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II 26. 코라진 근처에서 문둥병자를 고쳐 주시다.

Skyblue fiat 2019. 12. 6. 07:12


26. 코라진 근처에서 문둥병자를 고쳐 주시다.


늘 아침 채 밝아 오기 전부터 어떤 불쌍한 문둥병자가 완전한 사진과 같이 명확하게 내 영적인 눈에 나타났다.
그 사람은 정말 인간 폐물이다. 몇 살이나 되었는지 말할 수가 없겠다. 그만큼 그 병으로 인하여 훼손되었다. 해골처럼 마르고 반벌거숭이로, 바싹 마른 미이라 같은 육체를 보이고 있다. 손과 발은 뒤틀렸고, 떨어져 나간 부분들이 있어서 그 볼품없는 손발이 이제는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마디가 떨어져 나가고 뒤틀린 손은 어떤 날개달린 괴물의 발 같고, 발은 소의 굽과 같다. 그만큼 오그라들고 흉하게 되었다.
그리고 머리는!… 묻지 않고 두어서 태양과 바람으로 미이라처럼 된 시체의 머리가 이 머리와 같으리라고 생각한다. 여기 저기 몇군데 머리털 뭉치가 머리로 인하여 거칠어진 것같이 누르스름하고 딱딱해진 피부에 달라 붙어 있고, 눈은 겨우 반쯤 떠져 있고 움푹 들어갔으며, 입술과 코는 벌써 병이 갉아먹어서 연골이 드러나 있고, 잇몸과 귀는 보기 흉한 잇몸과 외이(外耳)의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어떤 고령토같이 누런 주름투성이의 피부가 덮혀 있는데, 그 밑에서는 뼈가 뚫고 나오는 것 같다. 이 피부의 역할은 그 보잘 것 없는 뼈들을 온통 흉터투성이이고 썩은 냄새가 나는 헌데로 갈기갈기 찢어진 그의 가소로운 부대 속에 함께 모아 두는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폐인이다!
이 광경을 보니 꼭 땅 위를 돌아다니는 죽음의 유령이 생각난다. 이 죽음의 유령의 해골은 주름투성이의 누렇게 뜬 피부가 덮혀 있고, 온통 누더기로 된 더러운 망또를 두르고 있다. 이 문둥병자는 죽음의 유령이 들고 있는 낫은 들고 있지 않지만, 어떤 나무에서 찢어냈을 것이 틀림없는 마디가 많은 지팡이를 들고 있다.
그 사람은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한 동굴 어귀에 있다. 진짜 동굴같은 것이어서, 어떻게나 퇴락했는지 그것이 원래 무덤이었는지 나무꾼들 오두막집이었는지 또는 어떤 허물어진 집의 잔해인지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는 그가 사는 동굴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한길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로, 먼지가 많이 나고 아직 햇빛을 받고 있다. 길에는 아무도 없다. 눈닿는 데까지 해와 먼지와 적막뿐이다. 서북 쪽으로 올라가서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곳에는 마을이나 도시가 있는 것 같다. 적어도 1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에 집들이 보인다.
문둥병자는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다. 그리고는 이가 빠진 사발을 들고 작은 개천의 물을 뜬다. 그것을 마신다. 그리고 동굴 뒤쪽에 가시덤불이 엉겨 있는 곳으로 들어가 몸을 구부리고 땅에서 야생 무를 뽑는다. 개천으로 돌아와, 개천의 얼마 안되는 물로 무에 묻어 있는 제일 큰 흙덩어리를 씻어 내고 손가락 마디가 떨어져 나간 손으로 힘들게 입에까지 가져다가 천천히 먹는다. 그 야생 무들은 나무처럼 단단해서 씹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물을 여러 모금 마시는 데도 무에 침만 많이 바를 뿐 넘기지를 못한다.
“아벨, 어디 있나?”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문둥병자는 몸을 움직이고, 입술에는 미소 비슷한 것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입술이 어떻게나 쏠렸는지 미소를 지으려고 해보는 것이 흉하게만 보인다. 그는 찌르륵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그 목소리는 내가 정확한 이름은 모르는 어떤 새들의 울음소리 같다. “나 여기 있어! 난 자네가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어. 난 자네가 무슨 불행한 일을 당했나보다고 생각하고 슬펐었네….만일 자네 마저 없어지면 불쌍한 아벨에겐 뭐가 있겠나?”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큰 길을 향하여 율법에서 허락하는 거리에까지 간다. 그가 길 쪽으로 반쯤 간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에 그를 볼 수 있다.
큰 길에는 어떤 사람이 오는데, 어떻게나 빨리 걷는지 꼭 뛰어 오는 것 같다.
“아니 그런데 자네 사무엘인가? 아이고! 만일 당신이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면, 당신이 누구이든간에 나를 해치지 마세요!”
