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공생활 첫 해
17. 가리옷 사람과 토마와의 만남. 열성당원 시몬에 대한 기적
예수께서 제자 여섯명과 같이 계신다. 전날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예수와 같이 예루살렘에 오고 싶다고 말하였던 유다 타대오가 보이지 않는다.
시내에 사람들이 여전히 몰려드는 것을 보면 아직 과월절인 모양이다.
지금은 저녁무렵이라,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집으로 온다. 예수께서도 손님으로 들어 계신 집으로 향하여 가신다. 그 집은 최후의 만찬실이 있는 집이 아니다. 그 집은 시의 경계에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내에 있다. 그런데 이 집은 벌써 올리브나무 재배지 한가운데 있는 진짜 시골집이다. 집 앞에 있는 작은 마당에서는 줄지어서 야산 밑에까지 내려오는 나무들이 보인다. 나무들은 별로 높지 않은 두 언덕 사이에 있는 단층을 통하여 흘러가는 물이 아주 적은 작은 개울이 있는 곳에서 끝난다. 성전은 그 두 언덕 중의 하나의 꼭대기에 있다. 또 한 언덕에는 올리브나무가 끝없이 심어져 있다. 예수께서는 그 조용한 나무들의 온 매력을 간직한 채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그 언덕 맨 아래에 와 계신다.
"요한, 자네 친구분을 기다리는 사람 둘이 있네" 하고 올리브나무 재배지를 돌보는 농부 아니면 주인인 듯한 나이 많은 남자가 말한다. 요한이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어디들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이예요?"
"모르겠네. 한 사람은 분명 유다인이야. 또 한 사람은...모르겠어... 물어보지 않았거든."
"어디에 있습니까 ? "
"부엌에서 기다리고 있네, 그리고... 그리고...그래 ...맞았어, 헌데투성이인 사람이 또 하나 있어. 나는 그 사람보고 거기 멈춰 서라고 했지. 그 사람이 문둥병 환자면 안되니까... 그 사람은 성전에서 말한 예언자를 보고 싶다고 하네."
그때까지 아무 말씀도 안하시던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우선 그 사람을 보러가자.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각이 있으면 오라고 일러라. 그들에게 여기 올리브나무 밭에서 말하겠다. " 그리고 그 남자가 가리킨 곳으로 몸을 돌리신다.
"그럼 저희들은 어떻게 합니까?" 하고 베드로가 묻는다.
"오고 싶으면 오너라."
온몸을 싼 한 남자가 소유지의 경계 바로 옆에 수평돌출부를 받치고 있는 투박한 작은 담장에 기대서 있다. 그 사람은 작은 개울을 끼고, 소유지 가장자리를 따라 난 오솔길로 해서 올라왔을 것이다. 그에게로 향하여 오시는 예수님을 보자 그 사람은 외친다. "물러가세요, 물러가세요 ! 그렇지만 불쌍히 여겨 주기도 하세요 !" 그리고 옷을 떨어지게 놓아두면서 몸통을 드러낸다.
얼굴은 벌써 딱지투성이지만, 몸통은 온통 헌데로 얼룩져 있다. 깊이 파인 헌데들도 있고. 붉은 덴자국 같은 것들도 있고, 어떤 것들은 그 위에 흰 유리가 붙어 있는 것처럼 희끄무레한 반투명의 것이다.
"당신은 문둥병자로군요! 나더러 어떻게 해달라는 것입니까?"
"저를 저주하지 마시고, 저를 돌로 쳐 죽이지 마세요! 어제 저녁 선생님은 하느님의 목소리와 은혜를 가져오는 분 모양으로 나타나셨다고 사람들이 말해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표를 높이 쳐들어서 무슨 병이든지 다 낫게 하신다는 것을 증명하셨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 표를 제 위에 쳐들어 주십시오. 저는 저기...무덤들 있는 데서 왔습니다...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오느라고 개울가의 가시덤불 사이로 뱀처럼 기어 왔습니다. 어슴푸레한 빛에서는 제가 어떻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저녁 때가 되기를 기다려서 이렇게 했습니다. 저는 감히 했습니다. 꽤 마음씨 착한 저 집의 주인을 만났습니다. 그 샤람은 저를 죽이지 않고 '작은 담장에 기대서 기다리게' 하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선생님도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여섯 제자와 집주인과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은 멀리 그대로 서서 불쾌감을 분명히 나타냈기 때문에 예수님 혼자서 앞으로 나아가신다. 나환자는 또 말한다. "앞으로 더 오지 마세요! 더 오지 마세요 ! 저는 더럽혀졌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앞으로 나야가신다. 예수께서 어떻게나 측은한 눈길로 그 사람을 바라보셨던지 그 사람은 울기 시작한다. 그는 무릎을 꿇고 얼굴을 거의 땅에 대고 "선생님의 표를! 선생님외 표를! " 하고 부르짖는다.
