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불의한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모릅니까?(1코린6,1-11) "-임언기 신부님

Skyblue fiat 2016. 9. 6. 18:38

 

 

(1코린6,1-11)  임언기 안드레아 신부님


 

"우리가 천사들을 심판하리라는 것을 모릅니까?

 하물며 일상의 일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습니까? (3)

 ~~

 불의한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모릅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불륜을 저지르는 자도 우상 숭배자도 간음하는 자도

 남창도, 비역하는 자도, (9)

 도둑도 탐욕을 부리는 자도 주정꾼도 중상꾼도 강도도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10)

 

 

'우리가 천사들을 심판하리라는 것을 모릅니까?

 하물며 일상의 일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습니까?'

 

여기서 '심판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크리누멘'(krinumen)의 원형

'크리노'(krino)'비판하다','판단하다','정죄하다'라는 뜻으로

심판과 관련된 용어이다(마태7,1; 1베드 4,6; 묵시18,8).

 

따라서 본문의 '천사'는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마귀)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

하느님께 대들고 배신하고 범죄한 천사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여기서 '천사'란 용어가 쓰여서 한국 독자들이 헷갈릴 수 있으나,

천사의 의미가 '선한 영'의 의미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느님의 허락하에 파견된 자(심부름꾼)'의 의미로 쓰였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니까 '악한 영'인 '타락한 천사'도 해당되는 것이다.

 

본문은 비록 타락했다 하더라도, 영적으로 인간들보다 탁월한 존재인

'타락한 천사들'(악한 영들)까지 성도들이 판단하게 될 것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24,21; 2베드2,4; 유다1,6).

 

한편 본절에 '하물며' 로 번역된 '메티게'(metige)세상과 타락한 천사를

심판할 신분의 성도들도리어 세상의 법정에서 판단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지적 준다.

 

특히 '일상의 일'(세상 일)로 번역된 '비오티카'(biotika)는 법정 용어가 아닌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평범한 일'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당시 코린토 교인들이 일반 상식으로도 판단할 수 있는

매우 사소한 일들까지 세상 법정에 송사하고 있는

어리석은 코린토 교인들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책망하고 있는 것이다.

 

'불의한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모릅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불륜을 저지르는 자도 우상 숭배자도 간음하는 자도

 남창도, 비역하는 자도' (9)

 

'하느님의 나라'는 공관 복음서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서 세례자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의 출발점이 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하느님의 나라는 종말론적인 성격(already, but not yet ;

이미 그러나 아직 아니)을 가진다.

 

본문 역시 종말론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도 하느님께서 만유의 주님이 되시고,

악의 세력이 완전히 소멸되는 영광과 축복의 때를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1코린15,28).

 

알다시피,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하느님 나라의 백성들로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의 나라를 공동으로 상속받을 상속인들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본질상 의로운 나라이기 때문에(로마14,17 ; 마태5,10; 13,43; 루카14,14;

묵시1,18; 2,8 이하)완성된 의미의 종말론적 하느님의 나라불의와 절대 공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도 바오로는 본절에서 불의를 행하는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으로 받지 못한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본절에서 사도 바오로는 '불의한 자'(adikoi; 아디코이; the wicked)라고 언급하며,

8절에서 '불의를 저지르고'(adyikeite; 아디케이테)'불의'의 이미지를 계속 이어간다.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전서 5장, 6장에서 자신이 책망한 교인들의

도덕적 무질서 형태를 '불의' 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으로 받지 못할 불의한 자들의 예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기 전에 코린토 교인들을 향해 '착각하지 마십시오' 하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착각하지 마십시오'로 번역된 '메 플라나스테'(me planaste ;

do not be deceived)는 갈라디아서 6장 7절에도 나온다.

 

이것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대중 앞에서 했던 대중 설교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로서

당시 논쟁 가운데 자주 등장하던 말이다(1코린15,33; 루카21,8; 야고1,16).

 

본문에서도 이 단어는 당시 코린토 교인들이 자신들의 교만한 지혜로

도덕적 기준을 마음대로 정하고, 나아가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인간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으로써, 방종의 극단에 빠졌던 사실을 암시한다.

