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I. 복음 준비 33. 마리아가 엘리사벳에게 이름을 알린다

Skyblue fiat 2015. 12. 26. 19:18

 

I. 복음 준비

 

 

33. 마리아가 엘리사벳에게 이름을 알린다

 

 


  아침인 것 같다. 마리아가 현관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엘리사벳은 왔다갔다 하며 집안일을 보살핀다. 엘리사벳이 거기 들어올 때면 으레 마리아의 금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하는데, 그 머리는 꽤 우중충한 벽 앞에서 정원 쪽으로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햇살을 받아 한층 더 황금색으로 보인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일감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숙이고 -그것은 마리아가 나자렛에서 가지고 있던 수놓는 감이다-그 아름다움을 칭찬한다.


  “길쌈할 아마도 또 있어요.”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아기 입힐거?”
  “아니요, 내가 생각하지 않던 때 벌써 가지고 있던 것이에요.” 마리아는 말을 마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적에” 라는 뜻임을 알아듣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기를 위해서 써야 할거요.

   아름답고, 고와요? 아기들은 대단히 섬세한 속옷이 필요해요. 알겠어요?”
  “알아요.”
  “나는 시작했었는데 늦게 시작했어요. 마귀의 속임수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하기는 내가 하도 큰 기쁨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이 마귀에게서 오는 것일 수는 없었지요.

그런 다음 몹시 고통을 느꼈어요. 마리아, 나는 이런 상태가 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요.

나는 고통을 많이 겪었어요. 마리아는 괴롭지 않아요?”


 “나는 그렇지 않아요. 이처럼 몸이 좋은 때가 없었어요.”
 “어! 그래요!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당신 어머니로 택하셨으니 마리아에게 티가 없어요.

그러면 마리아는 하와의 고통을 당하지 않게 되어 있어요. 마리아가 가진 분은 거룩하신 분이시니까.”


 “나는 마음에 짐이 아니라 날개가 있는 것 같아요.

  내 안에 모든 꽃과 봄에 노래하는 모든 새와 단 꿀과 태양 전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 나는 행복해요!”


 “복되셔라! 나도 마리아를 본 순간부터 짐스러움도 피로도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됐어요.

새로워지고 젊어지고 여인이라는 내 육체의 괴로움에서 해방된 것 같았어요.

내 아기가 마리아의 목소리를 듣고 기뻐 뛰놀고 나서 이제는 그의 기쁨 속에 편안히 자리잡고 있어요.

아기를 내 안에 가지기를 마치 산 요람에 가진 것 같고, 아기가 배불리 먹고 행복하게 자는 것을 보는 것 같고,

어미 날개 밑에서 안심하고 자는 어린 새같이 숨을 쉬는 것을 보는 것 같아요.

이제 나는 일을 시작할래요, 아기가 이제는 짐이 되지 않을거예요. 눈이 썩 잘 보이지는 않아요.”


  “놔두세요, 언니! 내가 생각하겠어요. 언니와 언니의 아기를 위해서 짓고 짜고 하는 일을요.

 나는 날렵하고 눈이 잘 보이거든요.”
  “그렇지만 마리아는 마리아의 아기를 생각해야 할텐데~”
  “오! 시간이 넉넉해요! 우선 언니와 언니 아기를 생각해요.

   그런 다음 예수 생각을 할거예요.”


  이 이름을 말할 때에 마리아의 표정과 목소리가 얼마나 다정스럽고, 마리아가 밝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는 동안 그의 눈에서 마치 진주 같은 기쁨의 눈물이 맺히는지를 말하기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다.

 “예수”라는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황홀경에 빠지는 것 같다.


  엘리사벳이 말한다.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예요! 우리의 구세주, 하느님의 아들의 이름!”


  “오! 언니!” 마리아는 몹시 침울해진다.

 그리고 엘리사벳이 자기의 부른 배에 포개얹은 사촌언니의 손을 잡는다.

 

 “내가 왔을 때 주님의 성령이 가득 차서 세상이 모르는 것을 예언한 언니가 말 좀 해줘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 줘요.

 예언자들...아아! 구세주에 대해서 말하는 예언자들! 이사야...언니 이사야를 기억하세요?

 ‘그는 고통의 사람이다. 그의 타박상으로 우리의 병이 나았다. 그는 우리의 죄악 때문에 꿰뚫리고 상처입는다. 주께서는 그를 고통 속에서 태워 없애기를 원하신다. 사형선고를 내린 뒤에 사람들은 그를 높이 올렸다...’ 어떻게 높이 올리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내 아이를 어린 양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나는 과월절의 어린 양, 모세의 어린 양을 생각하고, 모세가 십자가에 매달아 높이 올린 뱀과 비교해요. 언니! 언니! 그들이 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할 것입니까?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 아이가 무슨 고통을 당해야 하겠어요?” 마리아는 운다.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위로한다.

“마리아, 울지 말아요. 아기는 마리아의 아들이지만, 하느님의 아들이기도 해요.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과, 아들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생각하실 거예요. 그리고 그에 대해서 무자비한 태도를 취할 사람이 많겠지만, 그를 사랑할 사람도 많을 거예요. 아주 많을 거예요 ! 오래고 오랜 세월을 두고 세상 사람들이 마리아의 아들을 쳐다보고 그와 함께 마리아도 찬미할 거예요. 구속이 솟아나는 샘인 마리아를. 마리아의 아들의 운명! 모든 피조물의 왕좌에 올려질 거요.

마리아, 그것을 생각해요. 왕이 될 거예요.