"때가 되면 나타날 것이오. 그러나 당신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어나시오. 병이 나으시오. 내가 그렇게 되기를 명하오. 그리고 나를 위하여 이 도시에서 표가 되어 주시오. 이 도시는 나를 알아야 합니다. 일어나라니까요 !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는 죄짓지 마시오!"
그 사람은 천천히 천천히 일어난다. 그는 마치 수의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이 키크고 꽃이 핀 풀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나았다. 그는 마지막 햇빛에 자기 몸을 들여다본다. 그는 나았다. 그는 외친다.
"제가 깨끗해졌습니다! 아 이제는 선생님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율법을 지켜야 합니다. 사제를 찾아가 보시오. 이제부터는 착하게 사시오. 자 가시오."
그 사람은 예수님의 발아래 엎드리려는 몸짓을 하려고 하다가 율법의 견지로는 아직 부정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참는다. 그러나 자기 손에 입을 맞추고, 그 입맞춤을 예수께 보낸다.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 놀라 말을 잃었다. 예수께서는 병 나은 나환자에게 등을 돌리고 미소를 지으시며 그들을 격려하신다. "벗들아, 저것은 육체의 문둥병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의 문둥병이 사라지는 것을 볼 것이다. 나를 보자고 한 것이 당신들입니까?" 하고 알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저희들은 저번날 저녁... 성전에서 선생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친척이라고 하는 어떤 분이 선생님이 여기 계시다는 말을 해주었슬니다."
"그런데 왜 나를 찾으십니까?"
"선생님은 진리의 말씀을 가지고 계시니까 저희를 받아주시겠다면 선생님을 따르려고 그럽니다. "
"나를 따르겠다구요? 그러나 내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선생님. 그렇지만 분명히 영광을 향해 가시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것이 아닌 영광, 하늘에 있어서 덕행과 희생으로 얻게 되는 영광을 향해 갑니다. 왜 나를 따르려고 합니까?"하고 예수께서 다시 물으신다.
"선생님의 영광에 한몫 끼기 위해서 그럽니다. "
"하늘에 따른 영광 말입니까? "
"예, 하늘에 따른 영광 말입니다. "
"아무나 다 그 영광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맘몬*이 덫을 놓기 때문인데, 하늘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보다 더 많은 덫을 놓기 때문입니다. 의지가 강한 사람만이 저항합니다.
나를 따른다는 것이 우리 안에 있는 원수와 세속이라는 원수와 사탄이라는 원수와의 끊임없는 싸움을 내포한다면 왜 나를 따르겠다는 것입니까?"
"그것은 우리의 정신이 우리를 끌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 매료된 우리의 정신이 말입니다.
선생님은 거룩하시고 유력하시니 우리는 선생님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친구!!!" 예수께서 입을 다물고 한숨지으신다. 그런 다음 줄곧 말하는 그 사람을 뚫어지게 건너다 보신다. 그 사람이 이제는 머리에 덮어쓰고 있던 겉옷이 떨어지는 것을 그대로 둔 바람에 머리가 드러났다. 그 사람은 가리옷의 유다이다.
"서민보다 말을 잘 하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
"저는 시몬의 유다입니다. 가리옷 사람이지만 성전에 속해 있습니다(혹은 성전에 있습니다). 저는 유다인들의 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 꿈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선생님이 왕이시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선생님의 거동을 보고 선생님이 왕이시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저를 받아주십시오."
"당신을 받아 달라구요? 지금? 당장이요? 안됩니다."
"왜 안됩니까, 선생님 ?"
"그것은 대단히 가파른 길에 들어서기 전에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제 성실성을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
"당신 말대루요. 당신의 경우에는 순간적인 충동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이 꾸준하리라고는 믿지 않아요. 유다. 곰곰히 생각해 보시오. 나는 이제 떠나는데, 오순절을 지내서 돌아옵니다. 당신이 성전에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할 능력이 있는지 알아차리시오‥‥ 그리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
하고 예수께서는 알지 못하는 두번째 사람에게 물어보신다.
