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I. 복음 준비 67. 성전에서 있은 예수의 성인례를 위한 시험

Skyblue fiat 2016. 1. 16. 17:48

 

I. 복음 준비

 

67. 성전에서 있은 예수의 성인례를 위한 시험

 


  명절 때의 성전이다. 군중이 성벽의 여러 문으로 들어오고 나가고 하며, 마당과 안뜰과 회랑들을 지나서, 성전의 건물 집단이 흩어져 있는 각기 다른 높이의 땅에 세워진 이 건물 저 건물로 사라진다.
   작은 소리로 성시를 읊으면서 예수의 가족의 집단도 들어온다. 남자들이 먼저 들어오고, 다음에는 여자들이 들어온다. 다른 사람들도 그들과 합류했는데, 어쩌면 나자렛에서 왔는지, 예루살렘의 친구들인지, 모르겠다.


   지극히 높으신 분을 예배한 다음, 내 생각에는 남자들만이 예배를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여자들은 조금 아래서 멈춰 섰다) 요셉은 아들을 데리고 마당들을 반대 방향으로 다시 건너온다. 그는 어떤 곳에 이르러, 방향을 바꾸어 어떤 넓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 방은 교회당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성전 안에도 교회당들이 있는 것인가? 요셉은 레위파 사람 하나와 말을 한다. 그 사람은 줄무늬가 있는 휘장 뒤로 사라졌다가 나이 많은 사제들과 같이 돌아온다. 나는 그들이 사제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그들은 율법지식으로 선생들이고, 그래서 신자들을 시험할 직책을 맡고 있는 것이다.


   요셉은 예수를 소개한다. 그보다 먼저 두 사람은 별로 높지 않은 나무 걸상에 점잖게 자리 잡은 열 명쯤 되는 박사들 앞에서 몸을 깊이 숙여 인사를 하였다.


   “이 아이는 제 아들입니다. 석 달 열이틀 전에 율법에서 성년이라고 이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들이 이스라엘의 계명에 따라 성인이 되기를 원합니다. 이 아이의 체질로 보아 그가 유년 시대를 벗어났고 이미 미성년자가 아님을 보여 준다고 간주하시기 부탁드립니다. 이 아이의 아비인 제가 여기서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판단하기 위하여 친절과 정의로 시험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시간을 위하여, 그리고 그가 되어야 하는 율법의 아들로서의 품위를 위하여 이 아이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계명과 경외전설과 양피지에 적힌 관습과 양피지에 적힌 성서의 문구들을 압니다. 매일의 기도와 축복을 욀 줄 압니다. 그러므로 이 아이는 사나이답게 율법 자체와 할라쉬야(Halalcia)와 미드라스크(Midrasc)와 아가다(Agada)라는 율법의 세 가지 분야의 설명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 아이의 행동과 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이 아이가 계명에 복종하고, 계명을 소홀히 하는 데 대한 벌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아이를 시험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소. 얘야, 앞으로 나오너라. 이름이 무엇이냐?”
 “나자렛 요셉의 아들 예수입니다.”
 “나자렛 사람... 그럼 글을 읽을 줄 아느냐?”
 “예. 저는 씌어진 말과 그 말 자체에 들어 있는 말을 읽을 줄 압니다.”
 “무슨 뜻이냐?”
 “보이지는 않지만 닫힌 투박한 조개껍질 속에 들어 있는 진주와 같이, 외양 속에 감추어져 있는 비유와 상징의 뜻도 알아듣는다는 말씀입니다.”
 “보통이 아니고 대단히 슬기로운 대답이다. 이런 말은 어른의 입에서도 듣기가 매우 드문 일인데, 어린 아이에게서 그것도 나자렛의 어린 아이에게서 듣게 되다니!”


  열 사람은 주의를 집중하게 되었다. 그들의 눈은 그들을 자신만만하게, 뻔뻔스럽지는 않지만 또한 겁도 내지 않고 올려다보는 아름다운 금발 소년을 잠시도 놓치지 않는다.
 “너는 틀림없이 대단히 유식한 네 선생님을 명예롭게 한다.”
 “하느님의 지혜가 그의 올바른 마음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보시오, 이런 아들을 두었으니 당신은 참으로 행복하오!”


