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벽이다. 또 아직 닫혀 있는 물고기 성문 근처에 나귀들이 줄을 이어 밀려든다. 그리고 또 예수께서 시몬과 요한과 같이 계시다. 장사꾼들이 예수를 알아보고 주위로 모여든다. 지키는 병사 한명도 성문을 열 때 예수를 보고 달려온다. 그리고 인사를 한다. “갈릴래아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저 흥분한 사람들에게 소란을 좀 덜 떨라고 말씀하십시오. 저 사람들은 우리를 원망하지만, 저 사람들은 우리를 저주하고 우리 말을 듣지 않는 일밖에 안합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그들에게는 종교행위라고 말합니다. 불복종에 근거를 두고 있으면, 그들이 가진 종교가 어떤 것입니까?”
“병사, 이들을 이해하시오. 이 사람들은 집에 자기들보다 더 강한 달갑지 않은 손님을 들인 사람들과 같소. 그리고 혀와 말대꾸로나 분풀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오.”
“그렇긴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 의무를 다해야 하고 그래서 벌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점점 더 달갑지 않은 손님이 됩니다.”
“당신 말이 맞소. 당신은 당신 의무를 해야 하오. 그러나 그것을 항상 인정을 가지고 행하시오. 항상 이렇게 생각하시오. ‘만일 내가 저들의 입장이라면 나는 어떻게 하겠느냐?’ 하고. 그러면 당신들에게 굴복한 사람들에 대하여 많은 동정을 가지게 될거요.”
“선생님 말씀을 듣는 것은 기분이 좋습니다. 선생님 편에서는 업신여김이 없고 거만함이 없습니다. 다른 팔레스티나 사람들은 우리 뒤에서 침을 뱉고 우리를 욕하고 업신여기는 태도를 보입니다‥‥그렇지 않으면 여자 때문에나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양심껏 바가지를 씌우구요. 이 경우에는 로마의 금이 업신여김을 받지 않지요.”
“여보시오, 병사, 사람은 언제나 사람이오.”
“그렇지요, 그리고 매춘부보다도 더 속이기를 잘하구요. 그렇지만 우리를 노리는 뱀 같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것은 기분좋은 일은 아닙니다‥‥우리도 집과 어머니와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또 목숨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요. 만일 각자가 그것을 기억하면 증오가 없어질 것이요. 당신은 ‘그들의 종교가 어떤 것이냐’고 말했지요. 당신에게 대답하겠소. 첫째 계명이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되어 있는 종교라고. 비록 적국이라 하더라도 법률은 지키라고 가르치는 종교요.
이스라엘의 내 형제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하느님의 허락없이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민족의 가장 큰 불행인 외국인의 지배까지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민족이 솔직하게 자문(自問)하면, 거의 언제나 하느님께 반대되는 그의 생활 태도로 그것을 스스로 원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언자들을 기억하시오. 그들이 얼마나 여러번 말했습니까! 그들이 정복은 배은망덕하는 이들의 어깨를 찍어누르는 벌이고, 벌하는 채찍이라는 것을 얼마나 여러번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사실을 가지고 증명했습니까! 정복을 당하지 않는 방법을 얼마나 여러번 가르쳤습니까! 그것은 주님께로 돌아오는 일입니다. 상처를 낫게 하고 눈물을 씻어주고 사슬을 끊어 주는 것은 반란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고, 의인들의 생활입니다. 그 때에는 하느님께서 개입하십니다.
그런데 천사들의 군대가 선인들을 위하여 싸울 때 그 광채에 대하여 무기와 군대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맞았습니까? 그러면 하느님의 아들들인 우리가 우리의 생활 태도로 다시는 맞지 않을 자격을 얻도록 합시다. 자꾸 죄를 새로 지어서 여러분의 사슬을 고정시키지 마시오. 이교도들이 여러분의 생활 태도를 보고 여러분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믿거나 자기들보다도 더 신앙이 없다고 생각하게 하지 마시오. 여러분은 바로 하느님에게서 율법을 받은 국민입니다. 그러니 율법을 지키시오. 여러분의 지배자들이 여러분의 속박 앞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몸을 굽히게 하시오. ‘이 사람들이 우리에게 굴복했다. 그러나 우리보다 더 위대하다. 그 위대함은 수효나 돈이나 무기나 힘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그들의 애착에서 오는 것이다. 이들에게서는 완전하고 거룩하고 능력있는 하느님의 부성(父性)이 빛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신성(神性)의 표이다. 이 신성은 그분의 아들들을 통하여 찬란히 빛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고 오류를 버리고 참 하느님의 진리에 이르게 하시오. 하느님의 백성 모든 사람이, 가장 가난하고 가장 무식한 사람까지도 이방인에게는 선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생활 태도와 거룩한 생활의 행동을 이교도들에게 하느님을 알리는 방식은로 선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 가보시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유다가 늦는군요, 목자들도 그렇구요” 하고 시몬이 지적한다.