"선생님을 뵌 또 한 사람입니다. 선생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겁이 납니다. "
"아닙니다. 자만은 파멸의 원인입니다. 두려움은 장애가 될 수도 있지만, 만일 겸손에서 오면 도움이 됩니다. 두려워 마시오. 당신도 곰곰히 생각해 보시오. 그리고 내가 올 때‥‥."
"선생님은 매우 거룩하십니다. 저는 합당하지 않을까봐 겁이 나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사랑으로 말하면 염려가 없으니까요‥‥."
"이름이 무엇입니까? "
"토마라고 합니다. 별명은 디디모라고 하구요."
"당신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시오."
예수께서는 그 사람들을 돌려보내시고 저녁식사를 하시려고 손님으로 들어 계신 집으로 돌아오신다. 그분과 같이 있는 여섯 사람은 많은 질문을 하려고 한다.
"선생님은 왜 두 사람 사이에 차별을 두셨습니까? 차별이 있었거든요. 두 사람이 다 같은 충동을 따랐는데요" 하고 요한이 묻는다.
"이 사람아, 같은 충동이라도 풍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두 사람이 같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덜 완전해 보이는 사람이 더 완전하다. 그것은 그가 인간적인 영광에 대한 열광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내가 좋아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
"저두요 !"
"저두 마찬가집니다."
"저두요."
"저두요."
"저두요."
"저두요."
"안다. 나는 너희들이 어떤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다. "
"그러면 저희들은 완전합니까? "
"천만에 ! 그러나 사랑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가지고 있으면 너희들도 토마와 같이 완전하게 될 것이다. 완전하다고? 아! 이 사람들아! 그래 하느님 말고 누가 완전하단 말이냐? "
"선생님은 완전하십니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나로 말하더라도, 만일 너희가 나를 순전히 예언자로만 본다면 나는 완전하지 못하다. 아무 사람도 완전하지 못하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말하고 있는 이 사람은 아버지의 말씀이기 때문에 나는 완전하다. 하느님의 생각은 하느님에게서 나오는데. 그 생각이 말씀이 된다. 나는 내 안에 완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너희들이 내가 아버지의 말씀이라는 것을 믿으면, 이것을 믿어야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너희들이 보다시피 나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그것은 내가 인간의 모든 불행을 짊어져서 나 자신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짊어지고 -이것이 내 첫번째 십자가이다- 그것들을 짊어진 다음에 없애버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불행에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이다. 이 사람들아, 그것은 엄청나게 무거운 짐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기꺼이 짊어진다. 그 불행들을 짊어지는 것이 내 기쁨이다. 사람의 아들로서 내가 인류를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겠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그랬던 것과 같이 말이다."
예수께서는 초라한 식탁에 앉으셔서 손으로는 조용한 손짓을 하시며 얼굴을 약간 기울이시고 조용히 말씀하신다. 식탁에 놓은 작은 기름 등잔불이 아래쪽에서 얼굴을 비춘다. 예수께서는 가볍게 미소지으신다. 그분은 벌써 자기를 인정하게 하시는 스승이시고, 그분의 얼굴 모습에서는 많은 우정이 풍긴다. 제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그분의 말씀을 듣는다.
"선생님, 왜 선생님이 어디 사시는지 아는 사촌이 오지 않았습니까?"
"베드로야! 너는 내 돌들*중의 하나, 첫째 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돌이 쓰기에 적합한 것이 아니다.
너도 총독관저의 대리석들을 보았지? 그 대리석들은 산허리에서 힘들게 캐어져서 지금은 총독관저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반대로 저기 키드론 냇물 속에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조약돌들을 보아라. 저 조약돌들은 저절로 이 급류 바닥에 왔고, 누가 그것들을 원하기만 하면 즉시 주워가도 아무 저항이 없다. 내 사촌은 내가 말하는 첫번째 돌들과 같다...산 허리가, 즉 그의 가족이 그를 두고 나와 경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는 아주 개울 속에 있는 돌들과 같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을 위해서 저는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집도 아내도 고기잡이도 형제들도 모두요. 선생닙을 위해서 모두요."
