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복음 준비
60. 에집트에서의 성가정
<성가정에 대한 기분 좋은 환상>:
여기는 에집트이다. 사막과 피라밋이 보이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주 하얀 작은 단층집이 하나 보인다. 매우 가난한 사람들의 초라한 집이다. 벽들은 겨우 초벽을 한 위에 회칠 한번만 하였다. 이 작은 집에는 둘 밖에 없는 방으로 들어가는 문 둘이 나란히 나 있다. 나는 지금 당장은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집은 모래 섞인 작은 땅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고 갈대를 땅에 박은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는데, 이것은 도둑을 막기에는 약한 방벽이다. 그 울타리는 어떤 떠돌아다니는 개나 도둑고양이나 막는 데 소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보아하니 재물의 그림자도 없을 것 같은 곳에서 누가 무엇을 훔쳐갈 생각을 하겠는가?
갈대 울타리에는 메덩굴 같아 보이는 덩굴풀을 올려서 더 두꺼워 보이고 덜 초라해 보이게 하였다. 한 쪽에만 꽃이 핀 쟈스민 소관목 한 그루와 아주 흔해빠진 장미나무를 여러 그루 모아 심은 것이 있다. 땅은 비록 메마르고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작은 뜰을 만들려고 참을성 있게 가꾸었다. 뜰 한가운데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없는 오래된 큰 나무 밑에 만들어 놓은 여러 개의 작은 화단에는 매우 빈약한 채소들이 보인다. 그 큰 나무는 햇볕이 내리쬐는 땅과 작은 집에 그늘을 좀 만들어 준다. 이 나무에는 흰 빛깔과 검은 빛깔이 섞인 작은 염소 한 마리가 매여 있는데, 그놈은 땅 위에 던져 준 나뭇가지 몇 개의 잎들을 뜯어먹고 새김질한다.
그리고 거기 땅에 편 자리에 아기예수가 있다. 두 살, 기껏해야 두 살반 쯤 되어 보인다. 아기는 양이나 말같이 깎은 나무조각과 그의 금발머리보다는 덜 굽슬거리는 리본같은 가벼운 나무오라기를 가지고 논다. 그의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 나무 목걸이를 그 짐승들의 목에 걸려고 애쓴다.
아기는 즐거워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 대단히 아름답다. 아주 숱이 많은 컬이 된 금발을 가진 작은 머리에, 살갗은 희고 약간 불그레하며, 짙은 파란색 눈은 생기가 있고 빛난다. 표정은 자연히 다르지만 나는 내 예수의 눈 빛깔을 알아본다. 매우 아름다운 어두운 두 개의 청옥과 같다. 아기는 긴 흰 빛깔 옷을 입었는데, 그것은 그에게 속옷이 되는 것이다. 소매는 팔꿈치까지 온다. 발에는 지금은 아무것도 신지 않았다. 조그마한 샌들이 자리 위에 있는데, 역시 아기의 장난감이 된다. 샌들을 짐승들의 목에 메우니, 그놈들은 마치 조그마한 짐수레처럼 가죽끈으로 끈다. 매우 단순한 샌들이다. 바닥 가죽끈 두 개로 된 것인데, 그 가죽끈 두 개가 하나는 코에 달려있고, 하나는 뒤축에 달려 있다. 코에 달려 있는 가죽끈은 얼마만큼 와서는 둘로 갈라진다. 그래서 한쪽 끈은 뒤축에서 오는 가죽끈에 있는 구멍으로 들어가 발목에 고리처럼 둘려 있는 다른 가닥에 가서 걸리게 되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성모님이 역시 나무 그늘에 있다. 마리아는 촌스러운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짜며 아기를 살핀다. 나는 그의 가냘픈 흰 손이 날실 사이로 북을 던지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며, 베틀신을 움직이는 샌들을 신은 발을 본다. 마리아는 접시꽃 빛깔 같은 분흥색을 띤 보라빛 웃옷을 입고 있다. 머리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금발을 앞가리마를 타서 머리 위에 갈라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다음 머리를 단순하게 땋아서 목덜미 위로 기분 좋게 늘어뜨렸다. 옷소매는 길고 좁은 편이다. 그의 아름다움과 그의 얼굴의 지극히 부드러운 표정 외에 다른 장식은 없다. 그의 살갗, 머리와 눈의 빛깔, 얼굴 모양, 모두가 내가 늘 보는 마리아와 같다. 여기서는 매우 젊어 보인다. 스무 살쯤 되어 보인다. 얼마 후 마리아는 일어나 아기에게로 가서 몸을 구부리고 샌들을 다시 신기고 정성스럽게 끈을 맨다. 그런 다음 아기를 쓰다듬어 주고. 머리와 눈에 입을 맞춘다. 아기가 떠듬거리며 말을 하니 대답을 하는데. 나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다. 그런 다음 베틀로 돌아가 짜진 옷감과 날실 위에 린네르천을 펴놓고, 자기가 앉아 있던 걸상을 가지고 집으로 간다. 아기는 엄마를 눈으로 지켜보며, 혼자 남겨두어도 성가시게 굴지 않는다.