“갈릴래아 선생님, 누구를 기다리십니까?”
하고 연설을 주의깊게 들은 병사가 묻는다.
“친구들을 기다리오.”
“입구에 그늘 있는 데로 오세요. 해가 이른 아침부터 무섭게 내리쬡니다. 시내로 가십니까?”
“아니오, 갈릴래아로 돌아가오.”
“걸어서요?”
“나는 가난하니까 걸어서 가오.”
“부인이 있습니까?”
“어머니가 계시오.”
“저두 그렇습니다. 이리 오십시오‥‥우리에게 대해서 다른 시람들이 보이는 것과 같은 경멸감을 갖지 않으시다면.”
“내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죄밖에 없소.”
병사는 감탄하고 생각에 잠긴 채 예수를 쳐다본다. “선생님하고라면 우리가 개입해야 할 일이 결코 없겠습니다. 검이 선생님 머리 위에 들려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점잖으십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예수께서 출입구의 그늘진 곳에 계시고, 요한은 시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시몬은 사격용 발판노릇을 하는 돌에 앉아 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예수요.”
“아! 선생님이 병자들에게도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시군요?! 나는 선생님을 그저 마술사인 줄만 알았었는데요. ‥‥우리도 마술사가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좋은 마술사시군요, 왜냐하면 어떤 마술사들은‥‥ 그러나 우리 마술사들은 병자들을 고치지는 못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하십니까?”
예수깨서는 빙그레 웃으시고 말씀을 안하신다.
“주문을 외십니까? 죽은 사람의 골수로 만든 고약을 가지고 계십니까, 그렇잖으면 뱀을 말려서 빻은 가루나 왕뱀들의 소굴에서 가져온 요술돌을 가지고 계십니까?”
“그런 것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소. 나는 내 능력만가지고 있을 뿐이오.”
“그러면 선생님은 정말 성인이십니다. 우리도 장점(腸點)을 치는 승려들과 베스타(Vesta)의 여사제들이 있고‥‥ 그 중의 어떤 사람들은 경탄할 만한 일을 하는데‥‥ 그 사람들은 가장 거룩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믿으십니까?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쁩니다.”
“그러면 왜 그들을 숭배합니까?”
“그것은‥‥ 그것은 로마의 종교이니까요. 그런데 만일 국민이 그 국가의 종교를 존중하지 않으면 어떻게 케사를 존경하고 조국과 또, 또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존경할 수 있습니까?”
예수께서는 병사를 뚫어지게 들여다보시며 말씀하신다.
“참말이지 당신은 정의의 길에 많이 앞서 있소. 병사, 그대로 계속하시오. 그러면 당신의 영혼이 비록 그것이 무엇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지는 못하지마는 그래도 자기 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그것을 알게 될거요.”
“영혼이라니, 그게 무엇입니까?”
“당신이 죽으면 어디로 가겠소?”
“그건 모르겠는데요. 만일 제가 영웅으로 죽으면 영웅들의 화장대로 갈 것이고‥‥ 만일 아무것도 아닌 보잘 것 없는 늙은이로 죽으면 제 보잘 것 없는 집이나 어떤 길가에서 썩겠지요.”
“그것은 육체 이야기이고, 그러나 영혼은 어디로 갈거요?”
“모든 사람이 영혼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비범한 일생을 보낸 다음에 주피터가 극락에 보내기로 정했거나, 로물루스를 그렇게 한 것처럼 올림퍼스산으로 데려가거나 하는 사람들만이 영혼을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영혼을 가지고 있소. 그리고 이것이 사람을 동물과 구별짓는 것이오. 당신은 말이나 새나 물고기와 비슷했으면 좋겠소? 죽은 다음에는 썩은 물건에 지나지 않을 육체만이 되었으면 좋겠느냐 말이오.”
“아! 아닙니다. 저는 사람이고 또 사람인 것이 더 좋습니다.”
“자, 그러니까 당신을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은 영혼이란 말이오. 영혼이 없으면 당신은 말을 할 줄 아는 동물 이외에 아무것도 아닐 것이오.”
“그러면 영혼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떻게 생겼구요?”
“영혼은 물질로 되어 있지 않소. 그러나 있기는 하오. 당신 안에 있소. 영혼은 세상을 창조하신 분에게서 오고, 육체가 죽은 다음에는 그분께로 돌아가오.”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이스라엘의 하느님에게서 온단 말이지요.”
“오직 한분뿐이시고 영원하시며 우주의 가장 높으신 주님이시고 창조주이신 하느님이요.”
“그러면 저같이 보잘 것 없는 병사도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영혼이 있단 말씀입니까?”
