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원수는?
영혼의 원수는?
요한 보스코 성인(1815-1888년, 축일 1월 31일)에게 하느님께서는 꿈이라는 방법을 자주 사용하셨다. 그렇게 하여 구원사업에서의 그의 성소를 드러내시고, 진리와 가르침을 주시면서 그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셨다. 요한 보스코 성인이 직접 기록한 이 꿈도 그중 하나이다.
그날 우리 일행이 란쪼에서 토리노로 가는 도중에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우리는 기차를 타고서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차가 멈추었습니다. 나는 무슨 일이 있는지 보려고 내렸습니다.
갑자기 내 옆에 이상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사람은 뚱뚱하면서 마르고, 키가 크면서 작고, 백인이었다가 홍인었다가 했으며 땅을 걷다가 하늘을 날다가 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나더러 그랬습니다.
“이리 오세요. 얼른 이리 오세요. 차를 타고서 이 들판을 둘러봅시다.”
굉장히 넓은 들판이었습니다. 그 넓은 들판을 둘러보느라 정신없는 틈에 차는 멈추었고 우리는 모든 승객들에게 내리라고 소리쳤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내리자마자 우리가 타고 온 차들이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내 옆에 있던 그 이상한 사람이 다시 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 채 존댓말을 썼다가 반말을 썼다가 하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왜 우리를 이곳에 데리고 왔냐고 나에게 묻고 싶겠지요? 여러분을 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무슨 위험이냐고요? 그 위험은 바로 성난 황소입니다. 그 황소가 지나가는 곳에는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모두를 당신 곁으로 불러 모으세요. 모두에게 조심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세요. 크고 이상한 황소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모두들 땅에 엎드려야 합니다. 황소가 지나갈 때까지 바닥에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 합니다.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불행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높아지고 자신을 높이는 사람은 낮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서두릅시다. 황소가 오려고 하니까요. 모두들 바닥에 엎드리라고 외치세요.”
나는 크게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더 재촉했습니다.
“더 크게, 더 크게 소리치세요.”
나는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너무 크게 소리친 나머지 옆방에서 자고 있던 르모이네 신부님을 깨웠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갑자기 황소의 성난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조심해요. 그리고 이렇게 합시다. 모두 일렬로 가까이 붙어있되 황소가 지나갈 통로를 가운데에 만듭시다.”
그가 시킨 대로 지시를 내리자 모두들 순식간에 땅바닥에 엎드렸습니다. 그 순간 성난 황소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황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몇 명은 계속 서 있었습니다. 다행히 서 있는 사람은 몇 명 안 되었습니다. 그가 다시 나에게 말했습니다.
“계속 서 있으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보게 될 겁니다. 낮추려고 하지 않은 그들이 어떻게 될지 볼 수 있을 겁니다.”
나는 그들에게 엎드리라고 다시 재촉하려 했지만 그 사람이 나를 강하게 말리면서 그랬습니다.
“순명의 의무는 당신에게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엎드리세요.” 내가 미처 엎드리기도 전에 황소의 크고 무시무시한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모두들 겁에 질려서, 무슨 일인지 서로에게 물었습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그때 나는 바닥에 엎드려서 얼굴을 땅의 먼지에 묻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내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똑바로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황소의 머리에는 원형의 일곱 뿔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뿔들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가 있어서, 공격하려는 대상을 향해 황소가 이리저리 머리를 돌리지 않아도 되었고 그냥 지나가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황소는 이미 우리에게 아주 가까이 왔었고, 그 사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이제 겸손의 결과를 보게 될 겁니다.”
갑자기 한순간에 우리 모두는 공중으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황소는 우리에게 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엎드리려고 하지 않았던 그 사람들은 우리처럼 공중으로 들리지 못했습니다. 황소는 그들을 모두 해치우고 말았습니다.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성난 황소가 우리도 해치려고 시도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뿔로 우리를 치려고 껑충 뛰며 발버둥을 쳤지만 황소는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황소는 그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우리는 다시 땅 위로 내려왔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열두 시 방향으로 돌아섭시다. 갑자기 우리 앞에 새로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들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크고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식된 성당이 있었습니다. 제대 위에는 촛불이 켜져 있고 한 가운데에 성체가 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성체조배를 하고 있는데 성난 황소 떼가 우리를 통째로 해치우려고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께 조배하는 모습을 보더니 아무 짓도 하지 못하고 그냥 떠나갔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성당도 사라지고 제대도 사라져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들판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요한 보스코 성인이 꾼 꿈은 여기까지이다. 이 꿈에서 황소는 바로 우리 영혼의 원수들을 상징하며, 일곱 개의 뿔은 칠죄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지옥의 뿔들의 공격에서 우리를 구하는 것은 바로 성채와 모든 덕의 근본인 겸손이라는 것이다. (편집자 주. 칠죄종은 그 자체로 죄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자기 자신의 뜻에 따라 지은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죄이다. 즉 교오(교만하고 오만하여 남을 업신여김), 간린(하는 짓이 소심하고 인색함), 미색(성욕의 노예가 되어 사물을 올바르게 보지 못함), 분노(분에 겨워 몹시 화를 냄), 탐도(음식이나 재물을 탐하여 지나칠 정도로 먹고 마심), 질투(우월한 사람을 시기함), 나태(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함)이다.)
요한 보스코 성인은 이렇게 당부했다.
“그대가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을 가지십시오. 그대보다 잘 알고 그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겸손을 가지십시오. 기도하고, 자주 그리고 성실히 고해성사를 받는 겸손함을 지니십시오.”
- 마리아 207호 2018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