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겟세마니에서의 고뇌 - 세 시간 (첫째 시간: 저녁 9시 - 10시)

Skyblue fiat 2021. 4. 20. 00:22

 

겟세마니에서의 고뇌 - 세 시간

 

시작기도

 

오 제 거룩한 구속주 예수님,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세 사도들과 함께 저도 데려가시어, 올리브산에서의 당신 고뇌에 참여하게 하소서.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가 자고 있음을 보신 당신의 부드러운 나무람 소리를 듣고, 저는 적어도 겟세마니의 한 시간만이라도 깨어 있고자 하나이다. 적어도 번민에 찬 당신 성심에 사무치는 고통 하나만이라도, 그 가쁜 숨들 중 하나만이라도 느끼고 싶나이다. 당신의 거룩하신 얼굴에 눈길을 모아 창백해지시는 모습을,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너무도 큰 번민에 짓눌리시어 땅에 얼굴이 닿이도록 깊이 엎드려 계신 모습을 바라보고자 하나이다.

 

오 고난 받으시는 제 예수님, 당신은 벌써 비틀거리며 쓰러지십니다. 오른쪽으로 또는 왼쪽으로 넘어지시는 모습이 보이고, 사랑에 찬, 그러나 힘이 빠진 두 손을 합장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제 귀에 당신의 신음 소리, 부르짖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부르짖음은 하늘로 올라가는 무한한 고통의 외침이십니다.

 

오 제 예수님, 적막한 겟세마니 동산에서 고뇌에 잠겨 계신 예수님, 제가 당신과 함께 지낼 이 시간 동안, 거룩하신 당신 팔다리에 흘러나오는 흠숭하올 피를 제게 강물처럼 흥건히 쏟아 부어 주소서. 저를 위하여 번민하시는 제 가장 위대한 선이신 예수님, 지극히 보배로운 피로 온통 젖으신 예수님, 저로 하여금 이 보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시게 하소서. 그리고 제 사랑이신 당신과 함께, 적어도 이 쓰디쓴 잔의 마지막 한 모금까지 다 마시게 하소서. 제 마음 속으로 당신 성심의 고통을 느끼게 해 주시고, 주님께 죄를 지은 슬픔 때문에 제 마음이 참으로 미어지는 아픔을 느끼게 해 주소서. 주님께서는 저를 위해서 임종 고통을 치르고 계시나이다.

 

그렇습니다, 제 예수님, 저에게 은총을 베푸시어, 적어도 올리브산에서의 한 시간만이라도 당신과 함께 고난 받고 비탄에 잠기며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통고의 어머니 마리아님, 겟세마니에서 고뇌하시는 예수님께 대한 어머니 마음의 사무치는 연민을 저도 느낄 수 있게 해 주소서.

 

아멘.

 

 

제5시간

저녁 9시 - 10시

 

겟세마니에서의 고뇌

 

첫째 시간

 

고뇌에 잠겨 계신 예수님, 저는 마치 전류가 통하는 것처럼 이 동산으로 마음이 끌림을 느낍니다. 과연, 제 상처 입은 마음을 당기는 강력한 자석이신 당신께서 저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달려가면서, 나 자신 안에 느껴지는 이 사랑에의 이끌림은 무엇일까? 하고 혼자 생각합니다. 어쩌면, 박해 당하시는 제 예수님 당신께서 너무도 괴로우신 나머지 저의 동반을 필요로 하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날아갑니다. 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이 동산에 들어서자 무서움이 엄습합니다. 밤의 어둠, 섬뜩한 냉기, 죽음을 애도하는 소리처럼 천천히 흔들리는 나뭇잎들 - 이 모든 것이 비탄에 잠기신 당신의 고통과 슬픔과 죽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게 반짝이는 별들이 눈물 어린 눈들처럼 당신의 눈물을 유심히 지켜보며 반사하고 있습니다. 그 별들이 저의 배은망덕을 나무랍니다. 저는 떨면서 이리저리 더듬거리며 당신을 찾습니다. 당신을 부릅니다.