  홀 끝 쪽에 있는 요셉은 빙그레 웃으면서 몸을 굽힌다.
  그들은 예수에게 세 개의 다른 두루마리를 주며 말한다 “금빛 리본이 달린 두루마리를 읽어라.”
  예수는 두루마리를 펼쳐서 읽는다. 그것은 십계명이다. 그러나 처음 몇 마디를 읽자 심판관이 두루마리를 빼앗으면서 말한다. “계속해서 외어라.”


  예수는 어떻게나 자신 있게 말하는지 꼭 책을 읽는 것 같다. 주님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몸을 깊이 구부린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느냐? 왜 그렇게 하느냐?”
  “이 이름이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 속과 겉으로 존경을 표시하면서 이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얼마 동안 밖에는 임금노릇을 하지 못하시는 임금님 앞에서 신하들이 절을 합니다. 그런데 임금님은 먼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으로 밖에는 볼 수 없지만 실제로 여기 계시는 왕 중의 왕, 이스라엘의 지극히 높으신 주님 앞에서는 그분께 영원한 예속으로 속해 있는 어떤 피조물도 절을 해야 합니다.”


  “좋다 ! 여보시오. 우리는 당신 아들을 힐렐이나 가므리엘에게 사사시키도록 권하오. 이 아이는 나자렛 출신이지만.. 그의 대답을 들으니 새로운 큰 박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게 되오.”
  “아들은 성인입니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입니다. 저로서는 그의 뜻이 성실하면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얘야, 듣거라, 너는 이렇게 말한다. ‘축일들을 거룩하게 할 것을 기억하여라. 그러나 너만을 위하여가 아니라, 네 아들과 네 딸, 네 남종과 네 여종, 또한 짐 싣는 짐승에 이르기까지 안식일에는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하였다’고. 그러면 어디 말해 보아라. 만일 안식일에 암탉이 알을 낳거나 양이 새끼를 낳으면 그 달걀이나 어린 양을 이용해도 되느냐,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아주 나쁜 것으로 생각해야 하느냐?”


  “저는 많은 율법박사님들이 -제일 마지막 분인 쉬암미(Sclammi) 선생님은 여전히 살아 계십니다만- 안식일에 난 달걀은 계명을 지키지 않았다고 단언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람과 다르고, 짐승이나 또는 새끼를 낳는 것 같은 동물적 행위를 하는 것이 다릅니다. 만일 제가 짐 싣는 짐승에게 일을 시키면. 제가 그 죄의 책임을 집니다. 그것은 제가 채찍으로 위협해서 짐승에게 일을 시키는 데 종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암탉이 그 난소에서 성숙해진 알을 낳거나 양이 새끼가 나올 시기가 되었기 때문에 안식일에 어린양을 낳으면, 이 행동은 그 자체로도 죄가 아니고 하느님이 보시기에도 죄가 아니며, 안식일에 나는 달걀도 어린양도 죄로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안식일에 행한 일은 무엇이든지 죄가 된다면, 어째서 그것은 죄가 안 된단 말이냐?”


  “새끼를 배고 낳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이고 하느님께서 각 피조물에게 주신 법칙으로 조절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암탉은 일정한 형성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알이 완전해지고 낳아질 준비가 다된다는 것을 예견한 이 법칙을 따르는 일밖에 하지 않습니다. 양도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정해 놓으신 이 법칙에 복종하는 일 밖에 하지 않습니다. 창조주께서는 1년에 두 번, 꽃이 핀 풀밭에 봄의 미소가 올 때와 나무들의 잎이 떨어지고 추위가 사람들의 가슴을 죌 때에 양들의 본능에 복종하도록 조절해 놓으셨습니다. 그것은 수확 때문에 가장 피곤하게 하는 달이나 서리 때문에 가장 을씨년스러운 달을 위하여 그 후 다른 시기에 양분 많은 젖과 고기와 치즈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양이 때가 되어 어린 새끼를 낳으면, 그 어린 양은 신성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창조주께 복종한 결과이기 때문에 제단에 바쳐도 되는 신성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시험을 그만두겠소. 그의 놀라운 지혜는 어른들의 지혜를 앞지르오.”
  “아니오. 이 아이가 상징들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으니, 이 애의 말을 들어봅시다.”
  “우선 시편 하나와 축복과 기도문을 외라고 합시다.”
  “계명들도.”
  “그럽시다. 미드라쉬오를 외워라.”
  예수는 태연하게 “이것을 하지 말아라... 저것을 하지 말아라...”하는 것을 지루하게 줄줄 왼다. 만일 불평하기 좋아하는 우리가 지금도 그 모든 구속을 받아야 한다면, 정말이지 구원을 받는 사람은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됐다. 이제는 초록색 리본이 달린 두루마리를 펴라.”
  예수는 펴서 읽기 시작한다.
  “더 앞으로 가서, 좀 더 앞으로 가서.”
  예수는 시키는 대로 한다.
  “됐다. 읽고서 상징이 있다고 생각되거든 설명하여라.”