 

따라서 본문은 범죄했지만, 회개하지 않고도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받을 것이라는

당시의 공허한 주장에 속지 말라는 의미이다(1코린15,33; 루카21,8; 갈라6,7; 야고1,4).

 

사도 바오로는 본문에서 '불의한 자'의 예를 구체적으로 열거한다.

 

첫째, 불륜을 저지르는 자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자'(음란하는 자)로 번역된 '포르노이'(pornoi; fornicator;

      sexually immoral)코린토 전서 5장 1절 이하에 나오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형태의 성적 타락을 의미한다.

 

둘째, 우상 숭배자(eidololatrai; 에이돌롤라트라이; idolaters)이다.

       '우상 숭배' 당시 이방 신전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로서

        성적 타락과도 깊은 관계가 있었다.

        당시 신전들은 공식적인 매춘 장소였기 때문이다.

 

셋째, 간음하는 자이다.

         여기서 '간음하는 자'로 번역된 '모이코이'(moichoi; adulterers)

         특별히 혼인과 가정의 신성함을 파괴하는, 혼인한 자가 자기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는 성적 타락을 의미한다.

 

넷째, 남창이다.

        '남창'으로 번역된 '말라코이'(malakoi; effeminate; male prostitutes)

         본래 '유약한','여자같은'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동성애자들 중에 특히 수동적인 위치에 있는 자들을 뜻한다.

 

다섯째, 비역하는 것이다.

          '비역하는 자'(남색하는 자)로 번역된 '아르세노코이타이'(arsenokoitai;

         homosexual offenders)는 동성애자 가운데 특히 능동적 위치에

         있는 자들 뜻한다.

 

사도 바오로가 여기서 언급한 이 다섯 가지의 악의 목록은

모두 성적 타락과 관계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본절은 하느님의 나라가 이러한 성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과는

전혀 무관한 나라임을 나탄낸다.

 

'도둑도 탐욕을 부리는 자도 주정꾼도 중상꾼도 강도도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10)

 

사도 바오로는 9절에 이어 계속해서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inherit)받지 못할 불의한 자들을 열거한다.

 

9절에 열거된 자들이 자신의 몸에 직접적으로 범죄하는

'성적 범죄자들'(1코린6,18)이라 한다면,

10절 '도덕적 범죄자'를 언급하고 있다.

 

첫째, 도둑이다.

        '도둑'으로 번역된 '클렙타이'(kleptai; thieves)

         전문적인 강도라기 보다는 좀도둑을 의미한다.

 

둘째, 탐욕을 부리는 자이다.

        '탐욕을 부리는 자'로 번역된 '플레오넥타이'(pleonektai;

       covetous; greedy)는 자기 욕심에 따라 이웃의 것을 탐하는 자 뜻한다.

 

셋째, 주정꾼이다.

         '주정꾼'(술 취하는 자)로 번역된 '메티소이'(methysoi; drunkards)

         술로 인해 자신 뿐만 아니라 이웃들에게 해를 끼치는 자들을 의미한다.

 

넷째, 중상꾼이다.

        '중상꾼'으로 번역된 '로이도로이'(loidoroi; revilers;

       slandelers)남을 중상하고, 비방하고 욕하는 자 뜻한다.

 

다섯째, 강도다.

          '강도'(토색하는 자)로 번역된 '하르파게스'(harpages;

         extortioners; swindlers) 사기와 협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남의 재산을 강탈하는 자 뜻한다.

 

사도 바오로는 이러한 죄를 범한 자마다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으로 받지

못한다고 언급함으로써, 코린토 교회에 관련된 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코린토 교인들이 사랑과 거룩함과 순결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사도 바오로가 상세하게 이런 범죄들을 열거하는 이유는 당시 코린토 교회에

이러한 범죄가 성행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죄악들을 이무리 범해도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받는데 지장이 없다고 가르치는

거짓 스승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서 8장 35~39절 등에서 선택된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의 사랑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선택한 자에 대한 구원의 확실성을 주장하면서

구원의 확실성을 곡해한 반율법주의적 자유방임사상을 표방했던

거짓 스승들어떠한 죄를 범해도 상관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능동적인 범죄를 조장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