창조된 모든 것을 구속했겠기 때문에, 그러한 분으로서 만물의 왕이 될 거예요.

그리고 세상에서도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랑을 받을 거요. 내 아들이 마리아의 아들을 앞서 가고 사랑할거요.

천사가 내 남편에게 그 말을 했고, 내 남편은 그 말을 내게 써 보였어요. 아아! 내 남편이 벙어리가 된 것을 보니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기가 나면 아버지도 그가 받은 벌에서 풀려나리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의 능력이 들어 있는 곳이고 세상의 기쁨의 원인인 마리아가 기도해줘요. 그 은혜를 얻기 위해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내 아이를 주님께 바쳐요. 사실 내 아이는 주님의 것이거든요. 주님께서 당신 여종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 기쁨을 주시려고 빌려 주신 것이지요. 이것은 하느님께서 나를 위하여 하신 증언이에요.

나는 내 아들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부르기를 원해요. 내 아이는 혹 은총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 은혜를 주신 분이 하느님이 아니세요?”


 “그리고 나는 하느님께서 언니에게 그 은총을 주시리라고 확신해요. 나도 언니와 같이 기도하겠어요.”
 “저이가 벙어리가 된 것을 보기가 정말 괴로워요!” 엘리사벳이 운다.

“이제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글로 쓸 때면 나와 내 남편 사이에 산과 바다가 가로놓여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도 많은 세월 동안 다정스러운 말을 해왔는데 지금은 저이의 입이 다물어져 있으니. 그리고 특히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을지 모를 지금 말이에요. 남편이 내게 대답하기 위해 몸짓을 하느라고 피로해 하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나는 말하는 것을 자제하기까지 해요. 나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마리아를 몹시 기다렸어요!

이곳 사람들이 보고 수다를 떨고 비판을 해요. 세상은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요. 그런데 걱정이나 기쁨이 있을 때에는 이해가 필요하지 비판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이제는 살아가기가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 마리아가 나하고 같이 있은 때부터 내 안에 기쁨을 느껴요. 내 시련이 지나가서 멀지 않아 내가 완전히 행복하게 되리라는 것을 느껴요.

그렇게 되겠지요? 나는 모든 것을 감수해요. 그러나 하느님께서 내 남편을 용서해 주셨으면!

저이가 전과 같이 기도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으면!”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그의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하여 양지바른 정원을 한바퀴 돌자고 권한다.
  둘이는 손질이 잘 된 시렁 밑을 지나 그 구멍에 비둘기들이 둥지를 튼 시골 냄새가 나는 작은 탑까지 간다.


  마리아는 웃으면서 낟알을 뿌려 준다. 비둘기들은 구구 소리를 내면서 그 주위에 온통 무지개 빛깔로 아롱진 원을 그리며 날아와 마리아에게로 달려든다. 머리, 어깨, 팔, 손 위에 내려앉아 볼그레한 부리를 내밀어 손바닥 오무린 데에서 낟알을 쪼아먹고, 동정녀의 분홍빛 입술과 햇빛에 반짝이는 이를 상냥하게 쫀다. 마리아는 주머니에서 황금빛 낟알을 꺼내고 침입해서 탐욕스럽게 경쟁하는 그 가운데에서 웃고 있다.


 “비둘기들이 마리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고 엘리사벳이 말한다.

“마리아가 우리하고 같이 있은 지가 며칠밖에 안됐는데, 늘 보살펴 준 나보다 마리아를 더 좋아하는군요.”
 산책은 과수원 안쪽 울타리로 막은 곳까지 계속된다. 그곳에는 새끼와 같이 있는 염소가 한 스무 마리 있다.
  “목장에 다녀왔니?” 마리아는 한 어린 목동을 쓰다듬으면서 묻는다.
  “예,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셨거든요. ‘오래지 않아 비가 오겠고, 또 새끼를 낳을 짐승들이 있으니까 집으로 가라. 짐승들이 건초와 다 준비된 잠자리짚이 있도록 보살펴라’하고요. 아버지가 저기 오시네요.” 그러면서 떨리는 염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수풀 저쪽을 가리킨다.
마리아가 황금색의 염소 새끼 한 마리를 어린아이처럼 쓰다듬어 주니, 염소 새끼는 그에게 몸을 비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과 함께 어린 목동이 주는 갓 짠 염소젖을 마신다.


   양떼는 곰처럼 털투성이의 목자와 같이 온다. 그래도 목자가 사뭇 구슬픈 소리를 내는 양을 어깨에 올려놓고 오는 것을 보면 착한 사람일 것이 틀림없다. 그는 양을 땅에 내려놓고 설명을 한다. “이놈이 곧 새끼를 낳을텐데 걷기를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어깨에 올려놓고 왔지요, 그리고 늦지 않게 도착하려고 아주 빨리 했습니다.” 고통스럽게 다리를 저는 양은 어린아이가 양의 우리로 데려간다.


   마리아는 바위에 앉아서 염소 새끼들과 어린 양들과 같이 놀며 그놈들의 볼그레한 부리에 토끼풀 꽃을 갖다 댄다. 흰 털 검은 털이 섞인 염소 새끼 한 마리가 마리아의 어깨에 다리를 얹고 머리 냄새를 맡는다. “그건 빵이 아니다.” 하고 마리아가 웃으면서 말한다. “내일 빵껍질을 하나 갖다 주마. 이제는 조용히 있거라.”
  엘리사벳도 명랑해져서 웃기 시작한다.