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위 순교성인과 함께하는
30일 묵상
[ 25일 ]
성령의 은총으로
성녀 이연희 마리아/ 성녀 고순이 바르바라/ 성녀 유 체칠리아/

성녀 이연희(李連熙) 마리아(1804-1839년 36세)
주부. 9월 3일 서소문 밖에서 참수
성녀 이연희 마리아는 남명혁 성인의 부인으로 비신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남명혁과 결혼한 후 스물여덟 살 때 남편과 함께 입교했다. 입교한 다음 남편과 함께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회장직을 맡은 남편을 도와 공소 예비자와 교우들을 가르치고 성사를 받을 준비를 시키는 등 성심껏 교회 일을 도왔다.
1839년 4월 7일 가족이 함께 체포되었는데, 그의 지극한 모정으로 순교가 더욱 빛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두 살 된 어린 아들이 고문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온몸이 찢기는 아픔을 겪었지만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주님을 향해 “이 모든 것은 주님의 가장 큰 영광을 위한 것입니다."라며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았다.
증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마음을 송두리째 바쳐 하느님을 사랑했고, 그 영혼의 염원은 오직 천국을 향해 있었다. 남편을 따라 여러 번 곤장을 맞고 주리를 틀리다가 아들을 남겨둔 채 1839년 9월 3일 서소문 밖 형장에서 참수당해 순교의 문을 열고 영원한 복락으로 가득한 하늘로 올라갔다.
성녀 이연희 마리아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녀 이연희 마리아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 마음과 삶의 중심에 언제나 하느님이 계시도록 빌어주소서.

성녀 고순이(高順伊) 바르바라(1798-1839년 42세)
주부. 12월 29일 서소문 밖에서 참수
성녀 고순이 바르바라는 박종원 성인의 부인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박해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계명을 지키는 삶을 살았다.
열여덟 살 때 교우 박종원과 결혼해 삼남매를 두었던 그는 가정생활의 좋은 모범을 보여 교우들한테 칭찬을 받았다. 그는 가정에 충실했을 뿐 아니라 회장직을 수행하는 남편 옆에서 쉬는 교우를 권면하고 무지한 이들을 가르치며 병약자를 돌보는 등 교회 일에 적극 참여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10월 26일 남편이 먼저 체포되고, 그는 그 다음 날 체포되었다. 포청과 형조에서 혹형과 고문으로 살이 터지고 뼈가 드러나며 피가 낭자했으나 남편과 함께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았다. 순교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에는 순교 이야기만 들어도 벌벌 떨었는데, 성령께서 나 같은 죄인을 은총으로 감싸주시어 지금은 아무 두려움도 없고 오히려 기쁘기만 합니다. 죽는 것이 이다지도 쉬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드디어 12월 29일 서소문 밖 형장에서 6명의 교우와 함께 참수형을 받고 남편보다 한 달 먼저 순교하여 천국의 가족으로 한없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성녀 고순이 바르바라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녀 고순이 바르바라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 교우 부부들이 서로 사랑하고 희생 봉사하면서 살도록 필요한 은총을 빌어주소서.

성녀 유(柳) 체칠리아(1761-1839년 79세)
주부. 11월 23일 포청에서 옥사
성녀 유조이(柳召史: 별명. 조이는 소사의 이두식 표기로 서민 출신 과부를 뜻한다) 체칠리아는 시골에서 태어나 스무 살 때, 상처喪妻한 정약종의 후처로 들어가 3년 후 남편의 권고로 입교하여 주문모 신부에게 세례성사를 받았다.
1800년, 살고 있던 경기도 양근 지방에 박해가 일어나자 남편을 따라 서울로 이주했으나 이듬해 신유박해로 온 가족이 함께 체포되었다. 남편과 전처 아들 정철상이 순교한 후 석방되어, 양근 마재에 사는 시동생 정약용의 집에서 정하상과 정정혜 남매를 데리고 어렵게 살았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났을 때 서울에 살고 있었는데, 조카가 시골로 피신하라고 권했으나 “나는 언제나 순교하기를 바랐으니 내 아들 바오로와 함께 가겠네.”라며 거절했고, 7월 11일 아들 하상과 정혜와 함께 체포되었다.
일흔아홉의 고령인데도 포청에서 열두 번에 걸쳐 태장 230대를 맞고 4개월간 옥에서 신음하다가, 11월 23일 차가운 옥 안에서 '예수 마리아'를 부르며 숨을 거두는 순간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얼싸안아 주시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성녀 유 체칠리아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녀 유 체칠리아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시여, 신앙생활 안에서 인내심을 키우도록 빌어주소서.
성령의 은총으로
유 체칠리아 성녀는 103위 성인·성녀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다. 여든에 가까운 체칠리아 성녀를 우리 교회에서 노인들의 수호 성인으로 모신다면 어른을 공경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리라 생각한다.
6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했고 언제나 순교를 바라다가 끝내 '예수 마리아'를 부르며 숨을 거둘 때 할머니 성녀는 인자하신 하느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았을까! 우리 조상이 평소 자주 부르는 '예수 마리아'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호칭 기도다.
이연희 성녀는 회장인 남편이 하는 모든 일에 적극 내조했고, 어린 아들이 고문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만큼 신앙이 깊었다. 특히 이 성녀에겐 십자가 옆에 서 계셨던 성모님의 특별한 도우심이 있었으리라 확신한다. 이런 점을 통해 우리는 성모님께 전구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짐을 더욱 굳게 믿어야 할 것이다.
고순이 성녀는 성령의 은총으로 죽는 것이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 무서운 형벌과 죽음의 공포도 성령의 은총이 있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하느님 은총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은혜는 하느님이 내려주시지만, 꾸준히 기도해야 그 은혜를 받을 수 있다. 날마다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는지 반성하며 더욱 충만한 신앙생활에 필요한 힘을 얻어야겠다.
- 103위 순교성인과 함께하는 30일 묵상/ 박도식 엮음 / 바오로딸
(그림자료: 의정부교구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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