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II. 공생활 첫 해 18. 토마가 제자가 되다

Skyblue fiat 2016. 4. 24. 17:49

 

II. 공생활 첫 해

 

18. 토마가 제자가 되다

 

 


오늘 아침 여러 시간에 걸친 아주 무거운 잠에서 께어나 날이 새기를 기다리면서 기도하는 동안 이어지는 환상을 보았다. 이어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도 아직 같은 장소에 있다. 벽이 온통 연기로 검게 된 넓고 낮은 부엌은 겨우 길고 좁은 투박한 식탁에 놓여 있는 작은 기름등잔 하나로 밝혀져 있으며, 그 식탁에는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집주인 이렇게 여덟 사람이 한쪽에 네 사람씩 앉아 있다.


예수께서는 아직 등없는 걸상에 돌아앉아 계신다. 다리가 셋 달리고 등이 없는 걸상밖에 없다. 진짜 촌스러운 가구이다. 예수께서는 아직 토마와 말씀하신다. 예수의 손은 새로 온 사람의 어깨에 내려와 있다.

예수께서 토마에게 말씀하신다.

 “이 사람, 일어나게. 저녁을 먹었는가?”
 “못 먹었습니다. 저와 동행했던 또 한 사람과 같이 몇 미터를 가다가 그 사람을 놔두고, 가던 길로 돌아오면서 병이 나은 문둥병자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 사람에게 이 말을 한 것은 그 사람이 부정한 사람을 가까이 하기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짐작이 맞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선생님을 찾은 것이지, 문둥병자를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를 받아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리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올리브나무 재배지 주위를 돌고 있었는데 한 젊은이가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를 고약한 생각을 품은 사람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 젊은이는 소유지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경계표 가까이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내 아들이요.” 그리고는 설명을 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그 애는 압착기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겁니다. 우리의 금년 수확 거의 전부가 지하 저장고 압착기 아래 있어요. 금년은 대풍이었습니다. 기름이 많이 나왔지요. 사람들은 많을 때에는 지키지 않는 곳을 털어가는 부랑배들이 끼여듭니다. 꼭 8년 전 안식일 전날에 그놈들이 우리 기름을 전부 훔쳐갔어요. 그 때부터 우리는 번갈아가며 야경을 돌고 있지요. 그 애 어머니가 저녁을 갖다 주러 갔습니다.”
 “그래 그 젊은이가 ‘뭐하는거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투가 어떻게나 딱딱하던지 어깨에 몽둥이를 맞지 않으려고 빨리 해명했습니다. '나는 여기 사시는 선생님을 찾소’라고요. 그랬더니 젊은이는 ‘당신 말이 참말이면 집으로 갑시다’라고 대답하고 여기까지 같이 왔습니다. 문을 두드린 것이 그 젊은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 몇 마디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갔습니다.”
 “멀리 사느냐? ”
 “시의 저쪽 동쪽성문 바로 근처에 삽니다.”
 “너 혼자 있느냐? ”
 “부모님과 같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은 베들레헴 가는 길 옆에 사는 다른 친척들한테 가셨고, 저는 선생님을 밤낮으로 찾느라고 남아 있다가 결국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러면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이구나?”
 “예.”
 “길은 멀고, 밤은 어둡고. 로마 순찰대들은 시내를 누비고 다닌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하고 같이 있고 싶으면 있어라.”
 “아이고 ! 선생님!” 토마는 좋아한다.
“이 사람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어라. 그리고 모두 형제에게 무엇을 좀 주어라.”
당신으로서도 예수께서는 당신 앞에 있는 치즈의 일부를 때어내시며 토마에게 설명하신다.