  “거룩한 말씀에는 상징이 없는 일이 드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상징을 알아내고 그것을 적용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럼 읽겠습니다. 열왕기 4권* 22장 10절, ‘공보대신 사반은 왕에게 <대사제 힐키야가 저에게 책을 한 권 주었습니다>하면서 왕의 면전에서 크게 읽었다. 그 율법책의 내용을 듣자 왕은 자기의 옷을 찢었다. 그리고는….’ ”
  “이름들은 건너뛰어라.”
  “‘… 명하였다. <이번에 찾아 낸 이 책에 여러 가지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에 대하여 나와 온 유다 백성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야훼께 나가 여쭈어 보시오.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말씀대로 하라고 하셨는데, 우리 선조들이 그 말씀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불길 같은 야훼의 진노를 사게 되었소>...’”


  “그만 하면 되었다. 이 사실은 지금으로부터 여러 세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옛날 연대기에 있는 사실에서 너는 어떤 상징을 발견하느냐?”


  “저는 영원한 것을 시간 안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영원하시고, 우리의 영혼도 영원하고, 하느님과 영혼의 관계도 영원합니다. 그 때에 벌을 유발했던 것은 지금 벌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죄의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무슨 말이냐?”
  “이스라엘은 이제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지혜를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빛은 하느님께 구할 것이지 보잘 것 없는 인간들에게 청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의와 하느님께 대한 충성 없이는 빛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죄를 짓고, 하느님께서는 진노하셔서 벌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제는 지식이 없다고? 아니, 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러면 육백 열세 가지 계명은?”
  “계명들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앎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압니다, 그러나 실천에 옮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들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상징은 이런 것입니다. 즉 사람은 누구나 주님의 뜻을 알고, 그분의 진노를 자기에게 불러오지 않게 그 뜻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주님께 여쭈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아이는 완전하오. 엉큼한 질문의 함정도 이 아이의 대답을 당황하게 하지 못하였소. 이 아이를 정말 교회당으로 데려가게 하시오.”
  그들은 더 넓고 더 잘 꾸며진 방으로 건너간다. 여기서 처음 하는 일은 예수의 머리를 짧게 하는 일이다. 요셉이 굽슬굽슬한 잘린 머리카락을 받는다. 그런 다음 그의 빨간 옷에 허리를 여러 바퀴 도는 긴 허리띠를 매 준다. 그의 이마와 팔과 겉옷에 불꽃처럼 생긴 작은 헝겊을 붙인다. 그것들을 장식 핀 같은 것으로 고정시킨다. 그런 다음 성시를 읊는다. 그리고 요셉은 긴 기도로 주를 찬미하고 아들 위에 가지가지 축복을 청한다.


   예절이 끝났다. 예수는 요셉과 같이 나온다. 그들은 그들이 떠나갔던 곳으로 돌아온다. 가족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어린 양 한 마리를 사서 바치고 나서 목을 딴 희생제물을 가지고 여자들 있는 곳으로 간다.
   마리아는 예수에게 입맞춤을 한다. 예수를 못 본지가 여러 해가 되는 것 처럼 말이다. 마리아는 지금은 어른의 옷과 어른의 머리털을 가진 예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쓰다듬는다‥‥.


– 그들은 나온다. 그리고 이것으로 환상이 끝난다.

 

 

* 역주 :공동번역 열왕기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