일이 끝나고 저녁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해가 나무 없는 모래 위로 내려오고, 먼 피라밋 뒤로는 온 하늘이 꼭 불붙은 것같이 보인다.
마리아가 돌아와서 예수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다. 아기는 군소리 없이 복종한다. 엄마가 장난감과 자리를 거두어 가지고 집으로 들여가는 동안, 아기는 그 작은 다리로 종종걸음을 쳐서 염소 있는 데로 뛰어 가 염소 목에 팔을 얹는다. 염소는 매애하고 울면서 주둥이를 예수의 어깨에 비빈다.
마리아가 돌아온다. 지금은 머리에 긴 베일을 썼고 손에는 항아리를 들고 있다. 마리아는 예수의 귀여운 손을 잡고, 둘이 작은 집 주위를 돌아 집의 다른 편으로 간다.
나는 그 우아한 광경을 감상하며 따라간다. 자기 걸음을 아기의 걸음에 맞추는 성모님과 그 곁에서 종종걸음을 치는 아기. 나는 볼그레한 발뒤꿈치가 들렸다가 아이들의 발걸음의 특별한 맵시로 오솔길의 모래로 내려지는 것을 본다. 자세히 보니 아기의 작은 옷이 발까지 내려오지 않고, 장단지 중단까지만 내려온다. 그 옷은 대단히 깨끗하고 간단하며, 허리는 역시 흰빛인 끈으로 졸라맸다.
나는 집 앞쪽 울타리에는 촌스러운 사립짝이 달려 있는 것을 본다. 마리아는 그 사립짝을 열고 거리로 나간다. 그것은 어떤 도시나 어떤 보잘것없는 마을 끝에 있는 초라한 거리로, 소도시와 들판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마리아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들판 쪽을 보지 않고 마을의 중심 쪽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몇 십 미터 윗쪽에 있는 못인지 우물인지가 있는 곳을 향하여 간다. 그 위로는 종려나무들이 둥그렇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곳에는 땅에 푸르른 풀이 깔려 있다.
여기서 어떤 남자가 거리로 해서 앞으로 오는 것이 보이는데, 그리 크지는 않지만 튼튼하게 생겼다. 나는 요셉을 알아본다. 그는 빙그레 웃고 있다. 그는 내가 천국에 관한 환상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 젊어 보인다. 나이는 많아야 마흔쯤 되어 보인다. 수염과 머리털은 숱이 많고 검으며, 살갗은 꽤 햇볕에 그을었고, 눈은 짙은 빛깔이다. 성실하고 기분 좋은 얼굴,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얼굴이다. 예수와 마리아를 보고 그는 걸음을 재게 움직인다. 그는 왼쪽 어깨에 톱 같은 것과 대패 같은 것을 메고 있고, 손에는 그가 일하는데 쓰는 다른 연장들을 들고 있는데. 지금 연장들과는 다르지만, 그렇게 많이 틀리지 않는다.
그는 개암색과 밤색 중간색의 옷을 입고 있는데, 대단히 길지는 않고 -발목 조금 위까지 내려온다- 소매는 팔꿈치까지 온다. 허리에는 아마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 허리띠를 맸다. 진짜 일꾼 옷이다. 발에는 발목에서 서로 엇갈리는 끈이 달린 샌들을 신었다.
마리아가 미소를 짓고, 아기는 좋아서 소리를 지르며 잡히지 않는 팔을 내민다. 세 사람이 한데 모이자, 요셉은 몸을 굽혀 아기에게 과일 한 개를 주는데, 모양과 빛깔이 사과같다. 그런 다음 팔을 내미니, 아기는 엄마 손을 놓고 요셉의 팔에 안겨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요셉의 어깨 오목한 곳으로 숙인다. 요셉은 아기에게 입을 맞추고 아기의 입맞춤을 받는다. 우아한 애정이 넘쳐흐르는 몸짓이다.
