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복음 준비
24. 첫째 하와의 불복종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하느님과 그분의 대리자들인 천사들을 빼고는 모든 것에 대한 지상의 권력을 주셨다고 쓰여 있지 않느냐? 하느님께서 남자의 동무가 되어 그의 기쁨과 모든 생물에 대한 그의 지배를 같이 하라고 여자를 만드셨다고 거기에 쓰여 있지 않느냐? 아담과 하와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제외하고는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었다는 말이 창세기에 쓰여 있지 않느냐? 왜? ‘그가 지배하는’이라는 이 말에는 무슨 뜻이 함축되어 있었느냐?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는 무엇이 있었느냐? 그 많은 쓸데없는 일들을 탐구하면서, 너희들의 영혼에 천상 진리를 물어볼 줄은 모르는 너희들이 이것을 스스로 자문해 본 적이 있느냐?
만일 너희 영혼이 살아 있다면, 너희에게 그것을 말해 줄 것이다. 은총지위에 있으면 너희 수호천사의 손에 있는 꽃과 같은 영혼일 것이며, 너희가 은총지위에 있을 때에는 태양의 입맞춤을 받고 이슬로 싱싱하여지는 영혼, 천상의 빛으로 따뜻하게 하고 비추고 물주고 아름답게 하는 성령의 힘으로 싱싱하게 되는 너희 영혼일 것이다.
만일 너희가 너희의 영혼과 이야기를 나눌 줄 안다면, 너희 영혼을 영이신 하느님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너희 영혼이 너희에게 얼마나 많은 진리를 말해 주겠느냐! 만일 너희가 너희 영혼을 죽이기까지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한다면, 너희 영혼을 얼마나 큰 친구로 삼을 수 있겠느냐! 그렇게도 말을 많이 하고 싶어하고 너희 우정으로 인하여 서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너희들이 그 훌륭하고 숭고한 친구와 더불어 얼마나 많은 천상의 일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너희들의 그 우정들은 비열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일이 가끔 있기는 하다. – 그래도 헛되고 해로우며, 항상 현세적인 많은 말로만 의사를 발표할 기회를 주기만 하기 때문에 거의 언제나 무익한 것들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킬 것이고, 내 아버지가 그를 사랑하실 것이며 우리가 그에게 와서 그의 안에 거처를 마련할 것이다’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은총지위에 있는 영혼은 사랑을 차지하고, 사랑을 차지함으로써 하느님을 차지한다. 즉 그를 보존하시는 아버지, 그를 다스리시는 아들, 그를 비추시는 성령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앎과 지식과 지혜를 차지한다.
그러니 너희 영혼이 너희와 더불어 얼마나 숭고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여라. 이 숭고한 대화들이 감옥의 침묵, 수도자들의 독방의 침묵, 은수자의 침묵, 독실한 병약자들의 침묵을 채웠다. 이 숭고한 대화들이 순교를 기다리는 갇힌 이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수도원에 갇힌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아 진리를 탐구하게 하였고, 하느님을 미리 알기를 갈망하는 은수자들을 위로하였으며, 병약자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어 받아들이게 한다. 내 말을 알겠느냐?
그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어 그들의 십자가를 사랑하게 한다.
만일 너희가 너희 영혼에게 물어볼 줄도 알면, 너희 영혼은 ‘그가 지배하도록’이라는 이 말의 정확하고 세상처럼 넓은 참 뜻을 너희에게 말해 줄 것인데, 그것은 ‘사람이 모든 것을, 즉 그의 세 가지 상태를 모두, 하등 상태인 동물적인 상태, 중간 상태인 도덕적인 상태, 고등 상태인 정신적인 상태를 지배하도록, 또한 세 가지 상태 모두가 하느님을 차지한다는 유일한 목적으로 그의 마음을 기울게 하도록’이라는 뜻이다.
나의 모든 힘을 복종시켜 하느님을 차지할 자격을 얻는다는 그 유일한 목적의 종이 되게 하는 그 절대적인 지배로 하느님을 받을 자격이 있어서 그분을 차지하는 것 말이다. 너희 영혼에게 하느님께서 선과 악을 아는 것을 금하신 것은 선은 당신이 피조물들에게 거저 주셨기 때문이었고, 너희가 악을 알기를 원치 않으신 것은 그것이 입천장에는 달지만, 그 액과 함께 피 속으로 내려가면 죽이는 열을 가져다 주고 심한 갈증을 일으켜 그 거짓의 액을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을 느끼게 하는 마약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이렇게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면 왜 하느님이 그것을 그 곳에 놓아두셨느냐?’고.
