보인다.
마리아는 집으로 들어갔다가 아주 하얀 털실 타래 여러 개를 가지고 나온다. 그 털실 타래를 참을성 있게 그리고 능란하게 하나씩 대야에 잠근다.
이 일을 하는 중에 요셉의 작업장 쪽에서 큰 동서 알패오의 마리아가 온다. 두 여자는 서로 인사를 하고 말을 주고 받는다.
“잘 돼요?” 하고 알패오의 아내 마리아가 묻는다.
“그런 것 같아요.”
“이방인의 여인이 그러는데 이 빛깔은 로마에서 쓰는 것과 똑같은 빛깔이라더군요. 동서가 이 일을 했기 때문에 이걸 내게 준 거예요. 로마에도 동서처럼 수놓는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해요. 그 일을 하느라고 동서 눈이 못 쓰게 되겠어요.”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 하고 말하는 것 같은 고개짓을 한다.
큰동서는 마지막 털실 타래를 마리아에게 내놓기 전에 들여다본다.
“어쩌면 털실을 이렇게 짰어요! 어찌나 가늘고 고른지 꼭 머리카락 같아요. 동서는 무슨 일이든지 아주 완전하게 또 몹시 빨리 해요! 이 마지막 타래는 더 밝은 빛깔이겠지요?”
“그래요, 이것은 옷을 지을거니까요. 겉옷은 빛깔이 더 충충하지요.”
두 여인은 함께 함지에서 일한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주홍빛깔의 털실 타래를 꺼내 가지고 빨리 뛰어 가서 작은 샘 밑에 있는 웅덩이에 가득 차 있는 매우 찬 물에 잠근다. 그 샘물은 웃음을 참는 것 같은 작은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 헹구고 또 헹군다. 그런 다음 털실타래들을 두 나뭇가지 사이에 걸쳐 놓은 갈대에 걸어 놓는다.
“이 바람 때문에 빨리 잘 마를 거예요.” 하고 큰동서가 말한다.
“요셉에게로 갑시다. 거긴 불이 있어요. 형님은 몸이 얼었을 거예요” 하고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가 말한다.
“형님이 도와주시다니 참 친절하세요. 그래서 빨리 했고 또 덜 피로해요. 고맙습니다.”
“아이고! 마리아. 동서를 위해서라면 무언들 안하겠어요? 동서 곁에 있으면 그렇게 즐거운걸. 그리고 또 이 일이 모두 예수를 위한 거지요. 그런데 동서의 아들은 내게 몹시 소중해요! 예수의 성인례 축일을 위해서 동서를 도와주면 나도 그의 어머니 같을 거예요.”
두 여인은 목수들의 작업장 특유의 대패질한 나무 냄새가 가득 찬 작업장으로 들어간다.
- 환상이 여기서 멎는다.
... 그랬다가 예수가 열 두살 때에 예루살렘에 가려고 떠나는 데에서 다시 시작된다.
예수는 매우 아름답고 매우 성장하였다. 마치 젊은 어머니의 동생 같다. 굽슬굽슬한 금발을 가진 예수는 벌써 어머니의 어깨에 닿는다. 머리가 이제는 아주 어렸을 때처럼 짧지 않고 귀밑가지 내려온다. 빛나는 그 커얼하고 마치 끌로 새겨서 만든 황금 투구와 같다.
예수는 빨간 옷을 입었다. 아름다운 밝은 홍옥 빛깔이다. 발목까지 내려와서 샌들을 신은 발 밖에는 드러나 보이지 않는 긴 옷이다. 옷은 길고 넓은 소매가 달려 있어 몸 움직임이 자유롭다. 목과 소매 끝과 덧댄 밑자락에는 완자 무늬를 다른 빛깔로 짜 넣은 것이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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