나는 마리아가 서둘러 요셉에게서 연장을 받아 요셉이 거치적거리는 것 없이 아기를 안아 줄 수 있게 하였다는 말을 잊을 뻔했다. 그런 다음, 예수의 키에 맞추느라고 쭈그리고 앉았던 요셉이 다시 일어나서 왼손으로는 다시 연장을 들고 오른 팔로는 어린 예수를 그의 튼튼한 가슴에 껴안는다. 마리아가 손잡이 달린 항아리에 물을 채우려고 샘으로 가는 동안 요셉은 집 쪽으로 간다.
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서 요셉은 아기를 땅에 내려놓고, 마리아의 베틀을 들어 안으로 들여가고, 그 다음에는 염소젖을 짠다. 예수는 이 작업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요셉이 집 한편에 지어놓은 작은 헛간에 염소를 가두는 것을 바라본다.
저녁 어두움이 내리깔리기 시작한다. 나는 모래 위에서 자주빛을 띠는 황혼의 붉은 빛을 살펴본다. 모래 위에서는 더위로 인하여 공기가 흔들리는 것 같다. 피라밋은 더 컴컴한 빛으로 보인다.
요셉은 집안의 어떤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 방은 작업장도 되고 부엌과 식당도 되는 것 같다. 다른 방은 쉬는 방으로 생각되지만 나는 그 방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방바닥 높이에 불을 피운 아궁이가 있고, 역시 이 방에 목수의 작업대와 같은 탁자와 등없는 걸상들과, 그릇 몇 개와 기름등잔 둘이 얹혀 있는 선반들이 있다. 한 구석에는 마리아의 베틀이 있다. 정말 질서 정연하고 대단히 깨끗하다. 대단히 가난하지만 매우 깨끗한 집이다.
내가 한 가지 주의한 것은 이런 것이다. 예수의 인간 생활과 관계가 있는 모든 환상에서 내가 눈여겨본 것은 예수는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요한이 항상 정돈이 잘 되고 깨끗한 옷을 입었고 꾸밈이 없지만 머리를 잘 손질하고 수수한 옷에 단순하지만 깨끗한 머리쓰개를 써서 그들의 품위가 뚜렷하다는 사실이다.
밤이 빨리 어두워지기 때문에 마리아는 손잡이 달린 항아리를 가지고 돌아와 문을 닫는다. 방은 요셉이 불을 켜서 작업대 위에 올려놓은 등불로 밝혀진다. 요셉은 마리아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자질구레한 일을 더 좀 하려고 작업대 위로 몸을 굽힌다. 불이 방안을 밝힌다. 예수는 작업대에 손을 얹고 머리를 쳐들고 요셉이 하는 일을 지켜본다.
그런 다음 그들은 기도를 드리고 나서 식탁에 둘러앉는다. 그들은 물론 십자 성호를 긋지 않지만 기도는 한다. 요셉이 기도를 드리고, 마리아가 응답을 한다. 그러나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시편의 어떤 구절인 것 같은데, 내가 도무지 알지 못하는 말로 왼다.
그런 다음 앉는다. 지금은 램프가 식탁 위에 놓여 있다. 마리아는 예수를 안고 염소젖을 먹인다. 마리아는 둥그스럼한 빵에서 잘라 낸 빵조각들을 양젖에 담근다. 빵은 껍질도 검고 속도 검다. 아마 호밀이나 보리로 만든 빵인 것 같다. 그것은 밀기울이 많이 들어간 갈색빵이기 때문이다. 요셉은 빵과 치즈를 동시에 먹는다. 치즈 한조각과 빵을 많이 먹는다. 그런 다음 마리아는 예수를 자기 앞에 있는 조그마한 걸상에 앉힌다. 마리아는 익힌 야채를 가져와서-그 야채는 우리도 보통 그렇게 하는 것처럼 맹물에 익혀서 양념을 한 것 같다-요셉이 먹은 다음 자기도 먹는다. 예수는 조용히 그가 가진 사과를 먹으면서 작은 흰 이를 드러내면서 웃고 있다. 식사는 올리브인지 대추야자 열매인지 잘 모를 것으로 끝난다. 올리브 치고는 빛깔이 너무 엷고, 대추야자 열매라면 너무 단단하다. 포도주는 도무지 없다. 가난한 사람들의 식사이다.
그러나 이 방 안에서 풍기는 평화는 대단히 고귀하다. 왕의 호화로운 저택을 보아도 이만큼 매력있는 것은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화목한 집안인가!
오늘 밤 예수님은 말씀을 안하시고, 이 광경을 설명해 주시지 않는다. 내게 보여 주시는 환상으로 가르치실 뿐이다. 이 때문에 항상 한결같이 찬미 받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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