 “우리는 가난하다. 그리고 식사가 거의 끝났다. 그러나 모두가 진심으로 네게 주는 것이다. ”
그리고 당신 곁에 앉아 있는 요한에게 말씀하신다. “친구에게 네 자리를 양보해라.”
요한은 곧 일어나서 식탁 옆쪽에 가서 주인 곁에 앉는다.
“토마야, 앉아서 먹어라.”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벗들아, 너희들은 항상 이렇게 해서 사랑의 법을 지켜라. 나그네는 벌써 하느님의 율법으로 보호받는다. 그러나 너희들이 이제는 내 이름으로 나그네를 한층 더 사랑해야 한다. 누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빵이나 잠자리나 물 한모금을 와서 청하면, 너희들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주어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거기 대한 상금을 주실 것이다. 너희는 모든 사람에게, 원수들에게까지도 이렇게 해야 한다. 이것이 새 법이다. 지금까지 너희는 이런 말을 들었었다.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원수들을 미워하여라’ 하고 그러나 나는 너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여라’ 하고. 아! 만일 너희들이 내가 말하는 것과 같이 사랑하면 너희들이 하느님께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을 지 모른다! 어떤 사람이 ‘나는 당신과 같이 함께 주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의 어린양을 따르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면, 그 때에는 그 사람이 너희들에게 있어서 같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너희가 영원한 유대. 즉 그리스도의 유대로 맺어지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후 어떤 사람이 솔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요? ‘이렇게 저렇게 하고자 한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말이 항상 사실과 맞아들어가지는 않거든요” 하고 베드로가 대단히 화가 나서 말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가 보통 때의 명랑한 기분이 아닌 것 같다.
“이봐 베드로야. 네 말은 양식과 정의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아라.

착한 마음씨와 신뢰로 잘못을 저지르는 편이 불신과 무정으로 과오를 범하는 것보다 낫다.

만일 네가 비열한 자에게 선행을 하면, 그 때문에 네게 어떤 해가 돌아오겠느냐? 아무런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하느님의 상급은 항상 성실한 네 몫이 될 것이고. 반면에 상대는 네 신뢰를 저버린 것으로 인하여 불명예를 얻게 될 것이다.


“아무런 해도 돌아오지 않다니요? 내참! 어떤 때는 비열한 자가 배은망덕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떠서 명성과 재산과 심지어 생명까지도 해치는 일이 있는걸요.”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서 네 공로가 줄어들겠느냐?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이 중상을 믿고, 그래서 네가 욥보다도 더 가난하게 될 수 밖에 없고, 그 잔인한 사람이 네 목숨을 앗아간다 하더라도, 하느님이 보실 때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을 것이다. 다만 네게는 변화가 있겠지만 더 낫게 되는 변화일 것이다. 네 착한 마음씨의 공로에 정신적인 순교의 공로와 재산을 잃고, 목숨을 잃은 공로가 보태질 것이다.”


 “좋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될겁니다. ” 베드로는 이제 입을 다문다. 뿌르퉁해 가지고 머리를 한 손으로 괴고 있다.


예수께서는 토마 쪽으로 몸을 돌리고 말씀하신다.

“이봐라. 내가 올리브나무 재배지에서 처음에 ‘내가 지방을 한바퀴 돌고 돌아왔을 때 당신이 아직 그렇게 되기를 원하면 내 제자가 되시오’ 하고 네게 말했었지. 그런데 지금은 예수를 기쁘게 할 용의가 있느냐? ‘고 말하겠다. ”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기쁨이 네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선생님을 섬기는 데에는 제게 고통스러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까?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
 “나는 네게 이런 말을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만일 네가 사귀고 지내는 사람들이나 정다운 사람들이 있다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두요! 제게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말씀하십시오.”


 “이거봐라. 내일 새벽같이 그 문둥병자가 묘지를 떠나 사제에게 알릴 사람을 찾으러 갈 것이다.

너는 우선 무덤들 있는 곳으로 가거라. 이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이렇게 큰소리로 말하여라.

 ‘어제 깨끗해진 분은 밖으로 나오시오. 나를 당신에게로 보내신 분은 이스라엘의 메시아 나자렛의 예수요. 어제 당신 병을 고쳐 주신 분 말이오’ 하고. ‘산 송장’의 세계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고 희망을 가지고 몸을 떨게 되도록 하여라. 믿음과 더불어 희망을가진 사람은 내가 고쳐 주게 내게로 오기 바란다. 이것이 내가 가져오는 순결과 내가 지배하는 부활의 첫번째 표시이다. 언젠가는 더 심오한 순결을 주겠다‥‥