“그렇소, 보잘 것 없는 병사까지도. 그리고 그 영혼이 항상 착했으면 하느님을 친구로 모실 것이고, 악했으면 하느님께 벌을 받을 것입니다.”
“선생님, 유다가 목자들과 여자들과 같이 옵니다. 제가 제대로 본다면, 저 사람은 어제의 그 처녀입니다” 하고 요한이 말한다.
“병사, 나는 가오, 착하게 사시오.”
“다시는 선생님을 뵐 수 없겠습니까? 더 알고 싶은데요‥‥.”
“나는 9월까지 갈릴래아에 머무르겠소. 올 수 있으면 오시오. 가파르나움이나 나자렛에서는 누구나 다 내게 대해 가르쳐줄거요. 가파르나움에서는 시몬 베드로를 찾고, 나자렛에서는 요셉의 마리아를 찾으시오. 그분이 내 어머니요. 오시오. 참 하느님에 대해 말해 주겠소.”
“시몬 베드로‥‥ 요셉의 마리아‥‥ 갈 수 있으면 가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여기 다시 오시면 알렉산드르를 기억하십시오. 저는 예루살렘 백인대(隊) 소속입니다.”
유다와 목자들이 현관에 도착하였다.
“당신들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다른 말을 더 하시려고 하신다. 그러나 마르기는 하였지만 미소를 짓는 아주 어린 처녀가 무리를 헤치고 와서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리며 말한다. “선생님이시며 구세주 어른, 제게도 축복을 주십시오, 그리고 선생님께도 입맞춤을!” 그러면서 예수의 양손에 입맞춤을 한다.
“가서 행복하고 착하게 살아라. 착한 처녀로 살고, 그 다음에는 착한 아내, 착한 어머니가 되어라. 이 다음에 낳을 네 아이들에게 내 이름과 내 가르침을 일러주어라. 너와 네 어머니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 하느님의 벗인 모든 사람에게 평화가 있기를. 알렉산드르, 당신에게도 평화가 있기를.”
예수께서는 떠나가신다.
“저희는 늦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여자들 때문에 늦어졌습니다” 하고 유다가 설명한다. “이 여자들이 게쎄마니에 있었는데, 선생님을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과 같이 길을 걸으려고 따로따로 게쎄마니엘 갔었는데, 선생님은 벌써 떠나셨고, 선생님 대신 이 여자들만 만났습니다. 이 여자들을 두고 떠나려고 했지만‥‥ 파리보다도 더 귀찮게 졸랐습니다. 많은 것을 알고 싶어했습니다‥‥어린 처녀를 고쳐 주셨습니까?”
“그렇다.”
“그리고 로마인에게 말씀하셨습니까?”
“그렇다, 그 사람은 마음이 성실한 사람이다. 그는 진리를 찾고 있다‥‥.”
유다가 한숨을 쉰다.
“유다야, 왜 한숨을 쉬느냐?” 하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제가 한숨을 쉬는 것은‥‥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 우리 동족이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진리를 피하거나 무시하거나 무관심하게 있거나 합니다. 저는 낙심했습니다. 저는 이제 다시는 여기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자로서는 제가 아무 일도 성공하지 못하니까요.”
“그러면 너는 내가 많은 성공을 거두는 줄로 생각하느냐? 유다야, 낙담하지 말아라. 그것은 사도직의 싸움이다. 그리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많다. 그러나 여기서는 패배이지만, 하늘에서 언제나 승리이다. 아버지께서는 비록 네 착한 뜻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착한 뜻을 보시고, 마찬가지로 네게 축복하신다.”
“아이고! 선생님은 친절하십니다” 하고 유다는 예수의 손에 입맞춤을 한다. “그렇지만 저도 언젠가 착하게 되겠습니까?”
“네가 원하면 그렇게 된다.”
“저는 요사이 착했었다고 생각합니다‥‥착하게 되려고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욕망이 많기 때문입니다‥‥그러나 항상 선생님을 생각하며 착하게 행동했습니다.”
“그러면 꾸준히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나를 대단히 기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은 어떤 소식을 가져왔소?” 하고 목자들에게 물으신다.
“엘리야가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양식도 조금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잊지 말아 주십사고 말했습니다.”
“오! 나는 내 친구들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어요! 저 녹음우거진 작은 마을까지 갑시다. 그리고 오늘 저녁 다시 길을 떠납시다. 나는 당신들과 같이 있는 것이 기쁘고, 어머니를 찾아가는 것이 기쁘고, 성실한 사람에게 진리에 대하여 말한 것이 기쁘오. 그렇소, 나는 기쁘오. 만일 당신들이 내 사명을 다하는 것과 사람들의 마음이 내 사명 쪽으로, 즉 아버지께로 오는 것을 보는 것이 내게 있어서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면, 정말이지 당신들은 정신으로 나를 점점 더 따르게 될 것이오!‥‥”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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