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새번역) 119

612. 부활의 아침

영광스럽게 되심 612. 부활의 아침 1945. 4. 1. 여자들은 밤의 한기로 인하여 단단한 포마드처럼 굳어버린 연고들을 다루는 일을 재개한다. 요한과 베드로는 식기들을 씻어 최후의 만찬실을 정돈하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것을 마치 최후의 만찬이 방금 끝난 것처럼 제자리에 다시 놓아둔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어.” 요한이 말한다. “그분께서는 이것도 말씀하셨어. ‘잠들지 마라.’ 그리고 그분께서는 말씀하셨어. ‘베드로야, 교만하지 마라. 너는 시험의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그리고… 그분께서는 말씀하셨어. ‘너는 나를 부인할 것이다…’” 베드로는 다시 울면서 깊은 슬픔에 잠겨 말한다. “그런데 나는 그분을 부인했어!” “베드로, 그만해! 지금 자네는 마음을 가라앉혔어..

613. 부활

613. 부활 1945. 4. 1. 나는 다시 그리스도의 기쁘고 힘찬 부활을 본다. 텃밭은 고요하고, 이슬로 반짝이고 있다. 그 위의 하늘은 밤 동안 세상을 살펴보고 있었던 별들이 총총 박힌 암청색에서 벗어나 점점 더 선명한 사파이어 색으로 바뀌고 있다. 새벽은 마치 밀물이 점점 더 전진하며 축축한 모래와 바위의 암회색을 푸른 바닷물로 바꾸어놓는 동안의 파도처럼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여전히 어두운 영역들을 밀어내고 있다. 몇몇 작은 별들은 아직은 죽기를 싫어하며 새벽의 희부연 연초록색, 회백색 빛의 파도 사이로 점점 더 희미하게 훔쳐보고 있다. 그러다가 한 별은 마치 물이 넘쳐흐르는 땅처럼 새벽빛에 가라앉아 파선하고 만다. 그 다음에 별 하나가 줄어들고… 또 하나… 또 하나가 줄어든다. 하늘은 그 별들의..

614. 그분의 어머니께 나타나시다

614. 그분의 어머니께 나타나시다 1944. 2. 21. 마리아께서는 얼굴을 바닥에 대고 꿇어 엎드려 계신다. 그분께서는 가련한 사람처럼 보이신다. 그분께서는 그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든 꽃과 같으시다. 닫혀 있었던 창문이 무거운 덧창들에 세차게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태양의 첫 번째 광선과 함께 예수께서 들어오신다. 마리아께서는 굉음에 몸이 흔들리시며, 무슨 바람에 덧창들이 열렸는지 보시려고 고개를 드시다가 빛나는 그분의 아드님을 보신다. 그분께서는 미남자이시고, 고통 받으시기 전보다 무한히 더 미남자이신 그분의 아드님, 미소 짓고 계시고, 살아 계시고, 태양보다 더 빛나고, 빛으로 짜인 것 같은 흰옷을 입고 그분께로 다가오시는 그분의 아드님을 보신다. 그분께서는 몸을 곧추 세우시고, 무릎을..

615. 무덤 곁의 경건한 여자들

615. 무덤 곁의 경건한 여자들 1945. 4. 2. 한편 여자들은 집에서 나와 그늘 속의 그림자들처럼 성벽에 바싹 붙어서 걸어가고 있다. 그들은 겉옷을 꼭 여민 채 완전한 정적과 고적함 가운데에서 두려워하며 한참 동안 말이 없다. 그러다가 그들은 도시가 완전히 평온한 것을 보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함께 모여 감히 말한다. “성문들이 이미 열려 있을까요?” 수산나가 묻는다. “물론이야. 저기 야채들을 가지고 첫 번째로 들어오는 채소장수를 보라고. 저 사람은 시장으로 가고 있어.” 살로메가 대답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할까?” 수산나가 재차 묻는다. “누가요?” 막달라 마리아가 묻는다. “재판소 성문에서 병사들이 말이야. 저곳은…들어가는 사람들이 아주 적고, 나오는 사람들은 더 적어…우리는 의심..

616. 부활에 관한 한 말씀

616. 부활에 관한 한 말씀 1944. 2. 21.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마리아의 열렬한 기도들이 내 부활을 몇 시간 앞당겼다. 나는 말했었다. ‘사람의 아들은 살해당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흗날에 그는 죽은 자들로부터 일어날 것이다.’ 나는 금요일 오후 세시에 죽었다. 너희가 날수를 그것들의 이름들로 계산하든, 시간들로 계산하든, 내가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어 있는 것은 일요일 새벽이 아니었다. 내 육체가 생명 없이 남아 있었던 것을 시간으로 치면 그것은 72시간이 아니라 단지 38시간뿐이었다. 요일들로 쳐도 내가 사흘 동안 무덤에 있었다고 말하려면, 그것은 셋째 날 저녁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마리아께서는 기적을 기대하셨다. 마치 그분께서 그분의 기도들로 세상에 그 구원을 주도록 미리 정해진 시기를 ..

617. 라자로에게 나타나시다

617. 라자로에게 나타나시다 1945. 4. 3. 맑은 4월 아침의 태양은 라자로의 정원의 장미들과 재스민 숲을 온통 반짝이게 한다. 회양목과 월계수의 산울타리들과 한 넓은 길 끝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는 큰 종려나무의 가지들과 양어장 곁에 있는 대단히 무성한 작은 만(灣)은 신비로운 손에 의하여 씻긴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풍성한 밤이슬이 나뭇잎들을 씻어내고 아직도 덮고 있어, 그 나뭇잎들이 어찌나 반짝거리고 깨끗한지 마치 에나멜을 새로 칠한 것과도 같다. 그러나 그 집은 마치 죽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조용하다. 창문들은 열려있지만 모든 커튼들이 드리워져 있어 희미한 빛 아래 있는 방들에서는 아무 목소리도,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안쪽에는 많은 문이 활짝 열려 있는 현관이 있는데,..