“아벨, 날세. 원기왕성한 나란 말이야. 내가 얼마나 빨리 뛰어 오나 보게. 내가 늦었다는 건 나도 알아. 그리고 자네 때문에 괴로웠어. 그렇지만 자네가 알게 되면… 아이고! 자넨 기뻐할걸세. 그리고 여기 늘 가져오는 빵덩어리뿐만 아니라 방금 구운 맛있는 큰 빵을 통째로 가져왔는데, 이게 전부 자네거야. 또 맛있는 생선과 치즈도 있어. 모두 자네 줄거야. 가엾은 친구, 나는 자네에게 한층 더 큰 잔치에 갈 준비를 시키기 위해서 자네가 잘 먹기를 바라네…”
“그렇지만 자네가 어떻게 돈이 이렇게 많은가? 난 알 수가 없네…”
“조금 후에 말해 줄께.”
“그리구 원기왕성하구 말이야. 이제 자네 같지가 않단 말이야!”
“이걸 알란 말이야. 난 가파르나움에는 성인이신 저 선생님이 계시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갔지…”
“거기 서 있어. 더 오지 마. 난 오염돼 있단 말이야.”
“아! 상관없어. 난 이제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바로 예수께서 고쳐 주시고 잘 대우하여 주신 저 불쌍한 곱추였던 그 사람이 사실 빠른 걸음으로 문둥병자에게서 몇 발걸음되는 데까지 온 것이다. 그는 걸어오면서 말하였고 행복스럽게 웃는다.
그러나 문둥병자는 또 말한다. “제발 거기 서 있으란 말이야. 만일 누가 자넬 보면…”
“걸음을 멈추네. 보게, 여기 먹을 것을 놓아 두네. 내가 말하는 동안에 먹게.” 그는 꾸러미를 큰 돌에 내려놓고 펼친다.
그런 다음 몇 걸음 물러난다. 그 동안 문둥병자는 앞으로 다가와서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호화로운 식사에 달려든다. “아이고!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은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야. 참 맛있다! 그리구 내가 이렇게 굶고서 자러 갔을 거라는 걸 생각해 보게. 오늘은 동정을 베풀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자네마저 안오니… 무를 씹었었지…”
“불쌍한 아벨! 나도 그 생각은 했어.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어. ‘좋다, 지금은 그 사람이 침울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행복하게 될거다!’하고 말이야!”
“그래, 이 맛있는 음식 때문에 행복하지.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아니야, 자넨 영원히 행복할거야.”
문둥병자는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아벨, 이걸 알게. 자네가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해질걸세.”
“그렇지만 누구를 믿으라는거야?”
“선생님을. 나를 고쳐 주신 선생님을 믿으란 말이야.”
“그렇지만 나는 문둥병자이고, 그것도 아주 중증세인데, 어떻게 그분이 나를 고칠 수가 있다는거야?”
“오오! 그분은 고치실 수 있어. 그분은 성인이야.”
“그래, 엘리세오도 문둥병자 나아만을 고쳐 주었지… 그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나는…나는 요르단강에 갈 수가 없단 말이야.”
“자네는 물을 쓸 필요없이 고쳐질거야. 이거봐, 그 선생님은 메시아야. 알겠어?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이야. 그분은 믿음을 가진 사람은 모두 고쳐 주셔. 그분이 ‘내가 원한다’하고 말씀하시면 마귀들이 도망치고, 사지가 다시 제대로 되고, 소경들이 다시 보게 된단 말이야.”
“아이고! 내가 믿음을 가진다면!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메시아를 볼 수 있나?”
“그거야… 나는 이 때문에 왔어. 선생님은 저기 저 마을에 계셔. 오늘 저녁 어디에 계신지 난 알고 있어. 자네가 가고 싶다면… 난 혼자 이렇게 생각했어. ‘아벨에게 이 말을 해야지. 그래서 아벨이 믿음이 있다는 것을 고백하면 선생님께 데리고 와야지.'”
“사무엘, 자네 미쳤나? 만일 내가 마을에 가까이 가면 돌에 맞아 죽을텐데.”
“아니야. 집 있는 데까지는 안가. 곧 밤이 될 터인데, 자네를 저 작은 수풀까지 데리고 갈거야. 그리고는 선생님을 모시러 가서, 자네한테 모셔올 거야….”
“가게! 즉시 가라구! 내 힘으로 그 곳까지 가겠네. 나는 울타리 뒤쪽에 있는 도랑으로 해서 가겠네. 그렇지만 자네는…가보게…가보라구… 아이고! 이사람아, 모시러 가란 말이야! 이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넨 모를거야. 그리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문둥병자는 이제 음식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는 친구에게 애원하면서 울고 손짓을 한다.
“나는 갈테니까 자네도 오게.” 예전의 꼽추는 달음박질로 떠나간다.