"베드로야, 나도 안다. 그래서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다도 올 것이다. "
"어떤 유다 말씀입니까? 가리옷의 유다요? 저는 그 사람이 오기를 꼭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은 훌륭한 신사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예, 저는 저 자신을 더 낫게 생각합니다..."
베드로가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모두들 웃는다.
"웃을 일이 아니야. 내 말은 순박한 갈릴래아 사람, 있는 그대로의 그렇지만 솔직한 어부를‥‥ 도시 사람들보다 낫게 생각한다는 말이야‥‥ 도시 사람들은‥‥뭐랄까‥‥ 모르겠어. 이렇단 말이야. 그렇지만 선생님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셔."
"그래 알아듣는다. 그러나 판단하지 말아라. 이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 필요하다. 그리고 들에 있는 꽃들과 같이 착한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과 섞여 있다. 유익한 접시꽃 옆에 독당근이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무엇 말이냐, 안드레아? "
"요한에게서 선생님이 가나에서 행하신 기적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가파르나움에서도 기적을 행하시기를 몹시 바랬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먼저 율법을 지키지 않고는 기적을 행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왜 가나에서는 행하셨습니까? 왜 거기서는 행하시고, 선생님의 고향에서는 행하지 않으십니까? "
"율법을 지키는 것은 어느 것이든지 하느님과 결합하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의 능력이 많아지는 것이다.
기적은 하느님과의 곁합, 하느님의 친절한 현존, 그분의 우리와의 일치의 증거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련의 기적을 행하기 전에 이스라엘 사람으로서의 내 의무를 다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율법을 지킬 의무가 없었습니다."
"왜 ? 하느님의 아들로서는 의무가 없다. 그러나 율법의 아들로서는 지킬 의무가 있다. 지금 당장은 이스라엘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밖에는 알지 못한다. 또 나중에까지도 거의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아니 그보다도 못한 사람으로 알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죄지을 기회를 주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율법을 지키는 것이다. "
"선생님은 거룩하신데요."
"거룩함이 복종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완성한다. 게다가 그것 말고도 모범을 보여줄 일이 있었다. 착한 모범을 보이지 않는 아버지나, 형이나, 선생이나, 사제에 대해서 너는 어떤 말을 하겠느냐?"
"그러면 가나는요?"
"그것은 내 어머니께 드려야 하는 기쁨이었다. 가나는 내 어머니께 드려야할 것에 대한 분할 지불금이다.
어머니께서 맨 처음으로 은총을 가져오셨다. 여기서는 메시아로서의 내 능력을 공공연하게 시작함으로써 거룩한 모성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저기 가나에서는 하느님의 거룩한 여인에게, 지극히 거룩한 여인에게 경의를 표해야 되었다. 내 어머니를 통하여 세상이 나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행하는 내 첫번째 기적이 그분께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또 다시 토마이다. 그는 들어와서 예수의 발 아래 엎드린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돌아오시는 것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을 모시고 있게 해 주십시오.
저는 결점투성이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크고 참된 이 사랑, 제 보물이 있습니다. 이 사랑은 선생님의 것입니다. 선생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선생님,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예수께서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디디모야, 그대로 남아서 나를 따라라. 성실하고 끈질긴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너희들은 축복받았다. 너희들은 내게 있어서 친척들보다 더 귀하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너희들은 죽기 마련인 피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너희들의 영혼의 의지에 따라 아들들이고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지만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과의 친분관계보다 더 가까운 친척관계는 없다. 그런데 너희들은 선을 원하기 때문에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한다."
- 이렇게 해서 환상이 끝난다.
오후 네시다. 그런데 벌써 졸음의 그림자가 내 위에 드리워진다. 그런데 어제의 고통의 시간의 당연한 결과로 이 잠이 깊으리라는 것을 나는 느낀다.
그러나 10월 24일에도 나는 너무나 아파서 아마 뇌막염과 같은 두통을 겪는 동안 묘사한 환상이 끝난 다음에, 마침내 예수께서 나 혼자만의 예수님으로 내게 나타나실 때와 같은 옷을 입으신 것을 보았다는 말을 덧붙일 용기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옷은 약간 상아빛깔을 띤 횐색의 고운 모직으로 만든 옷이었고, 거기에 잘 어울리는 겉옷이었다. 메시아로서 처음으로 예루살렘에 당신을 나타내셨을 때 입으셨던 그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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