 

“예수님, 어디 계십니까? 저를 부르신 당신께서 어찌하여 모습을 보여 주시지 않으십니까? 부르시고서 왜 숨어 계십니까?”

 

모든 것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무서움을 불러일으키며 깊은 적막 속에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헐떡이며 몰아쉬는 가쁜 숨소리가 들립니다. 드디어 당신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나 비참하도록 달라지신 모습인지! 최후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던 순간은 얼굴이 황홀하도록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이셨건만, 이제는 그렇듯 아름다운 당신이 아니십니다. 죽음에 이르는 극도의 슬픔이 본래의 아름다움을 손상한, 흉하게 일그러진 모습이십니다. 벌써 임종 고통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어쩌면 다시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간 슬프지 않습니다. 당신께서 막 숨을 거두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발을 부등켜 안고, 그러면서 더욱더 용기를 내어 그분의 팔에 이르기까지 감싸 안습니다. 그리고 한 손을 이마에 대고 아래로 떨구신 고개를 받쳐 드리면서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예수님, 예수님” 하고 부릅니다.

 

당신은 그 소리를 들으시고, 저를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딸아, 너 왔느냐? 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짓누르는 가장 큰 슬픔이 모든 사람에게서 완전히 버림받는 것인데, 지금 그 슬픔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기다린 것은 너를 내 고통의 증인으로 삼기 위해서이고, 너로 하여금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천사를 통해 곧 내게 보내 주실 쓰디쓴 잔을 나와 함께 마시게 하려는 것이다. 나와 같이 이 잔을 한 모금씩 마시기로 하자. 그것은 위로의 잔이 아니라 매우 쓴 고통의 잔일 터이니, 나로서는 살아 있는 어떤 사람이 몇 방울만이라도 같이 마실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너를 부른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나와 같이 고통을 나누며, 완전한 저버림 속에 나를 홀로 남겨 두지 않겠다고 약속해 다오.”

 

그러겠습니다, 고뇌에 잠겨 계신 예수님, 저희는 당신의 쓴 잔을 같이 마시고, 당신의 고통을 같이 겪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코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슬픔에 잠기신 예수님은 그렇게 내 약속을 받고 나시자, 단말마의 고통을 겪기 시작하십니다. 일찍이 귀로 들은 적도 없고 눈으로 본 적도 없는 고통입니다. 저는 그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또 그런 고통 중에 계신 당신과 같이 괴로워하며 당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말씀해 주소서. 어찌하여 이 밤의 이 동산에서, 이토록 슬퍼하시고 괴로워하시며 홀로 계시나이까? 이 밤은 당신 지상 생애의 마지막 밤입니다. 몇 시간만 있으면 수난이 시작될 것입니다. 저는 적어도 당신 천상 엄마를, 그리고 사랑하시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충실한 사도들을 여기서 만나리라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홀로 계시면서 죽음같이 참혹한 슬픔에 짓눌려 거의 돌아가실 지경이 되어 계십니다. 오 저의 행복, 제 전부이시여, 어째서인지, 제게 대답해 주지 않으시렵니까? 제발 말씀 좀 해 주십시오!”

 

그러나 당신은 너무도 큰 슬픔에 눌려 말씀을 하실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 예수님, 무엇을 보든지 그 모든 것이, 당신께서 홀로 계시니 제가 같이 있기를 원하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빛이 가득하지만 슬픔에 겨운 당신의 눈길은 도움을 청하시는 것 같고, 핼쑥한 얼굴, 사랑으로 바싹 마른 입술도 그렇습니다. 거룩하신 당신의 온 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떨리고 있고, 세차게 뛰는 심장 박동으로 영혼들을 찾고 계십니다. 당신을 극도로 괴롭히는 이 모든 것으로 하여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습니다…….