언젠가는 밀봉된 무덤들이 진짜 죽은 사람들을 쏟아댈 것이니, 그 사람들은 그들의 움푹 들어간 눈과 바싹 마른 턱뼈를 가진 채 나타나서, 림보의 기다림에서 해방된 영들의 기쁨으로 인하여 웃을 것이다. 그 기쁨이 아직은 멀리 떨어져 있지마는, 그래도 그들의 해골만으로도 벌써 느꼈던 것이다. 그들이 나타나서는 이 해방을 보고 웃을 것이고, 그것이 누구의 덕택인지를 알기 때문에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너는 가거라. 그 사람이 너를 향하여 올 것이다. 그 사람이 너더러 해 달라는 대로 해 주고, 그 사람이 네 형제인 것처럼 모든 일을 도와주어라.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당신이 완전히 깨끗하게 되면 도꼬와 에브라임 너머에 있는 강가의 길로 함께 갑시다. 거기서 예수 선생님이 당신과 나를 기다리시다가 우리가 어떻게 해서 그분을 섬겨야 하는지를 일러 주실 것입니다’ 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요?”
 “누구 말이냐 ? 가리옷 사람 말이냐?”
 “예.”
 “그 사람의 경우에는 내 권고가 그대로 계속된다. 그 사람이 스스로 결정하고 오래 곰곰이 생각하게 내버려 두어라. 그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피하여라.”
 “저는 문둥병자 곁에 있겠습니다. 무덤들이 있는 골짜기에는 이리저리 다니는 부정탄 사람들이나 불쌍히 여겨서 가까이 가는 사람들밖에는 없습니다.”


베드로는 무슨 말인지 투덜대고 있다. 예수께서 그것을 들으셨다.
“베드로야, 무슨 일이냐? 너는 말을 안하거나 투덜대거나 하는구나. 불평이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느냐?”

“불만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제일 먼저 온 사람들인데, 저희들에게는 기적 하나도 선물로 주지 않으셨습니다.

저희들이 제일 먼저 온 사람들인데, 선생님은 외부사람을 선생님 곁에 앉히십니다.

저희들이 제일 먼저 왔는데, 선생님은 그 사람에게는 책임을 맡기시면서 저희들에게는 안 맡기십니다.

저희들이 제일 먼저 왔는데, 그런데... 바로 말해서 꼴찌 같단 말씀입니다. 왜 강가 길에서 그 사람들을 기다리십니까? 분명히 그 사람들에게 어떤 임무를 맡기시려는거지요. 왜 그 사람들에게는 맡기시면서 저희들에게는 맡기지 않으십니까?”


예수님은 그를 보신다. 성이 나지 않으셨다. 어린아이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처럼 그에게 미소를 보내기까지 하신다. 예수께서는 일어나셔서 천천히 배드로에게로 가시어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씀하신다.

베드로야, 베드로야! 너는 꼭 커다란 늙은 어린아이 같구나!” 그러시면서 형 곁에 앉아 있는 안드레아에게 “내 자리로 가라”고 말씀하시고 베드로 옆에 앉으셔서 한 팔을 그의 양어깨에 얹어 당신 어깨에 꼭 껴안으신 채 말씀하신다.

 

 “베드로야, 네게는 내가 불공평한 처사를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내가 하는 일은 불공평한 처사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너희들이 무슨 능력이 있는지를 내가 안다는 증거이다. 생각해 보아라.

어떤 사람이 시험을 거칠 필요가 있느냐? 아직 확실성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너희들이 내게 대하여 하도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너희들에게는 내 능력의 증거를 보여줄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여기 예루살렘에는, 악습과 무종교와 정치와 이 세상의 사물들이 정신들을 흐리게 하여 지나가는 빛을 볼 수 없을 정도가 된 이곳에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기 그렇게도 깨끗한 우리 아름다운 호숫가에서는, 또 그와 같이 깨끗한 하늘 아래에서는, 정직하고 선을 갈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증거가 필요치 않다. 너희들도 기적을 얻게 될 것이다.

너희에게는 꽉 차서 흐르는 강물과 같이 풍부한 은총을 베풀어 주겠다. 그러나 내가 얼마나 너희를 존중하는지 생각해 보아라. 나는 증거를 요구하지 않고 또 너희들에게 증거를 보여 줄 필요를 느끼지 않은 채로 너희를 받았다. 그것은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즉 내게는 소중하고 무척 소중하고 무척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베드로는 그의 침착성을 되찾아서 말한다. “예수님, 용서하십시오.”
 “그래 용서한다. 네가 뿌르퉁한 것이 사랑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나의 아들 시몬아, 샘을 내지 말아라.

네 예수의 마음이 어떤지 아느냐? 바다를 본일이 없느냐, 진짜 바다를. 본 일이 있다고? 좋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그 바다보다도 훨씬 넓다. 모든 사람이 들어올 만한 자리가 있다. 온 인류가 들어올 만한 자리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가장 작은 사람에게 가장 큰 사람에게와 마찬가지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죄인도 죄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얻는다. 이 사람들에게는 내가 어떤 임무를 맡긴다. 물론이다.