왜? 그것은 악이 가장 건강한 육체를 습격하는 어떤 병들과 같이 저절로 생겨난 힘이기 때문이다.
악마는 천사였고, 천사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였다. 하느님보다는 못하지만 완전한 영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완전한 빛의 존재 안에 교만의 기운이 생겼는데, 그는 그것을 없애버리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것을 품어 응결시켰다. 이렇게 품는 데에서 악이 생겨났다. 악마는 사람이 있기 전에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천국을 더럽힌 악을 품었던 저주받은 자를 천국 밖으로 쫓아내셨다. 그래서 그는 악을 영원히 품어가는 자로 남았고, 천국을 더럽힐 수는 없게 되었으므로 땅을 더럽혔다.
그 상징적인 나무는 이 진리를 증명하는데 이용된다.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너희는 창조의 모든 법칙과 신비를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창조주라는 내 권리를 빼앗지 말아라. 인류를 전파하기 위하여는 너희들 안에서 돌아갈 내 사랑으로 충분할 것이고, 음란함없이 오직 사랑의 충동으로 인류의 새 아담들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준다. 나는 다만 인간 형성의 그 신비만을 나에게 남겨둔다.’
사탄은 사람에게서 이 순결한 지성을 빼앗고자 하여 그의 뱀과 같은 혓바닥으로 하와의 눈과 지체를 기분 좋게 하고 어루만져서, 악의가 아직 첫째 조상들을 중독시키지 않아서 그들이 알지 못했던 그런 반사작용과 자극을 일으켰다.
하와는 ‘보았다’ 그리고 보면서 해보고자 하였다. 그것이 육욕의 눈뜸이었다. 아아! 만일 하와가 하느님을 불렀더라면! 만일 하와가 하느님께 달려가서 ‘아버지 저는 병이 들었습니다. 뱀의 어루만짐이 제 안에 동요를 일으켰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라면, 하느님께서는 하와에게 뱀의 독을 잊게 하심으로써, 또한 어떤 병에 걸렸다가 그 병이 나아서 그 병에 대하여 본능적인 혐오를 간직하는 사람들과 같이 그에게 뱀에 대한 혐오를 넣어주시기까지 함으로써 새로운 결백을 주입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와는 아버지께 가지 않고, 뱀에게로 갔다. 그 감각이 그에게는 달콤한 것이다. ‘그 나무의 열매가 맛이 있고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 보기에 맵시 있으므로 따서 먹었다.’
그리고 ‘하와는 알았다’ 그 다음엔 베어물기와 더불어 악의가 하와의 마음속에 내려왔다. 하와는 짐승들의 풍속과 목소리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새로운 귀로 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미친 듯이 갈망하였다. 하와는 혼자서 죄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남자동무와 더불어 그것을 마무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 중한 죄의 선고가 여자를 짓누르는 것이다.
하와 때문에 사람이 하느님께 반역하게 되었고 음란과 죽음을 알게 되었다. 하와 때문에 사람은 그의 세 가지 세계를 지배할 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정신이 하느님께 불복종하는 것을 허락하였으므로 정신의 세계를, 열정이 자기를 지배하도록 허락하였으므로 도덕적인 행동의 세계를, 육체를 짐승들과 본능적인 법칙의 수준에까지 내려뜨렸으므로 육체의 세계를 지배할 줄을 모르게 되었다. ‘뱀이 저를 꾀었습니다’ 하고 하와는 말하였고, ‘여자가 과일을 주기에 먹었습니다’ 하고 아담은 말하였다. 그리하여 이제는 세 가지 정욕이 사람의 세 가지 세계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이 무자비한 괴물의 강한 압력을 약화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은총밖에 없다. 그리고 은총이 살아 있고, 대단히 활발히 활동하고 충실한 아들의 의지로 점점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유지되면, 은총이 괴물의 목을 조르기에 이르고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되기에 이른다. 내적인 폭군, 즉 육욕과 격정의 폭군이 없어진다.
외적인 폭군, 즉 세속과 세상의 권력자들도 없어진다. 박해도 없어지고, 죽음도 없어진다.
‘나는 이런 일은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도 내 목숨에도 애착을 가지지 않고, 다만 하느님의 은총의 복음에 대한 증언을 하기 위하여 내 사명과 주 예수께 받은 직무를 수행하는 것만을 중시합니다’하고 사도 바오로가 말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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