 

오 예수님, 제가 여기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제가 전부입니다. 제 마음은 당신께서 땅에 쓰러지시는 것을 잠자코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당신을 팔로 받쳐 가슴에 품어 안습니다. 저는 당신의 고통들을 하나하나 헤아리고, 당신 앞에서 저질러지는 죄들도 낱낱이 헤아리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위로를 드리고, 모든 것을 보속하고, 적어도 모든 것에 대해서 따뜻한 동정심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오 예수님, 제 팔에 안겨 계시는 동안 당신의 고통은 더욱 커집니다. 오 제 생명이시여, 당신의 혈관 속에서 불이 흐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피가 끓어올라 혈관을 터뜨리고 쏟아지려고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 제 사랑이시여, 말씀해 주십시오. 이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채찍도 가시관도 못도 십자가도 보이지 않건만, 당신 심장에 제 머리를 갖다 대자 당신 머리를 찌른 지독한 가시들이 느껴집니다. 무자비한 채찍이 당신의 거룩하신 몸 안팎을 온통 휩쓸며 한 부분도 그냥 두지 않습니다. 당신의 두 손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그라들고 뒤틀려 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인자하신 예수님, 당신을 내적으로 이토록 괴롭힐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대체 누구이기에, 이 고통을 받으실 때마다 죽음을 겪을 지경이 되십니까?

 

오, 복되신 당신께서 기력이 다하여 축 늘어진 듯한 입술을 여시고 말씀을 주시려는 것 같습니다.

 

“딸아, 사형 집행자들보다 더 나를 괴롭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으냐? (사실 그들이 내게 끼친 고통은 이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영원한 사랑이다. 이 영원한 사랑은 무엇에서든지 으뜸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사형 집행자들이 점진적으로 내게 줄 고통을 한꺼번에, 그것도 가장 깊고 내적인 부위에 안겨 주는 것이다. 그렇다, 딸아, 그것은 나를 압도하면서 내 안에 있는 사랑이다. 내게는 사랑이 못이요, 채찍이요, 가시관이요, 사랑이 모든 것이다. 사랑이 나의 영구적인 수난인 반면, 사람들로 말미암은 수난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딸아,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오너라. 와서 내 사랑 안에 잠겨라. 오로지 내 사랑 안에서라야, 내가 얼마나 엄청난 고난을 받았으며 얼마나 너를 사랑해 왔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네가 나를 사랑하는 법과 오로지 사랑 때문에 고통을 받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오 예수님, 사랑이 당신께 얼마나 큰 고통을 끼치는지를 보여 주시며 당신 마음 안으로 들어오라고 저를 부르시니 들어가고 있나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랑의 놀라운 기적이 보입니다. 당신 머리에는 실제의 가시관이 아니라 불가시관이 씌워져 있고, 끈으로 된 채찍이 아니라 불채찍이 온 몸을 후려치고 있으며, 쇠로 된 못이 아니라 불못이 당신을 못박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불입니다. 불이 뼈까지, 골수 속까지 꿰뚫어 타면서 당신의 거룩하신 인성 전체가 불이 되게 합니다. 그것이 죽음의 고통을, 수난 그 자체보다 확실히 더 큰 고통을 받으시게 합니다. 그리하여 그것은 모든 얼룩을 씻고 사랑의 자녀가 되는 권리를 얻고자 하는 영혼들에게 사랑의 목욕물을 준비해 줍니다.

 

오 끝없는 사랑이시여, 이토록 무한한 사랑 앞에서 저는 몸이 흠칫 뒤로 쏠리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사랑 안으로 들어가서 사랑을 이해하려면 저 자신이 온통 사랑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 예수님, 저는 도무지 그렇질 못합니다! 그러나 제가 당신과 함께 있고 당신 안으로 들어오기를 원하시니, 저로 하여금 온통 사랑이 되게 해 주소서.