아벨은 길을 따라 나 있는 도랑, 말라붙은 바닥에 덤불이 가득 차 있는 도랑으로 가까스로 내려간다. 한 가운데에 겨우 가느다란 물줄기가 있다. 이 불쌍한 사람이 길에 지나가는 사람의 망을 늘 보면서 덤불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동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두번을 납짝 엎드린다. 첫번째는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고, 두번째는 꼴을 지고 마을 쪽으로 가는 남자 세 사람이었다. 그런 다음 그는 다시 계속해 간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예수께서 사무엘과 같이 작은 수풀에 도착하신다.
“그 사람이 곧 여기 올 것입니다. 그 사람은 상처들 때문에 천천히 다닙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나는 급하지 않소.”
“고쳐 주시겠습니까?”
“그 사람이 믿음이 있소?”
“아이고! … 그 사람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몇 해 동안 궁핍한 생활을 한 끝에 그 음식을 보았는데, 몇 입 먹고서는 여기 오려고 다 버렸습니다.”
“그 사람을 어떻게 알았소?”
“이렇습니다… 저는 불행하게 된 뒤로는 동냥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니느라고 길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습니다. 여기는 1주일에 한번씩 지나다녔는데, 그러다가 저 불쌍한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하루는 하도 배가 고파서, 늑대라도 도망치게 할 정도로 억수같이 퍼붓는 소나기를 맞으면서 무엇 좀 없을까 하고 마을로 가는 길까지 나왔었습니다. 그 사람은 개처럼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동정하는 분들이 준 마른 빵을 배낭에 가지고 있었기에 그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희들은 친구가 되었고, 저는 매주 다시 와서 그 사람의 식량을 대주곤 합니다. 제가 있는 대로요. 많으면 많이 주고 얼마 안되면 조금밖에 못주지요. 그 사람이 제 형제인 것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합니다. 선생님이 고맙게도 저를 고쳐 주신 그날 저녁부터 저는 그 사람을 생각하고… 또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사무엘, 당신은 착한 사람이오. 그렇기 때문에 은총이 당신을 찾아온 것이오.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모든 것을 받을 자격이 있소. 그런데 덤불 속에 무엇인가 있는데…”
“아벨, 자넨가?”
“그래, 나야.”
“이리 오게. 선생님이 여기 호두나무 밑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계시네.”
문둥병자는 도랑에서 나와 둑 위의 길로 올라온다. 그리고 그 길을 건너서 풀밭으로 걸어온다. 예수께서는 매우 높은 호두나무에 기대 서서 그를 기다리신다.
“선생님, 메시아, 거룩하신 분,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하고 말하면서 그는 예수의 발 앞에 풀에 주저 앉는다. 얼굴을 땅에 대고서 또 이렇게 말한다.
오! 주님, 주님이 원하신다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용기를 내서 무릎을 꿇고 뒤틀린 손이 달린 앙상한 팔을 내밀고 뼈가 앙상한 추한 얼굴을 내민다. …나병균이 갉아먹은 병든 눈구멍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예수께서는 그를 지극한 연민의 정으로 내려다 보신다. 예수께서는 무서운 병이 모조리 먹어치우고 있는 빼빼 마른 사람을 내려다 보시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지 참된 애덕이 있어야 그 옆에 있을 수 있을 지경이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이 불쌍한 사람을 쓰다듬으시려는 듯이 손을, 당신의 아름답고 건강한 흰 손을 내미신다.
이 사람은 일어나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뒤로 젖히며 외친다.
“저를 만지지 마십시오!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신다. 그리고 장엄하게 다정스러운 친절을 나타내시며 나병균에 휩쓸린 머리에 손가락을 얹으시고 목청을 돋구시어, 오직 사랑뿐이시면서도 명령적인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내가 원하니 깨끗하여져라!” 손은 몇 분 동안 그 가엾은 머리에 얹힌 채로 있다. “일어나시오. 그리고 사제를 가서 만나시오. 그리고 율법이 명하는 것을 하시오.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해 주었는지를 말하지 말고, 다만 착하게 살고 결코 죄를 짓지 마시오. 그대에게 축복하오.”
“오! 주님! 아벨! 아니, 자네 완전히 나았어!” 친구가 완전히 낫는 것을 보는 사무엘은 기뻐서 외친다.
“그렇소. 이 사람은 성하게 되었소. 그의 믿음이 이 은혜를 그에게 가져다 주었소. 잘 가시오. 평화가 그대와 함께 있기를.”
“선생님!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율법이 명하는 것을 하시오. 그런 다음 다시 만납시다. 다시 한번 내 축복이 그대 위에 내리기를 바라오.”
예수께서는 사무엘에게 남아 있으라는 손짓을 하시면서 떠나 가신다. 그리고 두 친구는 그 불행한 은신처에 마지막으로 머무르려고 상현 달빛을 받으며 동굴로 돌아가는 동안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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