618. 요안나에게 나타나시다

618. 요안나에게 나타나시다 1945. 4. 4. 바깥으로부터 빛이 잘 들지 않는 호화로운 방 안에서 요안나가 화려한 커버들로 덮여 있는 낮은 침대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아 완전히 의기소침한 채로 울고 있다. 그녀는 한 팔을 침대의 가장자리에 올려놓고, 그 팔에 이마를 가져다대고, 가슴이 미어지는 흐느낌으로 온몸이 흔들리며 울고 있다. 그녀는 고통스럽게 울다가 숨을 돌리기 위하여 잠시 얼굴을 든다. 그때 값진 침대 커버에 축축하게 젖은 큰 반점이 보이고, 그녀의 얼굴은 문자 그대로 눈물의 홍수에 잠겨 있다. 그러다가 그녀는 얼굴을 다시 팔에 댄다. 그러자 그녀의 몹시 가늘고 흰 목과 숱한 갈색 머리채와 매우 날씬한 양어깨와 몸통의 맨 윗부분만이 보인다. 나머지는 희미한 빛 속에 사라져서 짙은 자줏빛 옷에..

619. 요셉, 니코데모, 마나엔에게 나타나시다

619. 요셉, 니코데모, 마나엔에게 나타나시다 1945. 4. 4. 마나엔은 베타니아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목자들과 함께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길이 올리브동산을 향하여 곧게 나 있다. 마나엔은 목자들과 헤어진 다음에 올리브동산 쪽으로 돈다. 목자들은 최후의 만찬의 집으로 가려고 몇 명씩 모여 시내로 들어가려고 한다. 방금 전에 나는 그들의 대화로부터 그들이 부활의 소식과 며칠 후에 모두 갈릴래아로 가라는 명령을 전하려고 베타니아로 가고 있는 요한을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목자들이 그들이 이미 요한에게 했었던 말씀, 즉 주님께서 라자로에게 나타나셨을 때 최후의 만찬의 집으로 모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베드로에게 직접 전달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들은 헤어진다. 마나엔은 올..

620. 목자들에게 나타나시다

620. 목자들에게 나타나시다 1945. 4. 4. 목자들이 올리브나무들 아래로 빨리 걸어간다. 그런데 그들은 그분의 부활을 어찌나 확신하는지 행복한 아이들의 기쁨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시내를 향하여 곧장 간다. “우리는 베드로에게 그분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분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해달라고 하세.” 엘리야가 말한다. “오! 그분의 얼굴이 아무리 아름다우시다 해도, 나는 그분께서 고통당하실 때 그분께서 어떠하셨는지를 결코 잊지 못할 거야.” 이사악이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자네들은 그분께서 십자가 위에 들어 올리셨을 때의 그분을 기억하나? 자네들 모두는 그분을 기억하나” 레위가 묻는다. “나는 기억해. 완전히. 그때는 아직 빛이 환했거든. 나중에는 내 늙은 눈들로는 잘 볼 수 없었어.” ..

621. 엠마오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다

621. 엠마오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다 1945. 4. 5. 산길을 따라 두 명의 중년 남자가 예루살렘을 향하여 등을 돌리고 빨리 걷고 있다. 예루살렘의 산들은 등 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꼭대기들과 골짜기들에 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이든 사람이 기껏해야 서른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동행에게 말한다. “내 말을 믿게. 그렇게 하는 편이 나았어. 나는 가족을 가지고 있고, 자네도 그래. 성전 사람들은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야. 그들은 이 문제를 확실히 해두기를 원하고 있어. 그들이 옳은가? 그른가? 나는 모르겠네. 내가 아는 건 그들이 이 문제를 영원히 끝내버리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이 죄를 지으면서 말이지요, 시몬. 말은 바르게 해야 합니다. 왜..

622. 다른 친구들에게 나타나시다

622. 다른 친구들에게 나타나시다 1945. 4. 5. 최후의 만찬실의 집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홀, 마당, 그리고 최후의 만찬실과 동정녀 마리아의 방을 제외한 다른 방들은 많은 사람들이 잔치를 위하여 한참 만에 다시 모인 것과 같은 즐겁고 흥분한 모습을 띠고 있다. 토마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도들이 다 있다. 목자들도 있다. 충실한 여인들이 요안나, 니까, 엘리자, 사라, 마르첼라, 안나와 함께 있다. 그들 모두가 작은 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여기 분명하고 유쾌한 흥분이 있다. 마치 그들이 무언가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집의 대문은 잠겨 있다.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공포도 내부의 기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마르타는 ‘주님의 종들’의 식사를 준비하느라고 마르첼라, 수산나와 함께 왔다 갔다 한다. 마르타는..

623. 열 명의 사도들에게 나타나시다

623. 열 명의 사도들에게 나타나시다 1945. 4. 6. 그들은 최후의 만찬실에 모여 있다. 거리나 집에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늦은 저녁시간임이 틀림없다. 나는 더 일찍 왔던 사람들은 자기들의 집들로 돌아갔거나 그토록 많은 감격으로 인하여 피로해져서 자러 갔다고 생각한다. 한편 열 명의 사도들은 몇 마리의 생선을 먹은 다음 찬장 위에 놓인 접시에 아직 몇 마리 남아 있는 가운데, 여전히 그들이 앉아 있는 식탁에서 가장 가까운 샹들리에의 단 한 개의 불꽃 아래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대화는 단편적이고, 독백처럼 들린다. 각자가 자기 동료와 말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한 사람에게 말하게 하지만, 자신들은 판이하게 다른 무언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