 

그러므로 간구하오니, 제 머리와 모든 생각에 사랑의 관을 씌워 주소서. 오 예수님, 사랑의 채찍으로 저를 때려 주소서. 제 영혼과 몸과 힘과 감성과 갈망과 애정을, 요컨대 모든 것을, 사랑의 채찍으로 채찍질하시어 사랑의 도장을 찍어 주소서. 오 한없는 사랑이시여, 제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만 사랑으로부터 그 생명을 받게 해 주소서.

 

모든 사랑의 중심이신 예수님, 비오니 제 손발을 사랑의 못으로 박아 주소서. 그렇게 온통 사랑으로 못박힌 저로 하여금 사랑이 되게 하시고, 사랑을 이해하고, 사랑을 옷 입듯 입고, 사랑을 먹으며 자라게 하소서. 오 예수님, 간절히 비오니, 사랑이 저를 온통 당신께 못박아, 제 안팎의 그 무엇도 사랑으로부터 저를 떼어 내어 딴데로 주의를 돌리게 하는 일이 없게 해 주소서!

 

 

성찰과 실천

 

이 시간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영원하신 아버지께도 버림 받으신 채, 맹렬한 사랑으로 불타고 계셨다. 그 사랑의 불꽃이 얼마나 드센지 모든 죄를, 심지어 인간이 생각으로 저지를 수 있는 죄들까지 모조리 살라 없애실 수 있었다. 당신 사랑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상 사람들을 불길에 싸이게 하셨고, 지옥 상태에 처해 있지만 언제까지나 악에 들러붙어 있지는 않을 사람들도 모두 불길에 싸이게 하셨다.

 

그러니 우리는 예수님 안으로 들어가자. 예수님 안의 가장 깊은 부분, 즉 그분의 불타는 심장 고동 속으로, (역시 불타고 있는) 그분의 지성 속으로 파고들어가서, 그분을 사르는 이 사랑으로 우리 존재의 안팎을 옷 입히자. 그런 다음 그분에게서 나와 그분의 ‘뜻’ 안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모든 사람을 찾아내어 그들 각자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 주고, 이 사랑으로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다시 어루만져서 모두가 온통 사랑으로 변화되게 하자. 그리고 예수님의 바람과 감정과 생각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 안에 예수님이 자라나시게 하자.

 

그런 후에 우리는 모든 사람을 그들의 마음 안에 계시는 예수님과 더불어 예수님께 데려와서 예수님을 에워싸게 하면서 이렇게 말씀 드리자.

“오 예수님, 저희는 당신께 위로와 위안을 드리기 위하여 모든 사람을 각자의 마음 안에 계시는 예수님과 더불어 당신께 데려왔습니다. 모든 사람을 당신 마음 안으로 데려오는 것 외에 달리 당신 사랑을 위로해 드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예수님께 참된 위로를 드리게 될 것이다. 예수님을 태우는 불꽃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분은 끊임없이 이 말씀을 되풀이하시기 때문이다.

“내가 불타고 있는데 내 사랑을 가져가는 사람이 도무지 없구나. 부디 내 불길을 덜어 다오. 내 사랑을 가지고 가서 나를 사랑해 다오!”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리가 예수님과 일치하려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 성찰을 적용시켜야 한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 속에서 우리는 과연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사랑이 끊임없이 흘러들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의 삶은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계속적인 사랑의 흐름이다. 생각하는 것도 사랑의 흐름이요, 일하는 것도 사랑의 흐름이다. 말하는 것, 심장이 고동치는 것도 사랑이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로부터 받는다. 그런데, 우리의 모든 활동은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행해지고 있는가? 예수님으로 하여금 당신께로 흘러드는 당신 사랑의 감미로운 매력을 우리 안에서 발견하시게 하여, 이를 보고 너무나 기쁘신 나머지 우리에게 더 더욱 풍성한 사랑을 쏟아 부어 주시게끔 하고 있는가? 우리가 이미 행한 모든 일이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함께하려는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분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에 대한 그분 사랑의 감미로운 매력을 잃게 해 드린 데 대하여 용서를 청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를 형성하시도록 우리 자신을 맡겨 드리고 있는가? 우리는 죄를 제외하고는 우리 안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역사(役事)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버지의 영광을 부인하고 신적 생명이 우리에게서 빠져나가게 하며 따라서 거룩함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가 내적으로 느끼는 모든 것, 영감(靈感), 극기, 은총은 다름 아닌 사랑의 역사들이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기를 원하시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가? 즉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자유로이 일하시도록 하고 있는가? 혹은, 모든 것을 인간적인 의미로 대수롭지 않게 간주함으로써 신적 활동을 배척하며 예수님께서 아무 일도 못하시게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죽은 사람들처럼 그분의 팔에 우리를 내맡기고 있는가? 그리하여 주님께서 우리의 성화를 위해서 안배하시는 모든 타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는가?