너는 내가 그들에게 임무 맡기는 것을 막고자 하느냐? 내가 너희를 선택하였지, 너희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를 어떻게 써야할 지 판단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만일 이 사람들에게 어떤 임무를 주어서 -그 임무는 가리옷 사람에게 남겨준 기간이 자비일 수 있는 것과 같이 시련일 수도 있다 - 여기 남아 있게 하면, 네가 거기 대해 나를 비난할 수가 있겠느냐? 네게는 더 중요한 임무를 마련해 두었는지 알기나 하느냐? 그리고 ‘너는 나와 같이 가겠느냐?’ 하는 말을 네가 듣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증거가 아니겠느냐?”


 “맞습니다, 맞아요. 전 바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마,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용서해 주마. 아! 베드로야‥‥

아니, 너희 모두에게 부탁이다. 절대로 공로와 자리다툼을 하지 말아라. 나는 왕으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난하게 외양간에서 태어났다. 나는 부자일 수도 있었는데. 일을 해서 살았고, 지금은 사람들의 자선으로 살고 있다.렇기는 하지만 이 말을 믿어라.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나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여기 사람의 종으로 있는 나 자신말이다.”


 “선생님이 종이시라구요? 그건 절대로 안됩니다!”
 “베드로야, 왜 그러느냐?”
 “제가 선생님을 섬기겠으니까 그렇습니다. ”
 “비록 네가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돌보듯이 나를 섬긴다 하더라도 나는 사람에게 봉사하러 왔다.

인간에게 나는 구세주가 될 것이다. 이것과 비교할 만한 봉사가 어디 또 있단 말이냐 ? ”
 “아이고 ! 선생님 ! 선생님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시는군요. 그러니까 희미하던 것이 갑자기 환해집니다! ”


 “베드로야, 이제는 만족하느냐? 그러면 토마에게 마저 말을 하게 가만히 있어라.

그 문둥병자를 확실히 알아볼 수 있겠느냐? 병이 나은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별빛으로 인도되어 친절한 길손을 찾아 벌써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부모를 보려고 시내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다른 문둥병자가 그 사람 대신 나설지도 모른다. 사람의 모습은 이렇다. 나는 그 사람 바로 곁에 있었고 황혼이었기 때문에 잘 살펴 보았다. 그 사람은 키가 크고 말랐다. 혼혈아처럼 얼굴빛이 짙은 빛깔이고, 눈이 움푹하고 대단히 검으며, 눈썹은 눈같이 희고, 머리칼은 아마색이고 매우 굽슬굽슬하며, 코는 리비아 사람들 같이 끝이 납작하게 퍼졌고,입술은 두터운데 특히 아래 입술이 두껍고,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 사람 살갗이 어떻게나 거무죽죽한지 입술은 보라빛을 띨 지경이다. 이마에는 오래된 흉터가 남아 있는데, 딱지와 때가 깨끗이 없어진 지금은 그것이 유일한 흠일 것이다. ”


 “머리가 희면 늙었겠군요.”
 “필립보야, 아니다. 늙은이 같아 보이지만 늙은이는 아니다. 문둥병 때문에 머리가 희어진 것이다. ”
 “혼혈아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 ”
 “베드로야, 아마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은 아프리카 사람들과 비슷하다. ”
 “그러면 그가 이스라엘 사람일까요 ? ”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면? ”
 “그야!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면 떠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운좋게 병이 나은 것만도 벌써 대단한 것이니까요.”


 “아니다, 베드로야. 그 사람이 우상숭배자라 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을 내쫓지는 않을 것이다.

예수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왔다. 그리고 잘 들어 두어라. 암흑의 백성들이 빛의 백성을 능가할 것이다‥‥.”

 

 

예수께서는 한숨지으신다. 그리고 일어나신다. 찬가를 낭송하면서 아버지께 감사를 하시고 찬양하신다.


- 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말이 나온 김에 지적하는데, 내 안에 알려주시는 분이 어제 저녁부터 내가 문둥병자를 바라볼 때부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사람이 사도 시몬이다. 너는 그가 선생님께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타대오가 오는 것도 볼 것이다.”

오늘 아침 성체를 모신 다음(오늘은 금요일이다) 미사경본을 펼쳤을 때 오늘이 바로 성 시몬과 성 유다의 축일 전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일의 복음에는 내가 첫번째 환상에서 본 것과 같은 말을 거의 되풀이해서 말하는 애덕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유다 타대오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