 

☨☨☨

 

제 사랑, 제 전부이신 주님, 당신 사랑이 저의 온 존재에 두루 넘쳐흐르게 하시어, 제 안에 있는 것 가운데 당신의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이든지 다 살라 버리게 하소서. 또한 저의 사랑이 언제나 당신을 향해 흘러들게 하시어, 당신 마음에 슬픔을 안겨 드리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살라 버리게 하소서.

 

 

감사기도

 

오 인자하신 주님, 동산에서 크나큰 고뇌에 잠겨 계시면서 저로 하여금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은 당신의 동반자가 되어 당신 마음에 기쁨을 드리게 해 주셨으니 감사하나이다.

 

오, 어지신 예수님, 당신께서는 제게서 변변찮은 위로밖에 받지 못하셨건만, 그럼에도 당신은 자비로우신 당신 마음에서 무한히 넘쳐흐르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당신께 보여 드리는 극히 하찮은 연민 속에서도 위로를 얻으시나이다.

 

저는 겟세마니의 불길한 공포 속에서 흠숭하올 당신 몸이 부들부들 떨며 얻어맞아 으스러지고, 땅에 얼굴을 대기까지 낮아지고, 피땀으로 온통 뒤덮인 모습을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오 예수님, 당신의 고통 안에 당신과 함께 있는 것, 당신 성심의 통탄할 쓰디씀을 단 한 방울만이라도 맛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지닐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임을 저는 체험했나이다.

 

오 예수님, 저는 헛되고 세속적인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하나이다. 오직 당신만을, 학대와 고난을 받으시며 괴로워하시는 제 주님 당신만을 원하나이다. 이 동산에서부터 갈바리아까지, 줄곧 충실하고 아낌없는 마음으로 당신을 동반하고자 하나이다,

 

오 예수님, 저도 당신과 함께 사로잡혀서 당신과 함께 법정으로 끌려가게 해 주소서. 당신 원수들이 바야흐로 당신께 퍼부으려고 하는 독설과 능욕과 침뱉음과 뺨 때림을 저도 나누어 가지게 하시며, 빌라도에게서 헤로데에게로 다시 빌라도에게로 끌려 다니시는 당신과 함께 있게 해 주소서. 당신과 함께 기둥에 묶여 그 채찍질의 일부만이라도 당하게 해 주소서. 예수님, 당신에게 들씌워진 가시들 중 몇 개만이라도 저를 찌르게 하시고, 당신과 함께 십자가 사형 선고를 받게 해 주소서. 당신께서 저를 위한 사랑의 산 제물이 되신 것처럼, 저는 제 죄에 대한 보속의 산 제물이 되겠나이다.

 

당신을 따라 갈바리아를 올라가도록 제게 키레네 사람 몫의 운명을 주소서. 그리고 거기에서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 임종 고통을 치르다가 당신과 함께 죽게 해 주소서.

 

오 비탄에 잠기신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제가 동산에서 예수님과 함께 고뇌를 나눌 수 있는 도움을 주셨나이다. 이제 어머니와 함께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에 달릴 수 있는 도움도 주시어,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과 같은 공로로 더없이 합당한 보속을 그분께 드릴 수 있을지, 그 방법도 알려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